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남면에 있는 민둥산은 해발 1,119m다. 이름 그대로 정상부에 큰 나무가 거의 없다. 대신 약 66만㎡, 20만여 평에 이르는 억새 군락이 산꼭대기를 통째로 덮고 있다. 능선에 올라서면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어 백두대간 산줄기가 겹겹이 포개진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억새는 9월 말부터 이삭을 펴 은빛으로 서기 시작하고, 10월 중순에서 11월 초에 절정에 이른다. 지금은 초록빛이 남은 억새 사이로 흰 이삭이 하나둘 올라오는 시기다. 절정기의 빽빽한 은빛은 아직이지만, 사람이 몰리기 전에 넓은 평원을 여유롭게 걸어볼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한 시간 남짓이면 닿는 억새 평원
민둥산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가장 수월한 길은 발구덕 방향 코스다. 마을까지 차나 셔틀로 올라간 뒤 걷기 시작하면 경사가 완만해 1시간 안팎이면 억새밭 초입에 닿는다. 숲을 빠져나오는 순간 시야가 한 번에 트이면서 능선 전체가 억새로 채워진 풍경이 나타난다.
정상에서는 사방이 모두 보인다. 동쪽으로는 백운산과 함백산 줄기가, 남쪽으로는 첩첩이 이어진 정선 일대 산세가 늘어선다. 억새는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한꺼번에 누웠다 일어나는데, 해가 낮게 걸리는 오후에는 이삭이 빛을 받아 능선 전체가 은색으로 번진다.
평원을 가로지르는 길은 한 줄이 아니다. 정상에서 능선을 한 바퀴 돌아 내려오는 순환 코스를 택하면 왕복 3시간 안팎이 걸린다. 같은 억새밭이라도 걷는 방향에 따라 앞에 놓이는 산줄기가 달라져, 오를 때와 내려올 때 보는 풍경이 서로 다르다.
구덩이 지형과 여섯 갈래 등산로
민둥산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산 중턱의 발구덕 일대는 석회암이 녹아 땅이 움푹 꺼진 돌리네 지형이다. 풀밭 한가운데가 접시처럼 파여 있고, 비가 많이 온 뒤에는 바닥에 물이 고여 작은 연못이 생기기도 한다. 억새 능선과는 전혀 다른 초원 풍경이라 오르내리는 길에 잠시 발을 멈추게 된다.
등산로는 증산리에서 정상으로 곧장 오르는 코스와 억새 평원을 도는 순환 코스 등 여섯 갈래가 안내되고 있다. 증산리 출발 코스는 처음부터 오르막이 이어지는 대신 숲길을 지나 능선으로 올라서는 맛이 있고, 발구덕 코스는 가파른 구간이 짧아 아이나 어른이 함께 걷기에 낫다.
민둥산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억새 사이로 난 길은 대부분 흙길이고 폭이 좁다. 키가 사람 어깨나 머리 높이까지 자란 구간에서는 앞사람 뒷모습만 보일 정도로 억새가 빽빽해진다. 평원 곳곳에 놓인 나무 데크와 쉼터에 올라서면 능선 전체가 한눈에 들어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주로 이 자리에 머문다.
주말 셔틀과 기차로 찾아가는 길
민둥산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정선군은 민둥산 등산로 일원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11월 8일까지 주말마다 운행한다. 운행 횟수는 하루 4회이고, 억새축제 기간인 9월부터 11월까지는 민둥산운동장과 능전마을에서 각각 발구덕으로 올라가는 두 개 노선이 움직인다. 요금은 1인 1만 원이며, 탑승객에게는 정선아리랑상품권 5천 원이 환급된다.
차가 없어도 닿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산의 장점이다. 정선선 민둥산역이 산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어 기차에서 내린 뒤 셔틀이나 시내 교통편으로 등산로 입구까지 이어진다. 정상부는 해발 1,100m가 넘어 아침저녁 기온이 아래쪽보다 낮으므로 바람을 막을 겉옷을 챙기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