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상에서 물린 도라지나물을 중불에 올린 팬에 한 겹으로 펼쳐 젓가락으로 뒤집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추석 차례를 지내고 상을 물리면 나물 접시가 몇 개씩 남는다. 종류별로 한 접시씩 무쳐 두었다가 정작 상에서는 조금씩만 덜어 먹게 되어서인데, 그릇째 냉장고에 넣어 두면 다음 날 아침에 접시 바닥에 물이 고여 있고 이틀째부터는 시큼한 냄새가 올라온다.
그래서 남은 명절 음식을 일단 냉동실에 넣는 집이 많은데, 나물은 얼렸다 녹이면 오히려 손을 대기 어려워진다. 남은 나물을 끝까지 먹으려면 냉동실 대신 팬을 꺼내는 편이 낫다. 상에 올렸던 나물을 중불에서 1~2분만 다시 볶아 물기를 날린 다음 식혀서 밀폐용기에 담아 두면 사흘까지 두고 먹을 수 있다.
얼렸다 녹인 나물이 물러지는 이유
얼렸다 녹인 나물이 힘없이 늘어지고 용기 바닥에 녹은 물이 고인 상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나물이 빨리 쉬는 이유는 무침에 남아 있는 물기 때문인데, 데친 나물을 손으로 짜도 줄기 안쪽에는 물이 남아 있고 여기에 양념의 수분까지 더해진다. 상에 올렸다 다시 담은 나물은 숟가락이 오간 탓에 물기가 더 배어 나와 통 바닥에 고이고, 그 물에서 먼저 냄새가 난다.
이 물기는 얼린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나물 속에 남은 수분이 얼면서 부피가 커져 줄기 조직을 안에서부터 밀어내는데, 녹이고 나면 그 자리가 빈 채로 남아 나물이 축 늘어지고 맛도 떨어진다. 잡채도 마찬가지라서 얼렸다 녹인 당면은 퍼진 것처럼 흐물거려 냉동 보관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남은 나물은 얼려서 시간을 버는 쪽이 아니라, 쉬게 만드는 물기 자체를 줄이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한다. 팬에 다시 볶는 것이 그 방법인데, 불에 닿은 나물에서 물이 김으로 빠져나가면 통 안에 고일 물이 줄어 냉장고에서 버티는 날이 늘어난다.
남은 나물 팬에 볶아 보관하는 방법
도라지나물과 고사리나물을 섞지 않고 종류별로 따로 팬에 올려 볶을 준비를 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팬 하나와 밀폐용기면 된다. 기름은 새로 넣지 않는데, 무칠 때 들어간 참기름이 남아 있어 그대로 볶아도 눌어붙지 않는다. 나물은 종류별로 따로 볶아 따로 담는다. 도라지와 고사리를 한 통에 섞어 담으면 서로 맛이 옮아 하루만 지나도 제맛이 나지 않는다.
팬을 중불에 올리고 나물을 한 겹으로 펼쳐 넣는다. 한꺼번에 많이 넣으면 아래쪽에서 나온 물이 위로 올라와 볶는 것이 아니라 삶는 모양이 되니 두세 번에 나눠 볶고, 젓가락으로 아래위를 뒤집어 가며 고루 열이 닿게 한다.
볶는 시간은 1~2분이면 충분하다. 처음에는 팬 바닥에서 지글거리는 물소리가 나다가 그 소리가 잦아들고 나물 표면에 윤기가 돌면 물기가 날아간 것이니 바로 불을 끈다. 여기서 더 볶으면 줄기가 마르고 짠맛만 진해지니, 소리가 멎는 때를 신호로 삼는 것이 좋다.
물기가 날아가 팬 바닥이 마르고 나물 표면에 옅은 윤기가 도는, 불을 꺼야 할 시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불을 끈 나물은 넓은 접시에 펼쳐 김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식힌다. 손등을 대 보아 온기가 느껴지지 않아야 하는데, 따뜻할 때 뚜껑을 덮으면 김이 뚜껑 안쪽에 물방울로 맺혀 그 물이 다시 나물로 떨어진다. 다 식으면 종류별로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실에 넣고 3일 안에 먹는다.
볶은 나물을 콩나물과 시금치로 나눠 한 접시에 반반 얇게 펼쳐 식히고, 옆에 빈 밀폐용기를 뚜껑 열어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꺼낼 때는 먹을 만큼만 덜어 내고 덜어 낸 나물은 통에 다시 넣지 않는다. 함께 남은 전은 나물과 달리 얼려 두어도 되는데, 완전히 식힌 뒤 한 장씩 종이호일로 싸서 공기를 빼고 냉동하면 한 달까지 둘 수 있다.
식힌 명절 전을 한 장씩 종이호일로 감싸 공기를 빼고 냉동 보관 준비를 하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명절 뒤에 남은 나물은 통에 담기 전에 팬에 1~2분만 다시 볶아 보길 권한다. 하루를 꼬박 들여 무친 반찬을 물이 고인다는 이유로 버리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