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물 대신 찬물이나 미지근한 물로 도마 표면을 먼저 헹군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삼겹살을 썰거나 생선을 손질하고 난 도마는 보기만 해도 찜찜하다. 그래서 주전자에 물을 팔팔 끓여 도마 위에 부어 두는 집이 많다. 뜨거운 물이 닿으면 소독이 될 것 같고 기름기도 같이 녹아 흘러내릴 것 같아서인데, 쓰던 칼까지 싱크대에 눕혀 놓고 그 위로 물을 끼얹기도 한다.
그런데 끓는 물을 붓고 나서 세제로 씻어도 칼집이 깊게 난 자리는 손으로 만지면 여전히 미끌거리고, 며칠 지나면 도마를 꺼낼 때마다 비린내가 올라온다. 새 도마로 바꿔도 몇 달이면 똑같아지니 원래 도마는 그런 것이려니 하고 넘어가게 된다.
문제는 얼마나 세게 문질렀느냐가 아니라 뜨거운 물을 언제 부었느냐에 있다. 고기와 생선을 썬 도마는 주방세제로 칼집까지 먼저 씻고, 물기를 완전히 말린 다음, 필요할 때만 희석한 염소계 소독제를 쓰는 순서가 맞다.
끓는 물을 먼저 부으면 칼집에 찌꺼기가 눌어붙는 이유
칼집 안쪽에 굳은 찌꺼기가 남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여 준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고기와 생선에 든 단백질은 약 60도 전후부터 굳기 시작한다. 갓 끓인 물은 100도에 가깝고, 도마에 닿는 순간 표면에 남아 있던 핏물과 살점이 그 자리에서 익어 단단해진다. 달걀 흰자가 뜨거운 팬에 닿자마자 하얗게 굳는 것과 같은 일이 도마 위에서 벌어지는 셈이다.
도마 표면은 겉으로 매끈해 보여도 칼날이 지나간 자리마다 가는 홈이 나 있는데, 굳어 버린 찌꺼기는 이 홈 안쪽에 박힌 채로 남는다. 수세미 올이 홈 바닥까지 닿지 못해 위만 미끄러지듯 지나가고, 홈에 남은 찌꺼기는 물로 헹궈도 떨어지지 않아 냄새가 난다.
주방세제를 먼저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제 거품은 아직 굳지 않은 기름기와 단백질을 물에 뜨게 만들어 헹굴 때 같이 흘러나가게 해 준다. 그래서 도마는 뜨거운 물로 지지는 것보다, 찌꺼기가 굳기 전에 비눗물로 홈 속까지 밀어내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한다.
고기 썬 도마 칼집까지 깨끗하게 씻는 방법
주방세제 거품을 낸 수세미로 칼집과 엇갈리게 문지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쓰고 난 도마는 싱크대에 놓고 찬물이나 미지근한 물을 틀어 표면에 남은 핏물과 살점부터 흘려보낸다. 이때 온수 쪽 수도꼭지는 열지 않는 것이 좋다. 손이 시릴 만큼 찬물일 필요는 없고, 만졌을 때 미지근한 정도면 충분하다.
겉 찌꺼기가 씻겨 나가면 수세미에 주방세제를 짜서 거품을 충분히 낸 다음 칼집이 난 방향과 엇갈리게 문지른다. 결을 따라 문지르면 수세미가 홈 위를 그냥 타고 넘어가지만, 엇갈려 문지르면 올이 홈 안으로 들어간다. 고기를 썬 칼도 날과 손잡이 이음새까지 같이 씻는다.
헹굴 때는 손바닥으로 도마 앞뒤를 쓸어 보아 미끌거림이 남지 않아야 세제가 다 빠진 것이다. 헹군 뒤에는 마른행주로 물기를 닦고 도마를 세워서 완전히 말린다. 눕혀 두면 바닥에 닿은 면이 마르지 않아 물기가 하루 종일 남고, 그 물기 때문에 다시 냄새가 난다.
헹군 도마는 세워 두어 앞뒤 면이 모두 마르게 한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여기까지만 해도 대부분 충분하고, 생고기나 생선을 자주 다뤄 한 번 더 살균하고 싶을 때만 염소계 소독제를 쓴다. 물 4리터에 소독제를 한 큰술 풀어 도마 표면에 고루 붓고 몇 분 두었다가 물로 충분히 헹군 다음 다시 세워서 말린다. 이때 식초나 다른 세제를 같이 붓지 않는다. 염소계 제품은 산성 세제와 만나면 유독한 가스가 생긴다.
살균이 필요할 때만 희석액을 도마 표면에 고루 붓고 충분히 헹군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도마는 날마다 쓰면서도 상태를 들여다볼 일이 거의 없는 물건이라, 순서 하나만 바꿔도 달라진다. 오늘 고기를 썰고 나면 주전자 대신 주방세제부터 꺼내 보길 권한다. 도마를 제대로 씻어 두는 일은 식구들 입에 들어갈 재료가 가장 먼저 닿는 자리를 챙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