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림산방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
산이 병풍처럼 둘러선 자리에 옛 화가의 살림집과 화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 있다. 조선 후기 남종화를 이끈 허련이 고향으로 돌아와 1857년에 지은 집으로, 그때 그의 나이가 마흔아홉이었다.
건물은 한동안 사라졌다가 1982년에 손자 허건이 옛 모습대로 되살려 놓았다. 지금은 국가지정 명승으로 올라 있고, 그보다 앞선 1981년에 이미 전라남도 기념물로도 이름을 올렸다. 한 자리가 두 가지 이름으로 함께 지정된 흔치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연못 가운데 섬에 선 한 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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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여름 사진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연못 가운데 뜬 작은 섬이다. 사람이 흙을 쌓아 만든 섬인데 그 위에 배롱나무가 자라고 있어서, 붉은 꽃이 필 때면 물에 비친 그림자까지 함께 담기는 구도가 나온다.
이 나무는 한 그루뿐이고 수령은 95년쯤으로 기록돼 있다. 이곳을 다녀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이야기하는 것도 그 한 그루라서, 여러 그루가 늘어선 곳과 달리 나무 하나를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자리다. 담양이나 남원처럼 군락으로 이름난 곳과는 성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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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을 채우는 것도 연꽃보다는 흰 수련 쪽에 가깝다. 잎이 물 위에 납작하게 뜨고 꽃이 낮게 피어 있어서, 사람 키만 한 연잎이 출렁이는 풍경과는 인상이 꽤 다르게 다가온다.
볼거리라고는 한 그루와 한 연못이 전부인 대신, 그 둘이 서로를 비추며 자리를 채운다.
매표 마감을 먼저 확인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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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과 군경 1000원, 어린이 800원으로 매겨져 있다. 만 6세 이하와 65세 이상, 국가유공자와 장애인은 받지 않고 단체로 가면 몇백 원씩 내려간다.
문을 여닫는 시간은 계절에 따라 두 가지로 갈린다. 3월부터 10월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고 11월부터 2월까지는 오후 5시에 닫는데,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것이 매표를 마감 30분 전에 끊는다는 점이다.
쉬는 날이 따로 없어서 연중 어느 날에 찾아가도 문은 열려 있다. 개화 상태나 행사 일정이 궁금하다면 061-540-6262로 미리 물어보고 나서는 편이 헛걸음을 줄인다.
화가의 이력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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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이 특별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풍경보다 사람 쪽에 있다. 허련은 초의선사와 추사 김정희의 문하에서 배웠고, 헌종 앞에서 그림을 그려 보인 뒤 벼슬까지 받은 화가였다.
말년을 보낸 자리에 화실을 두고 그림을 그렸으니 이 집 자체가 그의 작업실이었던 셈이다. 지금은 옆에 기념관이 붙어 있어 그림과 유품을 함께 볼 수 있으니, 정원만 한 바퀴 돌고 나오면 절반만 보고 가는 것이 된다. 걷는 시간보다 안에서 머무는 시간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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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나오는 길에는 집 뒤로 솟은 산 쪽을 한 번 올려다보는 편이 좋다. 뒤로 솟은 봉우리가 집을 감싸 안은 자리에 화실을 앉힌 것이라, 왜 여기였는지가 그때 눈으로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