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고갯길이 공짜에요"... 가을이면 억새가 함께 물드는 고원 드라이브 코스


만항재 야생화 탐방로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만항재 야생화 탐방로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고한읍과 태백시가 맞닿는 곳에 만항재라는 고개가 있다. 해발 1,330m로, 포장도로를 따라 차가 올라갈 수 있는 국내 지점 가운데 가장 높다. 지리산 정령치가 1,172m이니 그보다 150m 넘게 높은 자리까지 운전석에 앉은 채로 오르는 셈이다.

고갯마루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이미 웬만한 산 정상 높이다. 여기서 능선 길을 30~40분쯤 걸어 올라가면 함백산 꼭대기에 닿는다. 해발 1,573m로 남한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산인데, 들머리가 높은 덕분에 실제로 오르는 높이는 250m 남짓이다. 한 시간 조금 넘게 잡으면 정상을 밟고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차에서 내리면 이미 구름 높이

만항재 야생화 탐방로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만항재 야생화 탐방로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만항재 일대는 봄부터 가을까지 야생화가 이어져 천상의 화원이라 불린다. 고갯마루 양옆으로 완만한 숲과 풀밭이 펼쳐지고, 길가에는 야생화 군락을 둘러보는 짧은 산책로가 나 있다. 정상까지 오르지 않고 이 주변만 걸어도 고원 특유의 낮고 넓은 풍경을 본다.

정상 방향 길은 처음에 숲 사이로 완만하게 이어지다가 능선에 올라서면서 시야가 열린다. 높이가 올라갈수록 나무 키가 낮아지고 억새와 풀밭이 이어져, 걷는 내내 양옆으로 겹겹이 놓인 산줄기가 보인다.

길은 흙과 돌이 섞인 등산로이고 중간에 짧은 계단 구간이 있다. 가파르게 꺾이는 곳이 길게 이어지지는 않아, 걷는 속도만 늦추면 오르는 데 큰 부담이 없다.

정상 능선의 주목 군락과 사방 조망

만항재 야생화 탐방로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만항재 야생화 탐방로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정상 가까운 능선에는 천연보호림으로 지정된 주목 군락이 있다. 바람이 센 높이라 나무가 곧게 자라지 못하고 굵은 줄기가 비틀린 채 낮게 퍼져 있다. 오래전에 말라죽은 줄기도 쓰러지지 않고 그대로 서 있어, 살아 있는 나무와 섞여 능선 풍경을 이룬다.

꼭대기에 서면 시야를 막는 것이 없다. 남쪽으로는 태백산 줄기가, 북쪽으로는 백운산과 두위봉 방면 능선이 차례로 겹쳐 보인다. 발아래로는 고한과 태백 쪽 마을과 고갯길이 내려다보인다. 정상에는 돌탑과 표지석이 있고 아래 능선에 통신 시설이 서 있어 멀리서도 산 위치를 가늠할 수 있다.

만항재 야생화 탐방로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만항재 야생화 탐방로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함백산은 백두대간 줄기 위에 솟은 봉우리여서 능선이 한쪽에서 끊기지 않고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다. 정상에서 보는 풍경이 한 방향의 전망에 그치지 않고 사방으로 돌아가며 이어지는 이유다. 날이 맑으면 멀리 놓인 능선까지 윤곽이 드러나고, 구름이 낮게 깔린 날에는 발아래로 구름이 흘러가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단풍 시기와 차로 올라가는 길

만항재 야생화 탐방로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만항재 야생화 탐방로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단풍은 높은 곳에서 시작해 아래로 내려온다. 해발 1,500m대인 함백산 능선은 9월 하순에서 10월 초 사이에 먼저 색이 도는 편이다. 다만 그해 기온에 따라 시기가 달라져 절정 날짜를 미리 못 박기는 어렵다. 억새와 늦게까지 남은 야생화가 단풍과 함께 보이는 것도 이 높이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만항재는 입장료와 주차 요금을 받지 않고 연중 열려 있다. 정선 고한읍에서 함백산로를 따라 올라가는 길이 가장 익숙하고, 영월 상동 방면과 태백 시내 쪽에서도 고개로 이어진다. 산 위에는 편의 시설이 없으니 물을 챙겨 가는 편이 낫다. 능선은 여름에도 바람이 차서 겉옷을 하나 더 가져가면 걷기 편하다. 겨울에는 눈과 결빙으로 고갯길 통행이 제한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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