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도 여긴 시원합니다" 해발 1,100m에 고랭지 배추밭이 가득한 힐링 여행지


안반데기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안반데기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강원도 산길을 달리다 보면 해발 1,100m 고갯마루가 통째로 배추밭인 곳이 나오는데,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에 있는 안반데기다. 이름이 워낙 낯설어 정선이나 평창 어디쯤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행정구역으로 따지면 강릉 땅이다.

밭 넓이만 195ha에 이르러 평수로는 60만 평 가까이 되고, 국내에서 가장 큰 고랭지 채소밭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50만 평에 배추를 심고, 나머지 10만 평쯤은 능선을 따라 늘어선 풍력발전기가 차지하고 있다.

한여름에도 이곳은 고지대라 시원한 편이고 이 밭이 한 해 중 가장 꽉 차는 때라서, 낮에는 초록이 능선 끝까지 덮인 풍경을 보러 오는 사람이, 밤에는 은하수를 담으러 오는 사람이 같은 고갯길을 올라온다.

떡 치는 안반을 닮은 땅

안반데기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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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반은 떡을 칠 때 밑에 받치는 두툼한 나무판을 가리키는 말이고, 데기는 평평한 땅을 뜻하는 강원도 말이다. 두 말을 붙여 놓으면 떡판처럼 우묵하면서도 널찍한 땅이라는 뜻이 되는데, 고개에 올라서서 밭을 내려다보면 왜 그 이름이 붙었는지 단번에 알게 된다.

능선이 한 번에 뚝 떨어지지 않고 완만하게 휘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기 때문에, 밭고랑이 그 곡선을 그대로 따라 그어져 있다.

이 곡선을 가장 잘 보는 자리가 멍에전망대인데, 소의 목에 얹는 멍에에서 이름을 따왔고 차를 세워 둔 곳에서 십오 분쯤 걸어 오르면 닿는다. 반대편 능선에는 일출전망대가 따로 있어 해 뜨는 쪽을 마주 보게 된다.

두 전망대 사이를 잇는 길이 운유길이고, 그 중간에 운유쉼터가 있다. 운유는 구름이 논다는 뜻인데, 이름값을 하느라 구름이 밭 높이까지 내려앉는 날이 잦아 고랑 사이로 구름이 흘러가는 장면이 나온다.

안반데기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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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가 이렇게까지 자라 있는 시기는 생각보다 짧다. 고랭지 배추는 5월과 6월에 모종을 옮겨 심어 8월 중순부터 9월 사이에 뽑아 내므로, 밭이 빈틈없이 초록으로 차는 것은 딱 이맘때다.

수확이 시작되면 밭은 며칠 사이에 갈색 흙바닥으로 바뀐다.

배추 사이사이에는 감자밭도 섞여 있어 6월 말에서 7월 초에는 흰 감자꽃이 함께 올라오는데, 8월에 가면 그 자리는 이미 잎이 누렇게 내려앉아 있다.

화전민이 1965년에 갈아엎은 비탈

안반데기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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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사진 찍는 사람이 줄을 서는 자리지만, 이 밭이 생긴 내력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1965년 화전민들이 산에 불을 놓고 비탈을 일구기 시작한 것이 안반데기의 출발이었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씨감자를 길러 내는 채종포 마을로 지정되면서 감자와 배추를 번갈아 심는 방식이 자리를 잡았고, 그러면서 이 비탈이 밭다운 밭이 됐다.

땅은 오랫동안 남의 것이었다가 1995년에야 스물여덟 가구가 농지를 정식으로 사들이면서 비로소 자기 땅이 됐다.

안반데기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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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서 배추를 기르는 집은 서른 가구 남짓이고 실제로 밭을 매는 농가는 그중 열여덟 곳인데, 관광지이기 이전에 사람이 먹고사는 일터라는 뜻이다. 밭고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길과 전망대에서만 보는 것이 이곳을 오래 볼 수 있는 방법이다.

밤이 되면 이 고개는 또 다른 이유로 붐빈다. 주변에 불빛을 낼 만한 것이 거의 없고 고도가 높아 공기가 맑은 날이면 맨눈으로도 은하수가 보이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사진 찍는 사람들 사이에서만 조용히 알려져 있던 자리다.

겨울에는 눈이 쌓여 고갯길 자체가 막히는 날이 많으니, 안반데기를 차로 올라가 볼 수 있는 계절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안반데기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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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강원 고지대라도 대관령 쪽 목장이 초지와 소를 보여 준다면 이곳은 오로지 밭이라, 사람 손이 만든 곡선이 얼마나 멀리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게 된다. 두 곳을 하루에 묶어 도는 사람이 많은 것도 그 표정 차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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