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접시에 펼쳐 식히는 윤기 나는 잔멸치볶음입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멸치볶음은 한 번 만들어 두면 며칠씩 꺼내 먹는 밑반찬이라 주말마다 한 통씩 볶아 두는 집이 많다. 그런데 갓 볶아 접시에 담았을 때는 윤기가 돌고 부드럽던 멸치가, 반찬통에 옮겨 담아 하루만 지나면 서로 들러붙어 한 덩어리로 굳어 버리는 일이 자주 생긴다.
젓가락으로 떼어내면 부스러지고 씹으면 딱딱해서, 이가 약한 어르신이나 아이들은 몇 번 집어 먹다가 젓가락을 놓는다. 물엿을 덜 넣어 보기도 하고 기름을 더 둘러 보기도 하지만, 식은 뒤에 굳는 것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양념의 양이 아니라 양념을 넣는 시점이다. 불을 완전히 끄고 팬에 남은 열로만 양념을 섞으면, 똑같은 재료로 볶아도 식은 뒤에 굳지 않는다.
식은 뒤 한 덩어리로 굳는 멸치볶음
팬에서 오래 졸이지 않고 멸치 표면에 양념이 얇게 묻은 모습입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멸치볶음이 굳는 것은 양념에 들어간 올리고당이나 물엿 때문인데, 이 당분은 뜨거운 팬 위에서 계속 졸아들수록 수분이 빠지면서 당분끼리 단단하게 엉겨붙는다. 팬에서 졸인 시간이 길수록 엿처럼 끈적해지고, 그 상태로 식으면 멸치와 멸치 사이를 붙여 놓는 접착제나 마찬가지가 된다.
양념을 넣고 한참을 더 볶아야 간이 밴다고 생각해 중불에 계속 뒤적이는 것이 보통인데, 그렇게 볶는 동안 굳는 원인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멸치에 남아 있던 수분까지 더해지면 양념이 겉돌아서 올리고당을 더 붓게 되고, 식은 뒤에는 더 단단해진다.
불을 끈 팬에는 양념을 졸일 힘은 없고 버무릴 만큼의 열만 남는다. 이때 올리고당을 넣으면 당분이 엉길 틈 없이 멸치 겉면에 얇게만 묻어서, 식은 뒤에도 바삭한 식감이 그대로 남고 이가 약한 사람도 씹기 편하다.
멸치볶음 식어도 딱딱해지지 않게 볶는 방법
잔멸치와 양념을 계량해 조리 전 준비한 모습입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분량은 잔멸치 종이컵 3컵을 기준으로 잡는다. 간장 1~1.5큰술, 올리고당 2큰술, 설탕 0.5큰술, 미림 1큰술, 참기름 1큰술에 다진 마늘 반 큰술과 통깨 약간이면 충분하다. 올리고당 대신 알룰로스를 써도 된다.
먼저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멸치만 넣고 약불에서 2~5분 볶는다. 팬을 흔들어 가며 골고루 굴려 주면 멸치에 남아 있던 수분과 비린내가 날아간다. 멸치가 손끝에 바스락거리고 팬 바닥에 잔가루가 보이면 다 된 것이니, 체에 밭쳐 가루를 털어 내고 잠시 덜어 둔다.
기름 없이 볶은 잔멸치를 체에 담아 가루를 털어 내는 모습입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같은 팬에 식용유 1큰술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중약불에서 30초쯤 볶아 향을 낸 다음, 간장과 미림, 설탕을 넣고 끓어오를 때 덜어 둔 멸치를 다시 넣는다. 이미 한 번 볶은 멸치라 센 불은 쓰지 않고, 중약불에서 30초에서 1분만 뒤적여 간장이 고루 묻을 정도로만 볶는다.
간장 양념이 고루 묻도록 잔멸치를 짧게 볶는 모습입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여기서 불을 완전히 끄고 팬을 불에서 내린 다음 올리고당과 참기름, 통깨를 넣는다. 젓가락으로 살살 버무리듯 섞어야 하는데, 세게 젓거나 아쉬운 마음에 불을 다시 켜면 양념이 졸아 처음으로 돌아간다. 다 섞였으면 넓은 접시에 펼쳐 완전히 식힌 뒤 반찬통에 담는데, 뜨거울 때 뚜껑을 덮으면 김이 서려 눅눅해진다. 이미 굳어 버린 멸치볶음은 참기름 몇 방울을 넣어 다시 버무리면 먹기 한결 낫다.
멸치볶음은 재료를 바꾸지 않고 불 끄는 시점만 앞당겨도 결과가 달라지니, 다음에 볶을 때 그대로 한번 해 보길 권한다. 날마다 밥상에 오르는 밑반찬일수록 식구들이 부담 없이 집어 먹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