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한 물과 거품이 담긴 대야 안에 회색 니트가 소매까지 펼쳐진 채 가라앉아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서늘해지면서 옷장 깊숙이 넣어 두었던 니트를 꺼내게 되는 때다. 한 철을 접힌 채로 지낸 옷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나고 어깨에는 먼지가 쌓여 있어서, 입기 전에 한 번은 빨아야 마음이 놓인다. 그런데 이 첫 세탁에서 니트를 한 철 만에 못 입게 만드는 일이 자주 생긴다.
때를 빼려면 문질러야 한다고 생각해 세제 푼 물에 넣고 손으로 박박 비비거나 발로 밟아 빠는 것인데, 널어 말리고 나면 소매가 짧아져 있거나 표면에 보풀이 잔뜩 일어 처음 샀을 때 모양이 아니다. 한번 그렇게 된 니트는 다림질을 하거나 잡아 늘여도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울 니트는 힘을 준 만큼 깨끗해지는 옷이 아니다. 30도쯤 되는 미지근한 물에 울샴푸를 풀고 3분 정도 담갔다가, 비비지 말고 손바닥이나 발바닥 전체로 지그시 누르기만 해도 땀과 때는 빠진다.
비벼 빨수록 줄어드는 니트
마른 수건 위에 펼쳐 놓은 니트 소매 끝을 한 손이 잡아 결을 살펴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니트가 줄어드는 이유는 울 실의 표면에 있다. 양털에서 뽑은 울은 실 한 올 한 올이 기왓장처럼 겹쳐진 비늘로 덮여 있는데, 이 비늘이 물에 젖으면 바깥으로 들뜬다. 들뜬 상태에서 비비거나 밟아 문지르면 비늘끼리 갈고리처럼 맞물리면서 실과 실이 서로 엉겨 붙는다.
한번 엉긴 실은 다시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빨기 전에는 맞던 옷이 마르고 나면 품이 좁아지고 소매가 짧아지며, 표면에는 끊어져 나온 잔털이 보풀로 남는다. 물이 뜨거울수록 비늘이 크게 벌어지기 때문에 뜨거운 물에 힘주어 빨면 줄어드는 정도가 더 심해지고, 손으로 빨더라도 비비는 동작이 들어가면 세탁기에 돌린 것과 결과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울 니트 세탁은 때를 문질러 떼어 내는 일이 아니라 물과 세제가 때를 밀어내도록 두는 일에 가깝다. 손을 담갔을 때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30도 정도의 물에 중성인 울샴푸를 풀어 두면, 옷에 밴 땀과 피지가 거품 쪽으로 옮겨 오면서 문지르지 않아도 물이 뿌옇게 흐려진다.
대야에 받은 맑은 물에 손등을 담가 온도를 확인하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니트 줄지 않게 손빨래하는 방법
펼친 손바닥으로 물에 잠긴 니트를 위에서 지그시 누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대야에 니트가 잠길 만큼 물을 받고 손등을 담가 온도를 본다. 김이 오르지 않고 미지근하게 느껴지는 30도 안팎이 적당하며, 따뜻하다 싶으면 찬물을 조금 섞는다. 여기에 울샴푸를 제품에 적힌 양대로 풀고 손으로 저어 거품을 낸 다음, 니트를 뒤집어 소매와 몸판을 펼친 채로 물에 가라앉힌다. 뭉쳐서 넣으면 안쪽까지 물이 닿지 않는다.
그대로 3분 정도 두면 물이 니트 안쪽까지 스며든다. 모직은 물속에 오래 있으면 줄어들거나 색이 빠지기 때문에 담가 두는 시간은 이보다 길게 잡지 않는 것이 좋다. 3분이 지나면 손바닥을 니트 위에 펴서 얹고 체중을 싣듯 지그시 눌렀다가 뗀다. 눌릴 때 옷 안의 물이 빠져나가고 손을 떼면 세제 물이 다시 들어가면서 때가 씻긴다.
이 동작을 자리를 옮겨 가며 3분쯤 되풀이한다. 발로 밟아 빨 때도 발바닥 전체를 평평하게 대고 누르며, 발뒤꿈치로 문지르거나 비벼 밟지 않는다. 물이 뿌옇게 흐려지면 때가 빠진 것이니 세제 물을 버리고 같은 온도의 깨끗한 물을 받아 같은 방식으로 누르며 헹구고, 물을 갈아 두세 번 반복한다. 만졌을 때 미끌거림이 없으면 헹굼이 끝난 것이다.
비틀어 짜면 그 자리가 늘어나므로 두 손으로 눌러 물기를 뺀 뒤 마른 수건 위에 펼쳐 놓고 수건째 돌돌 말아 눌러 준다. 말릴 때는 옷걸이에 걸지 않는다. 물을 머금은 니트는 무거워서 어깨와 밑단이 늘어지므로, 건조대 위에 수건을 깔고 원래 모양대로 펼쳐 눕혀 그늘에서 말린다. 니트 손빨래는 한 철에 두세 번이면 충분하다.
마른 흰 수건 위에 펼쳐 놓은 니트를 수건째 돌돌 말아 두 손으로 누르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올가을 처음 꺼낸 니트는 비벼 빠는 대신 미지근한 물에 3분 담갔다가 눌러 빠는 쪽으로 바꿔 보길 권한다. 손에 힘을 빼고 빨아야 지난겨울에 입던 모양 그대로 올겨울에도 입을 수 있다.
접이식 건조대에 수건을 깔고 그 위에 니트를 원래 모양대로 펼쳐 눕혀 말리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