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 유리 잼병의 금속 뚜껑 테두리에 숟가락 끝을 댄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냉장고에서 잼병을 꺼내 뚜껑을 돌리는데 손목만 아프고 꼼짝도 하지 않는 일은 누구나 겪는다. 파스타 소스나 피클처럼 유리병에 담겨 나오는 식품은 한 번 열었던 병조차 며칠 두면 다시 단단하게 잠겨 있어서, 아침 식탁 앞에서 병 하나를 붙들고 한참 씨름하게 된다.
이럴 때 대부분은 고무장갑을 끼거나 마른 수건으로 뚜껑을 감싸 쥐고 온 힘을 준다. 손이 미끄러지는 것은 줄어들지만 돌아가지 않던 뚜껑은 여전히 돌아가지 않고 손목과 손바닥만 얼얼해지는데, 결국 다른 식구를 불러 병을 넘기고 마는 경우도 많다.
병뚜껑이 안 열리는 이유는 공장에서 너무 세게 조여서가 아니라, 병이 식으면서 안쪽에 생긴 진공 때문이다. 이 진공만 풀어 주면 손힘을 거의 쓰지 않고도 뚜껑이 돌아가는데, 필요한 도구는 서랍 안에 있는 숟가락 하나다.
식으면서 생긴 진공이 눌러 붙인 병뚜껑
가운데가 살짝 오목한 금속 뚜껑을 위에서 가까이 본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유리병에 담긴 잼이나 소스는 뜨거운 상태로 병에 채우고 곧바로 뚜껑을 닫아 밀봉한다. 그다음 내용물이 식으면 병 안의 공기 부피가 줄어들어 안쪽 기압이 바깥보다 낮아지는데, 그 차이만큼 바깥 대기압이 뚜껑을 아래로 눌러 병목에 단단히 밀착시킨다. 뚜껑 가운데가 살짝 오목하게 들어가 있는 병이 바로 그 상태다.
그래서 손에 힘을 더 주는 방식은 잘 통하지 않는다. 뚜껑을 붙잡고 있는 것은 나사를 조인 힘만이 아니라 뚜껑 면 전체를 누르는 대기압이라서, 쥐는 힘을 키워도 눌러 붙은 부분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인데, 오히려 병목에 무리한 힘이 쏠려 유리가 깨지거나 뚜껑이 찌그러질 수 있다.
반대로 뚜껑과 병목 사이에 공기가 한 번 들어가면 안과 밖의 기압이 같아져 누르던 힘이 사라진다. 틈을 크게 벌릴 필요도 없고 공기가 들어갈 만큼만 살짝 들어 올리면 되는데, 그 얇은 틈을 만드는 데 지렛대 역할을 해 주는 것이 숟가락 끝이다.
잼병에 꽉 잠긴 뚜껑 숟가락으로 여는 방법
한 손으로 잼병 몸통을 잡고 굵은 스테인리스 숟가락을 준비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밥을 떠먹는 숟가락 하나면 된다. 자루가 얇은 티스푼이나 플라스틱 숟가락은 힘을 받는 순간 휘어지니 자루가 굵고 단단한 스테인리스 숟가락을 고르는 것이 좋다. 병은 식탁 위에 놓고 한 손으로 몸통을 감싸 쥐어 움직이지 않게 잡는다.
그다음 숟가락 끝을 뚜껑 아래 테두리와 병목 사이에 비스듬히 끼운다. 금속 뚜껑 아래쪽은 병목 유리보다 조금 튀어나와 있어서 숟가락 끝이 걸릴 만한 틈이 있는데, 끝이 2~3mm만 들어가도 충분하니 깊게 밀어 넣지 않는다.
금속 뚜껑 아래 테두리와 유리병 목 사이에 숟가락 끝을 얕게 끼운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끼운 숟가락 자루를 병 쪽으로 천천히 눕히듯 눌러 뚜껑 테두리를 위로 살짝 들어 올린다. 이때 '푸슉' 하는 소리가 나면 공기가 들어가 진공이 풀린 것이다. 한 자리에서 소리가 나지 않으면 숟가락을 빼서 테두리를 따라 두세 군데 옮겨 가며 같은 동작을 하는데, 한 번에 세게 비틀면 유리가 상할 수 있으니 힘은 짧게 준다.
숟가락 자루를 병 쪽으로 눌러 뚜껑 테두리를 아주 조금 들어 올리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소리가 난 뒤에는 숟가락을 빼고 맨손으로 뚜껑을 돌리면 5초 안에 돌아간다. 그래도 빡빡하면 병을 뒤집어 바닥을 손바닥으로 3~4회 가볍게 두드린 다음 다시 돌려 보는데, 이것도 흔들린 공기가 틈으로 들어가게 만드는 같은 원리다.
두 방법이 다 안 통하면 뚜껑만 따뜻한 물에 30초쯤 대고 있는다. 금속이 유리보다 잘 늘어나서 뚜껑이 조금 커지며 돌리는 저항이 줄어드는데, 병째 담그면 내용물까지 데워지니 뚜껑 쪽만 닿게 기울여 대고 꺼낸 뒤에는 물기를 마른 수건으로 닦고 돌린다.
뚜껑을 누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면 병 하나 앞에서 힘을 겨룰 일이 없어지니, 다음에 잼병이 안 열릴 때는 숟가락부터 꺼내 보길 권한다. 손목에 무리를 주지 않고 병도 깨뜨리지 않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르게 여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