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비오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있는 따라비오름은 표고 342m, 둘레 2,633m다. 숫자만 보면 야트막한 언덕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한쪽이 트인 말굽 모양 굼부리, 그러니까 분화구가 세 개나 맞물려 있다. 그 사이로 봉우리 여섯 개가 오르내리며 능선을 이룬다. 오름 하나에 작은 산줄기를 축소해 넣은 모양새다.
이 능선을 덮은 것이 억새다. 제주 억새는 9월 하순부터 이삭이 올라와 10월 내내 은빛으로 일렁인다. 지금은 그 물결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초입이라 절정기보다 사람이 적은 편이다. 제주 오름 368개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평을 받아 '오름의 여왕'으로 불리는데, 억새밭과 분화구 지형이 한 화면에 같이 담기는 오름이 흔치 않은 덕이다.
굼부리 세 개가 겹쳐 보이는 자리
따라비오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정상에 올라서면 발아래로 움푹 팬 분화구가 차례로 놓인다. 세 개가 나란히 있는 것이 아니라 크기와 방향이 서로 달라, 능선을 따라 걷는 동안 보이는 모양이 계속 바뀐다. 한쪽에서는 커다란 굼부리 하나만 눈에 들어오다가, 몇 걸음 옮기면 그 뒤로 작은 굼부리 두 개가 겹쳐 드러난다. 이 자리를 찾는 것이 따라비오름을 둘러보는 재미다.
능선 바깥으로는 시야가 툭 트인다. 가시리 일대 초지와 풍력발전기, 그리고 크고 작은 오름들이 낮은 봉우리로 이어진다. 맑은 날에는 북서쪽으로 한라산 능선이, 남쪽으로는 바다 방향까지 눈에 들어온다. 억새는 능선 안쪽 비탈과 바깥 비탈 양쪽에 모두 자라 분화구 안까지 은빛으로 채운다.
정상까지 30분, 나무 계단과 흙길이 번갈아
따라비오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오르는 부담은 크지 않다. 주차장에서 정상까지 실제로 올라야 하는 높이는 비고 107m이고, 성인 걸음으로 30~40분이면 닿는다. 길은 나무 계단과 흙길이 번갈아 나온다. 계단 구간에서 고도를 한 번에 올리고 흙길에서 숨을 고르는 식이라, 등산 경험이 없는 사람이나 아이를 데려온 가족도 오를 만하다.
정상을 밟는 것으로 끝내지 말고 능선을 한 바퀴 도는 편이 낫다. 봉우리를 오르내리며 한 바퀴를 돌아도 왕복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다만 계단이 섞여 있어 유모차나 휠체어로는 다니기 어렵고, 능선은 그늘이 거의 없는 풀밭이라 모자와 물을 챙기는 편이 낫다.
억새가 가장 빛나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따라비오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억새는 빛을 어느 쪽에서 받느냐에 따라 색이 달라진다.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늦게, 해를 마주 보고 억새를 바라보면 이삭에 빛이 걸리며 은빛이 가장 살아난다. 같은 자리라도 한낮에는 누런 풀밭으로 보이던 비탈이 이때는 능선 전체가 반짝이는 결로 바뀐다. 해 진 뒤에는 길이 어두워지므로 내려오는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것이 좋다.
따라비오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입장료와 주차 요금은 받지 않고, 출입 시간을 따로 막아 두지도 않았다. 주차장은 오름 입구에 마련돼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아 억새철 주말 낮에는 자리가 빨리 찬다. 매점이나 카페 같은 편의 시설은 없으니 필요한 것은 미리 준비해 가는 편이 편하다.
찾아가는 길은 성읍민속마을에서 남쪽으로 이어지는 녹산로를 이용하면 된다. 가시리 마을을 지나 안내 표지를 따라 들어가면 오름 입구 주차장이 나온다. 제주시나 서귀포시 어느 쪽에서 출발해도 차로 40분 안팎 거리이며, 주변 도로에 버스 편이 드물어 렌터카나 택시를 이용하는 방문객이 대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