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림질판 위에 포갠 검은 슬랙스의 바짓단을 빨래집게 두 개로 고정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정장 바지나 슬랙스를 옷장에 오래 걸어 두었다가 꺼내면 앞에 서 있던 주름선이 뭉개져 옷차림 전체가 축 처져 보인다. 출근 전에 다리미를 꺼내 급하게 눌러 보지만 한 손으로 원단을 붙잡고 다른 손으로 다리미를 미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고, 다 다리고 펼쳐 보면 앞주름이 한 줄이 아니라 두 줄로 서 있는 날도 많다.
잘못 선 줄을 없애려고 물을 다시 뿌려 가며 눌러 보면 시간은 시간대로 걸리고 원단은 눌린 자리마다 번들거려서, 결국 주름 잡기를 포기하고 그대로 입고 나가게 된다. 그런데 세탁소에서 바지를 다릴 때는 원단을 손으로 붙잡지 않고 바짓단 쪽을 아예 고정해 두고 다린다. 다리미를 다루는 솜씨보다 원단이 움직이지 않게 붙들어 두는 쪽이 결과를 가르기 때문인데, 집에서도 빨래집게 두세 개만 있으면 같은 방식으로 앞주름을 한 줄로 세울 수 있다.
손으로 눌러 다릴 때 주름이 두 줄로 서는 이유
포갠 슬랙스의 안쪽과 바깥쪽 봉제선이 바짓단에서 정확히 맞닿아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바지에는 앞주름선을 기준으로 다리통 안쪽과 바깥쪽에 봉제선이 하나씩 지나간다. 두 다리통을 포개 놓을 때 이 두 봉제선이 정확히 겹쳐야 접힌 자리가 원래 주름선 위에 놓이는데, 조금만 어긋나게 포개면 주름선이 아닌 엉뚱한 자리로 다리미가 지나가면서 새 줄이 하나 더 생긴다.
더 큰 문제는 다림질을 시작한 뒤에 벌어진다. 다리미를 앞으로 밀 때마다 원단이 같이 밀려 나가 처음에 맞춰 둔 봉제선이 슬금슬금 어긋나기 때문인데, 손으로 아무리 눌러도 다리미가 지나가는 힘을 당해 내지 못해서 무릎 위에서는 맞았던 선이 발목 쪽에서는 한 뼘 가까이 벌어져 있기도 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더 세게 누르는 손이 아니라 원단을 한자리에 붙잡아 두는 도구다. 빨래집게는 무는 힘이 세지 않아 원단에 자국을 거의 남기지 않으면서도 겹쳐 놓은 두 겹을 고정해 두기에는 충분하다.
빨래집게로 바지 앞주름 한 줄로 다리는 방법
얇은 면수건을 덮은 슬랙스 위를 다리미로 눌러 주름선을 잡는 장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할 것은 빨래집게 두세 개와 분무기, 그리고 다림질 천으로 쓸 얇은 면수건 한 장이다. 다리미 온도는 모직이나 혼방 슬랙스라면 중간 단계에 맞추고 스팀을 켜 두면 되는데, 라벨에 적힌 표시가 더 낮은 온도를 가리키면 그쪽을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
먼저 다림질판 위에 바지를 옆으로 눕히고 두 다리통을 포갠다. 바짓단을 잡고 안쪽 봉제선끼리, 바깥쪽 봉제선끼리 정확히 맞물리도록 맞춘 다음 허리 쪽에서 바짓단 쪽으로 손바닥을 쓸어 내리면 아래쪽에 접힌 선이 저절로 생기는데, 이 선이 바로 앞주름선 자리다.
선을 맞춘 상태에서 바짓단 끝의 주름선 양쪽을 빨래집게로 하나씩 물린다. 다리통이 넓은 바지라면 가운데 한 개를 더 물려 세 개로 고정하는 것이 좋다. 그다음 분무기로 물을 가볍게 뿌리고 면수건을 덮은 뒤, 다리미를 문지르지 말고 5초쯤 눌렀다 떼기를 반복하면서 허리 쪽에서 바짓단 쪽으로 한 번에 내려간다.
한쪽 면이 끝나면 집게를 물린 채로 바지를 뒤집어 반대쪽도 같은 방식으로 다리고, 마지막에 집게를 빼고 바짓단 끝 부분만 마저 눌러 준다. 주름선을 손으로 훑었을 때 얇은 날처럼 잡히면 다 된 것이다. 폴리에스터가 많이 섞인 바지는 다리미가 직접 닿으면 그 자리가 번들거리므로 면수건을 반드시 덮고 다린다.
바짓단 양쪽을 집게로 고정한 채 면수건 아래로 한 줄의 앞주름을 다리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다 다린 바지는 바로 접지 말고 다림질판 위에 5분쯤 그대로 두어 완전히 식힌다. 열이 남아 있을 때 접거나 그대로 입고 앉으면 세워 둔 주름이 바로 눌리기 때문이다. 식은 뒤에는 서랍에 개어 넣는 대신 허리를 집게형 옷걸이에 물려 세로로 걸어 두면 다음에 꺼낼 때도 주름선이 그대로 살아 있다.
식힌 검은 슬랙스를 집게형 옷걸이에 세로로 걸어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다음에 슬랙스를 다릴 일이 생기면 빨래집게부터 두세 개 꺼내 놓고 시작해 보길 권한다. 손으로 붙잡느라 씨름하던 시간이 줄고, 한 번 제대로 세워 둔 주름선은 여러 번 다시 다리지 않아도 오래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