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골담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강원 동해의 묵호항은 동해안을 대표하는 어항이다. 일제강점기인 1941년 무역항으로 문을 연 뒤, 고깃배가 드나드는 어업기지로 오랜 세월을 보내 온 항구다.
이 항구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논골담길이 자리한다. 묵호등대까지 이어지는 약 1.2km의 골목길로, 담벼락마다 벽화가 그려진 마을이다.
논골담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논골담길은 2010년 잊혀 가던 묵호를 되살리자는 취지로 시작된 벽화 프로젝트에서 비롯됐다. 지역 어르신과 예술가들이 함께 묵호항에 기대어 살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벼락에 그려 넣었다.
6월 중순은 어촌 풍경과 동해의 봄 바다가 가장 잘 어우러지는 시기다. 한여름 성수기 전이라 비교적 한적하게 골목과 바다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벽화에 담긴 묵호항 사람들의 일상
논골담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논골담길의 벽화는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마을의 기억을 옮겨 놓은 것이다. 생선을 머리에 인 아낙, 고기를 잡으러 나가는 어부 등 옛 묵호항의 일상이 담벼락 곳곳에 펼쳐진다.
골목 이름인 '논골'에도 사연이 있다. 언덕 위 덕장으로 오르는 길이 늘 질퍽거려, 흙길이 마치 논처럼 변한다 해서 붙은 이름이라 전해진다.
논골담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지금은 말끔히 정비됐지만, 그 이름에는 비탈진 골목을 오르내리며 살아온 사람들의 고단함이 배어 있다. 벽화와 함께 그 시절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는 것도 이 길을 걷는 묘미다.
가파른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벽화 사이사이로 묵호항과 바다가 내려다보인다. 걸음을 멈추고 그림과 풍경을 번갈아 보는 재미가 이 길의 매력이다.
벽화는 한 점씩 따로 보는 그림이 아니라, 길을 따라 이어지며 한 마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화려한 관광지의 벽화와 달리 소박한 어촌의 정서가 묻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묵호등대와 바다 전망
논골담길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논골담길의 여러 갈래 길은 어느 쪽으로 올라도 결국 묵호등대에 닿는다. 1963년 처음 불을 밝힌 이 등대는 언덕 꼭대기에서 동해를 굽어보고 있다.
등대 주변에 서면 묵호항과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골목을 오르느라 가빠진 숨을 고르며 바라보는 바다 전망은 논골담길 산책의 마무리로 손색이 없다.
날이 맑은 날에는 수평선까지 시야가 트여, 항구를 드나드는 배들이 작은 점처럼 보인다. 같은 바다라도 골목에서 올려다볼 때와 등대에서 내려다볼 때의 느낌이 사뭇 다르다.
골목길은 경사가 있고 계단도 많은 편이라, 편한 신발을 신고 천천히 오르는 편이 좋다. 등대 개방 시간이나 주변 시설 운영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 전에 확인해 두면 한결 편하다.
항구 쪽으로 내려오면 갓 들어온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가게도 많다. 골목과 바다, 먹거리까지 어우러져 반나절 나들이 코스로 즐기기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