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럼세탁기 조작부에서 60도 온수 설정이 선택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9월 말이 되면 장 안쪽에 넣어 뒀던 가을·겨울 이불을 꺼내게 된다. 여름 내내 압축팩이나 장 속에 들어가 있던 이불은 꺼내자마자 퀴퀴한 냄새부터 나고, 커버를 벗겨 보면 눈에 보이는 얼룩이 없어도 그대로 덮기가 꺼려진다.
그래서 대부분은 이불 커버와 베개 커버를 벗겨 세탁기에 넣고 이불 코스나 표준 코스를 누른다. 그런데 이렇게 한 번 빨아 씌우고 나서도 아침에 일어나면 재채기가 나오고 코가 막히는 일이 그대로인 경우가 많은데, 빨래를 했는데도 달라진 것이 없으니 이불 탓인지 환절기 탓인지 알기 어렵다.
이불 빨래에서 결과를 가르는 것은 세제도 코스 이름도 아니고 물 온도다. 세탁기에서 물을 55도 이상으로 맞추는 온수 코스를 고르는 것만으로 같은 수고에서 나오는 결과가 달라진다.
40도 물로 빤 이불에 재채기가 남는 이유
침대 위에 펼친 이불 커버의 섬유 결을 가까이에서 살펴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이불 속에 쌓이는 것은 겉으로 보이는 먼지만이 아니다. 사람이 자는 동안 떨어진 각질과 땀 때문에 이불과 베개 속은 집먼지진드기가 지내기 좋은 자리가 되고, 시간이 지나면 진드기와 그 배설물이 잘게 부서져 가루 형태로 섬유 사이에 남는다. 아침 재채기와 코막힘은 이 가루를 들이마시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 가루는 이불을 털거나 볕에 널어 두는 것만으로는 잘 빠지지 않고, 세탁기에 돌려도 물이 미지근하면 진드기 자체가 살아남는다. 표준 코스가 쓰는 찬물이나 40도 물은 진드기가 견딜 만한 온도라, 세탁이 끝난 이불 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가 다시 늘어난다.
집먼지진드기가 죽는 온도는 55도부터다. 물이 55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세탁이 도는 동안 진드기가 정리되고, 죽은 진드기와 배설물 가루는 물에 풀려 헹굼물과 함께 빠져나간다. 그래서 이불 빨래는 세제를 얼마나 넣느냐보다 세탁기가 물을 몇 도까지 데우느냐에서 갈린다.
세탁기 화면에 60도 온수와 추가 헹굼 설정이 함께 표시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이불과 베개 커버 55도 온수로 세탁하는 방법
지퍼를 잠근 이불 커버 한 채를 드럼세탁기에 넣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세탁기 앞에서 할 일은 간단하다. 이불 코스나 침구 코스를 고른 다음 물 온도 버튼을 눌러 55도 이상으로 올린다. 온도가 40도, 60도처럼 단으로 나뉘어 있는 세탁기라면 60도를 고르면 되고, 온수가 연결돼 있지 않은 세탁기라면 내부 히터로 물을 데우는 온수·삶음 코스를 쓴다. 이불은 한 번에 한 채만 넣고, 커버는 지퍼와 단추를 잠근 뒤 뒤집어 넣어야 속면까지 물이 통한다.
세제는 평소 쓰던 양 그대로 둔다. 진드기 가루를 빼겠다고 세제를 더 넣으면 거품이 남아 섬유 사이에 세제 찌꺼기가 끼는데, 그보다는 헹굼을 한 번 추가하는 쪽이 낫다. 헹굼이 끝난 커버를 손으로 만졌을 때 미끌거림이 없어야 제대로 빠진 것이다.
헹군 이불 커버를 양손으로 만져 물기를 확인하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다 빨았으면 속까지 완전히 마를 때까지 말린다. 겉면이 보송해도 솜 안쪽에 물기가 남아 있으면 그 습기 때문에 진드기가 다시 늘어나기 때문인데, 건조기를 쓴다면 표준보다 한 단계 긴 코스로 돌리고 볕에 넌다면 한나절로는 부족해 하루를 꼬박 두는 것이 좋다. 이불을 반으로 접어 안쪽을 손등으로 눌러 봤을 때 서늘한 기운이 없으면 다 마른 것이다.
물세탁이 되는 침구는 주에 한 번씩 이 방법으로 돌리는 것이 좋고, 피부가 예민하거나 아토피가 있는 사람이 쓰는 침구라면 60도 이상으로 맞춘다. 다만 오리털이나 거위털이 든 이불, 울과 실크 소재는 높은 온도에서 줄어들거나 뭉칠 수 있어 라벨에 적힌 세탁 온도를 먼저 확인하고, 그런 이불은 커버만 온수로 빨아 쓰는 것이 안전하다.
아침에 나오는 재채기를 환절기 탓으로만 여기다 보면 해마다 같은 가을을 보내게 되니, 올해 이불을 꺼내면서 세탁기 온도 버튼을 한 번 더 눌러 보길 권한다. 이불을 55도로 빠는 일은 하루 예닐곱 시간씩 얼굴을 묻고 자는 자리를 챙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