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100개 넘는 밭이 통째로 흰 꽃밭이에요"...한 해에 두 번피는 꽃이 가득한 25만 평 꽃밭 여행지


오라메밀꽃밭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오라메밀꽃밭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제주시 오라동 중산간에는 82만여㎡, 약 25만 평 넓이의 밭이 모여 있다. 가을이 되면 이 일대가 메밀꽃으로 덮여 하얗게 변한다. 한 필지가 아니라 농로로 나뉜 밭들이 잇따라 붙어 있는 구조여서, 밭머리에 서면 경계가 잘 보이지 않고 흰 꽃이 한 덩어리 들녘처럼 펼쳐진다. 단일 메밀 재배지로는 국내에서 가장 넓은 곳으로 꼽힌다.

이 밭이 사진 찍는 사람들 사이에서 먼저 알려진 이유는 배경에 있다. 해발 고도가 있는 중산간 비탈이라 한쪽으로는 한라산 능선이 통째로 올려다보이고, 반대쪽으로는 제주시내와 그 너머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흰 꽃밭과 산등성이를 한 화면에 담을 수 있는 자리가 흔치 않아, 개화기에는 이른 아침부터 밭 가장자리에 사람이 모인다.

흰 꽃 너머로 올려다보는 한라산

오라메밀꽃밭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오라메밀꽃밭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메밀꽃은 가까이서 보면 지름 몇 밀리미터의 작은 흰 꽃이지만, 밭 단위로 모이면 눈이 얇게 덮인 것처럼 보인다. 오라동 밭은 평지가 아니라 한라산 쪽으로 완만하게 올라가는 비탈이라, 꽃밭이 시야 아래에서 위로 이어지다가 산자락과 맞닿는다. 능선 선이 또렷한 맑은 날에는 흰 밭과 짙은 산색이 위아래로 나뉘어 보인다.

오라메밀꽃밭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오라메밀꽃밭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방향을 돌리면 풍경이 완전히 바뀐다. 남쪽은 산, 북쪽은 시가지와 바다여서 같은 자리에서 몸만 돌려도 배경이 산에서 도시로 교체된다. 밭 사이 농로는 흙과 자갈이 섞인 길이고 중간중간 검은 현무암 돌담이 남아 있어, 흰 꽃과 검은 돌이 맞붙는 구간이 제주 밭길다운 장면을 만든다.

제주에서 메밀꽃을 두 번 볼 수 있는 이유

오라메밀꽃밭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오라메밀꽃밭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제주는 메밀을 한 해 두 번 심는 2모작 지역이다. 그래서 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꽃이 핀다. 같은 밭이라도 계절에 따라 인상이 다른데, 봄에는 대기 중 수분이 많아 산이 흐릿하게 물러 보이는 날이 잦고, 가을에는 공기가 맑아지면서 한라산 능선이 뒤로 선명하게 선다. 산을 배경으로 넣으려면 가을 개화기가 유리하다.

가을 메밀꽃은 대체로 9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해 10월 말까지 이어진다. 지금은 흰빛이 밭 전체로 번지는 초입에 해당한다. 다만 메밀은 파종 시기에 따라 밭마다 개화가 며칠씩 어긋나기 때문에, 한 구역이 절정일 때 옆 구역은 아직 초록인 경우도 있다.

농로 한 바퀴에 걸리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오라메밀꽃밭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오라메밀꽃밭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밭 사이 농로를 따라 천천히 돌면 한 시간쯤 걸린다. 경사가 완만하고 계단이 없어 걷기에 부담은 적지만 그늘이 거의 없는 열린 들녘이라 모자와 물을 챙기는 편이 낫다. 빛은 이른 아침이 가장 부드럽고, 해가 낮게 들어오는 시간대에 꽃잎이 밝게 뜬다.

이곳은 관광지가 아니라 실제로 농사를 짓는 밭이다. 밭 주인이 기간을 정해 개방할 때만 안쪽 길까지 들어갈 수 있고, 개방하지 않는 동안에는 밭 바깥에서 보게 된다. 올해 가을 개방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해에는 9월 말부터 한 달가량 문을 열었으니, 올해도 비슷한 시기에 개방한다면 꽃이 가장 두껍게 깔린 때와 겹친다.

위치는 제주시 오라이동 산76번지 일대다. 제주 시내에서 차로 20분이면 닿고, 1100로와 연결되는 중산간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밭이 나온다. 농로는 폭이 좁고 농기계가 오가므로 길 한가운데 차를 세우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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