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청이 달린 가을 무 한 개를 도마 위에서 잎 밑동 1~2cm 위로 자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9월 하순으로 들어서면 시장과 마트 채소 코너에 가을 무가 한가득 쌓인다. 이맘때 무는 단맛이 오르고 값도 내려서 국이나 조림에 쓸 생각으로 두세 개씩 사 오게 되는데, 무청이 푸르게 달린 것을 고르는 사람이 많다. 잎이 시들지 않고 빳빳하게 서 있으면 밭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 온 무를 잎째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 채소칸이나 베란다에 넣어 두고 며칠이 지나 꺼내 보면, 들었을 때 무게가 가볍고 칼을 넣었을 때 속에 자잘한 구멍이 보인다. 국에 넣어도 국물이 시원하게 우러나지 않고, 무가 물컹해져 씹는 맛도 없다.
잎이 달린 무를 사 왔다면 잎은 그날 전부 잘라 따로 쓰고, 무만 싸서 0~4도가 되는 자리에 넣는 것이 좋다. 손이 많이 가는 일도 아니고 칼 한 번 쓰면 끝나는데, 이 한 가지만 지켜도 무가 훨씬 오래 단단하게 남는다. 잘라낸 무청도 버리지 않고 말려 두면 두 달 가까이 쓸 수 있다.
잎을 그대로 달고 두면 무에 바람이 드는 이유
잎이 달린 무와 잎을 잘라낸 무를 나란히 놓아 보관 전 차이를 보여 주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무는 땅에서 뽑힌 뒤에도 잎이 한동안 살아 있는 상태라, 넓은 잎 표면으로 물기가 계속 날아간다. 날아간 만큼은 무 본체에 들어 있던 물기로 채워지기 때문에, 잎을 달아 둔 며칠 동안 무는 겉이 아니라 속부터 마른다. 무게가 가벼워지고 속에 구멍이 생기는 것이 바로 물기가 빠져나간 자리다.
봉지에 싸서 냉장고에 넣어 두어도 이 과정이 멈추지는 않는다. 온도를 낮추면 속도가 느려질 뿐이고 잎이 붙어 있는 동안에는 계속 진행되기 때문인데, 봉지 안에서는 먼저 물러진 잎에서 물이 나와 그 자리부터 미끈거리고 냄새가 난다. 잎이 싱싱해 보이던 이틀 사흘 사이에 무 쪽은 이미 손해를 본 셈이다.
잎을 잘라낸 무는 0~4도, 습도 90~95%쯤 되는 자리에서 가장 오래 간다. 다만 0도 아래로 계속 내려가면 얼기 시작하고, 무가 어는 온도는 영하 1.5도 정도라서 한겨울 베란다에 그냥 두면 겉이 얼었다 녹으면서 물러진다. 씻는 것도 보관 전에는 하지 않는데, 겉에 묻은 흙이 마른 채로 있는 편이 낫고 물기가 남으면 그 자리부터 상한다.
씻지 않은 무 표면에 마른 흙이 조금 남아 있는 가까운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잎 달린 가을 무 손질해서 보관하는 방법
무 몸통에서 잎 밑동을 조금 남기고 자른 뒤의 단면과 무청.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무를 사 온 날 바로 무청을 자른다. 무 몸통에서 1~2cm쯤 잎 밑동을 남기고 칼로 한 번에 자르면 되는데, 몸통 살까지 파고들게 깊이 자르면 그 자리로 물기가 빠지니 밑동만 남기고 끊는다. 무 여러 개를 사 왔어도 잎은 전부 잘라 낸다.
잎을 자른 무는 씻지 않고 흙이 묻은 그대로 신문지나 종이로 한 겹 감싼 다음, 비닐봉지에 넣어 입구를 느슨하게 접어 둔다. 종이가 봉지 안에 생기는 물기를 받아 주고, 입구를 꽉 묶지 않아야 봉지 안이 축축해지지 않는다. 이대로 냉장고 채소칸에 세워서 넣으면 된다.
종이로 감싼 무를 느슨하게 접은 비닐봉지에 넣어 채소칸에 세워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둘 자리는 냉장고 채소칸이나 김치냉장고 야채실이 가장 무난하다. 겨울에 베란다에 내놓을 때는 신문지를 여러 겹 감고 종이 상자에 담아 바닥에서 띄워 두고, 창 쪽보다 벽 쪽에 붙여 영하로 내려가지 않게만 신경 쓴다. 보름쯤 지나 손으로 눌렀을 때 껍질이 들어가지 않고 단단하면 잘 보관되고 있는 것이다.
잘라낸 무청은 그날 데쳐서 나물로 먹거나 말려 둔다. 굵은 줄기를 갈라 물에 한 번 헹구고 물기를 턴 다음 바람이 통하는 그늘에 걸어 바싹 말리고, 종이봉투나 밀폐용기에 담아 빛이 들지 않는 곳에 둔다. 한 달이 지나면 영양분이 꽤 줄지만 두 달까지는 대부분 남아 있어 국이나 나물에 넣어 쓰기에 충분하다.
가을 무는 한 번 사면 겨우내 꺼내 쓰는 재료라, 사 온 날 잎만 잘라 두는 손질을 습관으로 삼아 보길 권한다. 무 한 개를 제대로 두면 국물 맛이 달라지고 무청까지 두 달을 더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