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척을 마친 선풍기와 보관에 쓸 부직포 커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9월 중순으로 접어들면 아침저녁 바람이 선선해지면서 여름 내내 돌아가던 선풍기를 치울 때가 된다. 날개와 안전망에는 한철 내내 앉은 먼지가 회색으로 두껍게 붙어 있고, 손으로 문질러 보면 마른 먼지가 아니라 끈적하게 눌어붙어 있어서 마른 걸레로는 잘 밀리지 않는다.
그래서 대충 닦아 낸 다음 큰 비닐봉지를 씌워 베란다 구석이나 창고에 넣어 두는 집이 많은데, 먼지가 앉지 않게 하려면 비닐로 감싸 두는 것이 제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듬해 여름에 꺼내 비닐을 벗기면 퀴퀴한 쉰 냄새가 올라오고, 전원을 켜는 순간 그 냄새가 방 안으로 퍼진다. 닦을 때 남아 있던 물기가 비닐 안에 그대로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분무기에 푼 주방세제 물로 닦고, 넣기 전에 약풍으로 5분만 돌린 뒤 천 커버를 씌우면 이 냄새는 생기지 않는다.
비닐 안에 갇힌 물기가 이듬해 쉰내를 만드는 이유
안전망과 날개에 남은 기름먼지가 보이는 선풍기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선풍기 날개에 붙은 먼지가 잘 안 지워지는 것은 그것이 그냥 먼지가 아니라서다. 주방이나 거실에서 돌아간 선풍기는 공기 중에 떠다니던 기름 입자를 날개로 계속 빨아들이는데, 이 기름이 먼지를 붙잡아 얇은 막처럼 굳는다. 마른 천으로 문지르면 겉의 보송한 먼지만 떨어지고 그 아래 눌어붙은 층은 그대로 남는다.
닦는 동안 쓴 물기도 문제인데, 눈에 보이는 날개 표면은 금방 마르지만 안전망 테두리 접힌 부분이나 날개 뿌리, 모터가 들어 있는 몸통 틈에는 물방울이 오래 남는다. 겉을 만져 보고 말랐다고 판단해 곧바로 넣어 두면 속은 여전히 젖어 있는 상태다.
여기에 비닐을 씌우면 공기가 드나들 구멍이 없어진다. 안에 남은 물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비닐 안쪽에 맺혔다 마르기를 반복하면서, 몇 달이 지나는 사이 눅눅한 냄새가 플라스틱과 모터 안쪽에 밴다. 그러니 먼지를 막는 것보다 속에 남은 물기를 끝까지 말리는 쪽으로 손을 대야 한다.
선풍기에 낀 기름먼지 닦고 쉰내 없이 보관하는 방법
안전망을 벗기지 않고 분무기로 날개에 세제 물을 뿌리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먼저 벽에서 코드를 뽑고, 빈 분무기에 미지근한 물을 채운 다음 주방세제를 두세 방울만 떨어뜨려 가볍게 흔들어 섞는다. 세제를 많이 넣으면 거품이 많아져 헹구기 어려우니 두세 방울이면 충분하다. 안전망을 벗기지 않은 채 30센티미터쯤 떨어져서 날개 쪽으로 골고루 뿌리고, 3분 정도 그대로 둔다.
3분이 지나면 굳어 있던 기름먼지가 물을 머금어 물러진다. 마른 키친타월을 길게 접어 안전망 틈으로 밀어 넣고 날개를 한 장씩 손으로 돌려 가며 위에서 아래로 훑으면, 종이에 회색 때가 그대로 묻어 나온다. 한 장으로 끝까지 닦지 말고 때가 묻을 때마다 새것으로 바꿔 쥐어야 지저분한 것을 다시 바르지 않는다. 몸통과 안전망 바깥쪽은 세제 물을 묻힌 천으로 닦고, 물만 적신 천으로 한 번 더 닦아 세제를 없앤다.
키친타월을 안전망 틈으로 넣어 날개를 닦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닦기가 끝나면 그늘지고 바람이 통하는 곳에 최소 반나절을 세워 둔다. 직사광선 아래 두면 플라스틱 날개가 변형될 수 있으니 햇볕이 직접 닿지 않는 자리가 좋다. 반나절이 지나 겉이 완전히 말랐으면 코드를 꽂고 약풍으로 5분을 돌린다. 날개가 돌면서 안전망 틈과 몸통 안쪽에 남아 있던 습기까지 바람에 실려 나간다. 이때 손을 대 보아 겉에 물기가 남아 있으면 전원을 넣지 말고 더 말린 뒤에 돌린다.
그늘지고 바람이 통하는 곳에서 선풍기를 말리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5분이 지나 전원을 끄고 열기가 식으면 비닐 대신 천이나 부직포 커버를 씌운다. 커버로 쓸 만한 것이 없으면 안 쓰는 이불 커버나 큰 면 보자기를 덮어 두어도 된다. 천은 먼지를 막으면서도 공기가 통해 속에 습기가 고이지 않는다. 다 쓴 세탁소 비닐이나 김장용 비닐은 이 자리에 쓰지 않는다.
비닐 대신 통기성 있는 천 커버를 씌운 선풍기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한 해 동안 쓴 선풍기를 치우는 날 30분만 더 들여 말려 두면, 내년 첫더위에 꺼냈을 때 닦거나 냄새를 빼는 일 없이 그대로 켜서 쓸 수 있으니 이 순서대로 해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