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색 옷만 입고 가면 공짜입니다" 바다 위 1,462m 나무다리가 있는 바다 산책 여행지


퍼플섬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퍼플섬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전남 신안 안좌도 옆에는 박지도와 반월도라는 두 섬이 붙어 있는데, 지붕과 다리와 길이 온통 보라색이라 요즘은 본래 이름보다 퍼플섬이라는 별명으로 더 많이 불린다. 배를 타지 않고 걸어서 들어가는 섬이라는 점부터 다른 섬과 다르다.

안좌도에서 박지도까지 547m, 박지도에서 반월도까지 915m, 반월도에서 다시 안좌도 단도마을까지 380m의 나무다리가 놓여 있어 셋을 합치면 1,462m다. 바다 위를 걸어 섬 두 곳을 돌고 다시 뭍으로 나오는 구조라, 한 바퀴가 그대로 하나의 산책로가 된다.

이 다리가 어떻게 놓이게 됐는지, 그리고 왜 하필 보라색인지를 알고 가면 섬을 도는 동안 눈에 들어오는 것이 달라진다.

김매금 할머니가 놓게 한 목교

퍼플섬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퍼플섬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박지도와 반월도는 오랫동안 배가 아니면 드나들 수 없던 섬이었다. 물때가 맞지 않으면 뭍으로 나가는 일 자체가 미뤄지던 곳이라, 섬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에게는 바다를 건너는 일이 늘 숙제였다.

박지도에 살던 김매금 할머니는 살아생전에 이 섬에서 목포까지 두 발로 걸어가 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 한마디가 다리를 놓자는 이야기의 출발점이 됐다.

그 말을 받아 실제로 놓인 것이 지금의 나무다리인데, 차가 다니는 콘크리트 다리가 아니라 사람만 건너는 목교로 만들어 바다 위를 걷는다는 감각이 그대로 살아 있다.

다리를 건너는 동안 발밑으로는 갯벌이 드러났다 잠겼다 하는 것이 그대로 보이는데, 물이 빠진 시간에는 갯벌 위에 나무 기둥이 줄지어 박힌 모습이 나오고 물이 든 시간에는 다리 자체가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퍼플섬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퍼플섬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섬이 지금처럼 보라색이 된 것은 2019년부터의 일이다. 섬 전체를 하나의 색으로 칠해 보자는 발상에서 시작해 지붕과 담장, 다리, 도로 시설물까지 차례로 색을 입혔고, 여기에 들어간 돈이 이백억 원을 넘는다.

이 시도는 2021년 12월 유엔 세계관광기구가 뽑은 최우수 관광마을에 이름을 올리며 결과로 돌아왔다. 75개국 170개 마을이 겨룬 자리였다.

입장료는 5,000원인데 보라색 옷이나 신발, 우산이나 머리에 쓰는 것 가운데 하나만 걸치고 가도 면제된다. 그래서 다리 앞에는 어디선가 보라색 물건을 하나씩 찾아 걸친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라벤더 진 자리를 채운 버들마편초

퍼플섬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퍼플섬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여름 퍼플섬을 라벤더 밭으로 알고 찾아가면 시기를 놓치기 쉬운데, 이 섬의 라벤더는 5월과 6월에 피고 7월로 넘어가면 이미 기세가 꺾인다. 여행 정보에 라벤더가 워낙 자주 붙어 다니다 보니 생기는 오해다.

8월에 섬을 보라색으로 만드는 것은 버들마편초다. 키가 사람 허리께까지 올라오는 가늘고 긴 꽃대 끝에 작은 보라색 꽃이 뭉쳐 피는데, 6월부터 9월까지 넉 달을 버틴다.

줄기가 가늘어 바람이 불면 꽃밭 전체가 한쪽으로 눕는 모습이 나오고, 그 뒤로 바다가 겹쳐 보이는 자리가 이 섬에서 사진이 가장 많이 찍히는 지점이다.

퍼플섬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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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넘어가면 아스타국화가 그 자리를 이어받아 9월과 10월을 채우니, 봄부터 가을까지 보라색 꽃이 끊이지 않게 종류를 나누어 심어 둔 셈이다.

같은 보라색을 입었어도 두 섬의 성격은 제법 다른데, 박지도가 작고 아담해 한 바퀴가 금세 끝난다면 반월도는 마을과 밭이 넓게 퍼져 있어 걷는 시간이 훨씬 더 걸린다.

섬 안에서는 자전거를 빌려 도는 방법도 있는데,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아 다리를 건너는 구간만 걷고 섬 안쪽은 바퀴로 도는 사람이 많다.

퍼플섬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퍼플섬 / 한국관광콘텐츠랩-이범수

바다 위 다리와 보라색 지붕이라는 조합은 사진으로 먼저 알려졌지만, 정작 이 섬을 걷다 보면 눈에 남는 것은 색이 아니라 그 색을 칠하기 전까지 배를 기다려야 했던 시간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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