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을 내려가니, 108층 논이 바다까지 이어져요"... 한 바퀴 1시간이면 도는 해안 계단논 마을


가천 다랭이마을 / 한국관광공사-박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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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남해군 남면 가천마을은 산비탈이 그대로 바다로 떨어지는 지형 위에 있다. 평평한 땅이 없는 곳이라 주민들은 비탈에 돌로 축대를 쌓아 한 층씩 논을 만들었고, 그렇게 올린 논이 위아래로 108층에 이른다. 한 층의 폭은 좁고 길이는 길어서 논의 선이 등고선처럼 산자락을 감아 돈다. 맨 아래 논은 바다와 맞닿은 벼랑 위에서 끝난다.

이 논이 한 해 중 가장 선명해지는 때가 9월 하순부터 10월 사이다. 벼가 익으면서 층층이 쌓인 논이 맨 위부터 바닷가까지 한꺼번에 황금빛으로 바뀌고, 그 아래로 남해 바다가 배경처럼 깔린다. 색이 고르게 오른 상태는 보름 남짓이고, 벼를 베고 나면 논은 다시 갈색 바닥을 드러낸다. 논 전체가 물드는 장면을 보려면 시기를 맞춰 가야 한다.

바다를 배경으로 층층이 쌓인 황금빛 논

가천 다랭이마을 / 한국관광공사-박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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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전체를 한눈에 보는 자리는 마을 위쪽 전망 데크다. 마을로 내려서기 전에 바다 쪽을 보면 논의 층과 마을 지붕, 수평선이 위아래로 차례로 겹쳐 보인다. 층마다 논의 모양이 제각각이어서 반듯한 계단이라기보다 손으로 그은 줄처럼 굽이친다. 선이 촘촘하게 포개져 몇 층인지 세어 보기 어렵다.

논 사이로 내려가면 보이는 모습이 달라진다. 축대 높이가 키를 넘는 구간에서는 위쪽 논이 벽처럼 서서 하늘만 보이고, 몇 층 더 내려서면 논두렁 끝에 바다가 걸린다. 같은 논이라도 어느 층에 서 있느냐에 따라 보이는 바다의 넓이가 달라져서, 걷는 동안 풍경이 몇 번씩 바뀐다.

논두렁길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

가천 다랭이마을 / 한국관광공사-박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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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 주차장에 차를 두고 논두렁 사잇길을 따라 내려가면 암수바위와 밥무덤, 구름다리, 몽돌해변을 차례로 지난다.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 남짓 걸린다. 암수바위는 마을 중턱에 서 있는 두 개의 선돌이고, 밥무덤은 마을에서 제를 올리던 자리다. 길이 마을 안을 지나기 때문에 논과 살림집을 함께 보게 된다.

가천 다랭이마을 / 한국관광공사-박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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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막이 끝나는 곳은 몽돌해변이다. 논이 끝나면서 파도 소리가 가까워지고, 둥근 돌이 깔린 해변에서 뒤를 돌아보면 방금 내려온 논이 벽처럼 쌓여 있다. 위에서 내려다볼 때와 아래에서 올려다볼 때의 인상이 가장 크게 갈리는 지점이다. 올라오는 길은 내려갈 때보다 힘들어 중간에 쉬어 가는 편이 낫다.

산책을 더 길게 이어 가려면 마을을 지나는 남해바래길 1코스 다랭이지겟길을 따라가면 된다. 해안을 끼고 난 구간과 논두렁길이 번갈아 나오는 길이어서, 바다를 옆에 두고 걷다가 다시 논 사이로 들어서는 구간이 반복된다.

입장료와 주차, 찾아가는 길

가천 다랭이마을 / 한국관광공사-박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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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연중 개방하고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주차장은 소형 60대와 대형 20대를 댈 수 있는 규모다. 벼가 익는 시기의 주말에는 차가 몰리기 때문에 오전에 도착하면 주차와 산책이 한결 수월하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해안을 따라 굽이지는 2차선 도로다.

해변까지 내려갔다가 되돌아 올라오는 동선이라 편한 신발이 필요하다. 논 사이 길은 흙과 돌이 섞여 있고 비가 온 뒤에는 미끄러운 구간이 생긴다. 바다에서 바람이 바로 올라오는 지형이어서 가을에는 위쪽 전망 자리가 체감으로 더 서늘하다.

논은 주민이 지금도 농사를 짓는 생활 공간이다. 축대가 좁고 높아 논두렁 위로 올라서면 흙이 무너질 수 있으니 정해진 길로만 다니는 것이 좋다. 마을 안쪽 골목은 폭이 좁아 차보다 걸어서 둘러보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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