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48번 접었다 / 사진=unsplash |
이탈리아 북부, 스위스 국경과 맞닿은 곳에 해발 2,757m까지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도로가 있습니다. 이름은 스텔비오 패스, 동부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포장도로입니다. 헤어핀 커브가 무려 48개나 이어지는 이 길은 자동차 마니아와 사이클 선수들 사이에서 성스러운 산이라 불릴 정도로 특별한 존재입니다. 운전 자신 있는 분들만 도전해보시길 권합니다.
48개의 헤어핀, 스파게티 커브의 정체
스파게티 커브의 정체는 스텔비오 패스 / 사진=unsplash |
스텔비오 패스의 상징은 단연 프라도 알로 스텔비오에서 정상까지 이어지는 북동쪽 경사로입니다. 28km 구간에 48개의 헤어핀 커브가 돌 표지석으로 하나하나 번호 매겨져 있는데, 이 구불구불한 모양이 마치 스파게티 면발 같다고 해서 스파게티 커브라는 별명도 붙었습니다.
반대편인 보르미오 방향 남쪽 경사로는 22km 구간에 34개의 완만한 커브와 6개의 터널로 이어져, 같은 고개라도 방향에 따라 난이도와 분위기가 확연히 다릅니다. 전설적인 레이서 스털링 모스가 1990년대 빈티지카 이벤트 도중 이 길에서 사고를 낸 적이 있을 만큼, 만만하게 볼 도로는 아닙니다.
200년째 그대로인 도로
200년째 그대로인 명품 드라이브코스 / 사진=unsplash |
스텔비오 패스 도로가 처음 만들어진 건 19세기 초, 오스트리아 제국이 롬바르디아 지역을 통치하던 시절인데요. 놀라운 건 거의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도로의 노선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죠. 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이탈리아 왕국의 국경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오래된 도로인 만큼 폭이 좁고 가드레일이 부실한 구간도 있어서, 처음 방문하는 운전자라면 그 시절 그대로의 재미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자전거 선수들에게는 성지
이미 경륜급 선수들에겐 성지 /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스텔비오 패스는 세계적인 사이클 대회인 지로 디탈리아의 상징적인 코스이기도 합니다. 1953년 처음 이 고개를 넘은 지로 디탈리아에서, 사이클 월드챔피언 파우스토 코피가 경쟁자를 4분 27초 차이로 따돌리며 우승한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전설처럼 회자됩니다. 매년 여름에는 스텔비오 바이크 데이라는 행사가 열리는데, 이날은 보르미오와 프라드 구간 도로가 자전거를 제외한 모든 차량 통행이 금지됩니다. 평균 1만 2,000명 넘는 사이클리스트가 참가할 정도로 인기가 많고, 2017년부터는 마라톤 대회까지 함께 열리고 있습니다.
방문 전 알아둘 것들
차+오토바이+자전거의 조화 / 사진=unsplash |
스텔비오 패스는 겨울철 폭설로 도로가 완전히 봉쇄되기 때문에, 통상 6월 초부터 10월 말까지만 개방됩니다. 방문을 계획한다면 이 기간에 맞춰 일정을 짜야 합니다. 정상에는 맛집이 있고, 커브마다 사진작가들이 상주하며 지나가는 차량과 라이더들의 모습을 촬영해주기도 합니다. 성수기 낮 시간대에는 관광버스와 오토바이, 자전거까지 몰려 정체가 심한 편이라,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 시간대 방문이 좋습니다. 내리막길은 오르막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평가가 많으니, 초보 운전자라면 반대편 코스 하산은 신중하게 결정하는 게 좋습니다.
스텔비오 패스는 이탈리아 알프스의 압도적인 풍경과 함께 극한의 드라이빙을 경험할 수 있는 난이도 ★★★★★★급의 드라이브코스입니다. 운전 실력을 제대로 준비한 후 도전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