"과거에 물고기가 떼로 죽어 나가던 강인데..." 도심 한복판에 4km 대숲이 있는 국가정원


태화강 국가정원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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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도심을 가로지르는 태화강 둔치에는 대나무만 오십만 그루 가까이 심긴 숲이 십 리에 걸쳐 이어져 있는데, 그래서 이름도 그대로 십리대숲이다. 강을 따라 4km 남짓 뻗어 있어 한쪽 끝에서 반대쪽 끝까지 걸으면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간다.

숲 안으로 들어서면 대나무가 머리 위에서 맞물려 볕이 잘게 부서지고, 바람이 지날 때마다 줄기끼리 부딪는 소리가 위에서 아래로 훑고 지나간다. 도심 한복판이라는 사실이 몇 걸음 만에 잊히는 구간이다.

이 강이 처음부터 이런 모습은 아니었다는 사실이야말로 태화강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 대숲을 걷기 전에 이 강이 지나온 삼십 년을 알고 가는 편이 낫다.

물고기가 떠오르던 강이 국가정원이 되기까지

태화강 국가정원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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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의 태화강은 전국 하천 가운데 수질이 가장 나쁜 축에 들었다. 1992년에는 물고기가 떼로 죽어 떠오르는 일이 다섯 차례나 벌어졌고, 1996년 측정한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은 11.3ppm까지 올라갔다.

공업도시를 끼고 흐르는 강이 어떤 대가를 치르는지 그대로 보여 준 시기였는데, 당시 울산 사람들 사이에서 태화강은 죽은 강이라는 말로 불렸다.

방향이 바뀐 것은 2004년 울산시가 환경을 앞세우겠다는 선언을 내놓으면서다. 이듬해 세운 계획에 따라 오염원을 걷어 내고 물가 생태계를 되살리는 작업이 이어졌다.

태화강 국가정원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태화강 국가정원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그 결과 2019년 태화강은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순천만에 이은 두 번째 국가정원이고, 강 자체가 정원이 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정원으로 묶인 태화강대공원 일대는 83만㎡가 넘는데, 이만한 규모를 표 한 장 없이 아무 때나 걸어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이 정원의 성격을 말해 준다.

지금 사람들이 걷고 있는 십리대숲도 한때는 통째로 사라질 뻔한 적이 있다. 1987년 하천 정비 계획에 이 구간이 들어가면서 베어 낼 상황이 됐는데,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지금까지 남았다.

대나무를 처음 심은 것은 관광을 염두에 둔 일이 아니라, 물이 넘칠 때 둑을 붙들어 두려고 강가에 대를 심어 온 오래된 방식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여름의 백로와 겨울의 떼까마귀

태화강 국가정원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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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을 두 번 이상 찾은 사람은 계절마다 앉아 있는 새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름에는 백로가 강가 숲에 자리를 잡는데, 번식철이면 천오백 쌍 남짓이 모여 많을 때는 팔천 마리까지 헤아려진다.

흰 새가 초록 대숲 위로 오르내리는 장면은 이 계절에만 나오고, 왜가리도 함께 섞여 물가에 서 있다.

같은 자리를 겨울에 통째로 넘겨받는 것은 떼까마귀다. 몽골과 시베리아에서 내려오는 무리로, 십만 마리 안팎이 해 질 무렵 한꺼번에 하늘을 덮으며 잠자리로 들어오는 광경이 울산의 겨울 풍경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대숲에 여름에는 흰 새가, 겨울에는 검은 새가 앉는 셈이라 사진을 나란히 놓고 보면 같은 장소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태화강 국가정원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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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 옆으로는 국화와 백일홍을 심어 둔 구역이 이어져, 대나무 초록 일색이던 시야에 색이 들어온다. 여름 끝자락부터는 코스모스가 올라오기 시작해 가을로 넘어가는 신호가 된다.

밤에는 대숲 산책로에 조명을 넣어 은하수길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는데, 낮에 본 초록과는 다른 색으로 바뀌어 같은 길을 두 번 걷게 만든다.

강을 끼고 걷다 보면 물가에 앉은 작은 정자와 다리가 차례로 나오고, 반대편 둔치로 건너가면 대숲을 통째로 마주 보는 자리가 나온다. 울산에 하루를 잡는다면 이 강을 먼저 걷고 바다 쪽으로 나가는 순서가 무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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