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와 주차비 모두 무료네요"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가 가득한 31만 5천㎡의 수목원


무궁화수목원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무궁화수목원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강원 홍천 북방면 가리산 자락에는 나라꽃 무궁화만 따로 모아 심어 놓은 수목원이 있는데, 이름도 그대로 무궁화수목원이라 여름에 찾아가면 이름값을 그대로 하는 곳이다. 31만 5천㎡가 넘는 터에 열여섯 개의 주제원을 두었고, 들어가는 데 돈을 받지 않는다.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알고는 있어도 여러 품종을 한자리에서 견줘 본 사람은 드문데, 이곳 품종원에는 80여 품종이 모여 있어 흰 꽃부터 자줏빛 꽃까지 색이 한 줄로 이어진다. 가운데가 붉게 물든 것이 있는가 하면 아예 물들지 않은 것도 있어, 같은 무궁화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생김새가 갈린다.

홍천이 하필 무궁화의 고장이 된 데에는 이유가 있어서, 이 수목원을 제대로 보려면 꽃 자체와 함께 같은 홍천 땅 모곡리에서 벌어진 일까지 알고 가는 편이 낫다.

아침에 피어 저녁에 지는 꽃

무궁화수목원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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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는 한 송이가 오래 버티는 꽃이 아니라서, 이른 아침에 벌어졌다가 해가 기울면 오므라들어 그날로 떨어진다. 대신 한 그루에서 새 꽃봉오리가 쉼 없이 올라오기 때문에 7월부터 9월까지 백 일 가까이 꽃이 끊이지 않는다.

끝없이 피고 진다는 뜻의 이름이 여기서 나왔는데, 그래서 아침나절에 가면 그날 갓 벌어진 꽃을 보게 되고 오후 늦게 가면 오므라들기 시작한 꽃을 보게 된다.

품종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 꽃잎이 온통 흰 배달계와 가운데에 붉은 무늬가 박힌 단심계, 그 무늬가 꽃잎 바깥까지 번져 나간 아사달계로 갈린다. 품종원은 이 계통을 나누어 심어 놓았으므로 이름표를 따라 걷다 보면 차이가 저절로 눈에 들어온다.

무궁화수목원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무궁화수목원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아이를 데리고 온 사람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자리는 무궁화 미로원이다. 사람 키보다 높은 무궁화 울타리로 길을 만들어 두어서, 꽃을 보는 동안 아이는 아이대로 길을 찾느라 바쁘다.

숲길을 걷고 싶은 사람이라면 무궁누리길 쪽으로 걸음을 돌리면 된다. 수목원 뒤편 산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산책로인데, 볕이 강한 한낮에도 나무가 머리 위를 덮어 준다.

억새원과 배나무원처럼 무궁화와 상관없는 정원도 함께 두었고, 온실과 어린이 놀이터까지 갖춰져 있어 꽃만 보고 나오기에는 터가 넓다.

2026년 5월에는 5천㎡ 크기의 유채·메밀꽃밭도 새로 열었는데, 이쪽은 봄과 가을이 제철이라 한여름에 가면 무궁화 쪽으로 걸음이 몰린다.

모곡리에서 불탄 묘목 8만 주

무궁화수목원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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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이 무궁화와 엮이게 된 것은 한서 남궁억 선생 때문인데, 1918년 홍천 서면 모곡리로 내려온 뒤 모곡학교를 세우고 그 마당에서 무궁화 묘목을 길러 냈다.

여기서 자란 묘목은 전국의 학교와 교회로 실려 나갔다. 나라꽃을 심는 일 자체가 그 시절에는 말을 대신하는 방법이었다.

1933년 일제는 이 활동을 치안을 어지럽히는 짓으로 몰아 선생은 물론 모곡학교 교직원과 교회 사람들까지 함께 잡아들였고, 길러 두었던 묘목 8만 주에 불을 놓았다. 선생은 1935년 병보석으로 풀려날 때까지 옥에 갇혀 있었다.

이 일을 무궁화 사건 또는 십자가당 사건이라고 부른다.

무궁화수목원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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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곡리에는 한서남궁억기념관이 남아 있어 수목원과 묶어 도는 사람이 많은데, 두 곳은 같은 홍천군 안에서도 서쪽과 북쪽으로 갈라져 있어 하루를 넉넉히 잡는 편이 낫다.

수목원은 3월부터 11월까지 숲해설 프로그램을, 4월부터 10월까지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단체로 가거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려면 미리 전화로 예약해 두어야 한다.

무궁화수목원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무궁화수목원 / 한국관광콘텐츠랩-김지호

광복절 무렵이 되면 무궁화는 한 해 중 가장 흐드러지는 시기에 들어간다. 산림청과 지자체가 해마다 여는 나라꽃 무궁화 전국축제의 무대가 이곳이 된 적도 있는데, 축제 날짜와 개화 절정이 겹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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