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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수의 탄생지 베들레헴과 유네스코 세계유산 바티르 마을은 2천 년 넘는 역사의 숨결을 간직한 특별한 공간입니다.
  • 겸손의 문을 통과하는 탄생 교회와 로마 시대부터 이어진 섬세한 정통 수로 체계는 묵묵한 시간의 정성을 보여줍니다.
  •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옛 전통과 노동의 가치를 손수 지켜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진정한 유산의 의미를 일깨워줍니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12시간을 날아가면 닿는 땅, 이스라엘. 경상도 남북도를 합친 정도의 작은 크기이지만, 이곳에는 2천 년이 넘는 고대 역사와 수많은 이야기가 고스란히 겹겹이 쌓여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예루살렘에서 남쪽으로 10여 km 떨어진 해발 700m의 도시 베들레헴은 사계절 내내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는 순례자와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특별한 성지입니다.

‘빵집’이라는 정겨운 뜻을 가진 베들레헴 골목길로 들어서면, 화덕에서갓 구워낸 중동 전통 빵 피타(Pita)의 고소한 냄새가 나그네의 발걸음을 먼저 반겨줍니다. 얇게 편 밀가루 반죽이 뜨거운 화덕 속에서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는 풍경은 보기만 해도 마음을 넉넉하게 만듭니다.


중절모를 쓰고 조끼를 입은 남성이 이방인 청년과 함께 갓 구운 빵을 들고 있는 모습

이방인에게도 선뜻 따뜻한 빵을 건네는 현지인들의 정겨운 미소에서 베들레헴의 따뜻한 인심이 느껴집니다.


낯선 이방인에게도 선뜻 따뜻한 빵을 건네는 사람들의 미소 속에서,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마을의 순박하고 든든한 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왜 베들레헴과 주변 마을은 시대를 넘어 특별할까요?

베들레헴이 지닌 가장 큰 가치는 단연 성서 속에 등장하는 예수 탄생의 현장이라는 점입니다. 동방박사들이 별의 인도함을 받아 찾아왔다는 ‘스타 거리(Star Street)’를 지나면, 이스라엘 성지 중 가장 오래된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예수 탄생 교회에 다다릅니다.


모자를 쓴 중년 남성이 야외 거리에서 손짓하며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고, 배경에는 돌로 된 건물과 도심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기독교 최대의 성지이자 오랜 역사를 간직한 예수 탄생 교회가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이끕니다.


교회로 들어가는 입구는 한 사람이 겨우 몸을 굽혀야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낮고 좁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말이나 수레를 타고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성당을 보호하기 위해 문을 줄였기 때문인데, 오늘날 이 문은 누구든 스스로를 낮추어야만 들어설 수 있다고 해서 ‘겸손의 문’이라 불립니다.


석조 동굴 내부 아래쪽 바닥에 설치된 은색 별 모양의 표식을 두 명의 여행자가 무릎을 꿇거나 앉은 채 경건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예수가 탄생한 지점으로 알려진 동굴 내부에는 별 모양의 상징물이 자리 잡고 있어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습니다.


제단 아래 깊숙한 동굴로 내려가면 아기 예수가 태어났다고 전해지는 자리에 14각의 베들레헴 별 표식이 차분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종교와 국적이 서로 다른 수많은 이들이 이 작은 별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나지막이 평화를 기원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깊은 울림을 줍니다.

2천 년을 이어온 삶의 동력, 로마 시대 수로와 바티르 마을

베들레헴 도심을 조금 벗어나 인근 언덕으로 향하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전원 마을 바티르(Battir)를 만날 수 있습니다. 남해의 달랭이마을을 떠올리게 하는 계단식 밭들이 골짜기를 따라 끝없이 펼쳐져 있는 곳입니다.


배낭을 멘 한 남성이 바위산 아래 도로를 따라 걸어가고 있으며 왼쪽으로 정차된 차량과 골목길이 보입니다.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온 바티르 마을의 생명력은 이 지역의 풍부한 샘에서 시작됩니다.


이 마을을 2천 년 동안 마르지 않고 유지하게 만든 비결은 다름 아닌 고대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정교한 수로 시스템입니다. 마을 중심부의 샘터에서 출발한 수로는 혈관처럼 구석구석 밭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갈색 모자를 쓰고 배낭을 멘 중년 남성이 돌로 만들어진 좁고 낮은 수로 옆에 쭈그리고 앉아 설명을 하고 있다.

2천 년 전 로마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정교한 수로가 지금도 마을 곳곳의 계단식 밭을 적시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돌이나 흙으로 물꼬를 열고 막으며 필요한 만큼 차례대로 물을 대어 올리브와 포도, 갖가지 채소를 일구어냅니다. 수평을 아주 완벽하게 맞춰 만든 2천 년 전의 로마 수로가 오늘날까지 농민들의 터전을 적셔주는 생명선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손수 돌을 쌓아 올리는 노동이 바꾸는 현재의 풍경

바티르 마을이 오늘날까지 세월의 풍파를 견디며 고유한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기계나 인위적인 개발 대신 주민들의 묵묵한 수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돌로 쌓아 올린 높은 축대 앞에 세 명의 남성이 서서 대화하거나 작업을 하고 있으며 자막에는 '축대를 쌓고 있어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옛 모습 그대로 돌을 하나하나 쌓아 올리는 정성 어린 손길이 마을의 오랜 풍경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오랜 비바람에 계단식 밭의 축대가 무너지면, 마을 사람들은 2천 년 전 조상들이 했던 방식 그대로 돌탑을 쌓듯 하나하나 손으로 돌을 고르고 축대를 수리합니다. 쉽게 빠르게 가려는 조급함을 버리고, 자연의 순리에 맞추어 손수 구슬땀을 흘리는 삶의 방식이야말로 이 장소를 유산으로 살아있게 만드는 진짜 힘입니다.

오래된 유산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전하는 질문

베들레헴의 불빛이 밤하늘을 밝히고 순례자들이 나누는 온기가 거리를 채울 때, 우리는 2천 년이라는 거대한 시간의 무게를 체감하게 됩니다. 눈부시게 빠른 변화와 효율만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에서, 지극히 느리고 고되지만 정성을 다해 전통을 이어가는 베들레헴과 바티르 사람들의 삶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우리가 쉽게 지나쳐버린 오랜 시간의 가치와, 땀 흘려 가꾸는 노동의 숭고함은 어디에 남아있는가 하고 말입니다. 깊어가는 겨울, 낮고 겸손한 마음으로 찾아간 성지의 불빛은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풍경으로 우리 가슴속에 아득히 남아있습니다.


FAQ

베들레헴 예수 탄생 교회의 '겸손의 문'은 왜 그렇게 낮게 만들어졌나요?

원래 비잔틴 시대에는 높은 문이었으나, 오스만 터키 시대 등을 거치며 외부 침입자나 말, 수레가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교회를 보호하기 위해 입구를 크게 줄였습니다. 이에 따라 누구든 고개를 숙이고 겸손한 태도로 들어가야 하는 문이 되었습니다.

바티르 마을의 계단식 밭은 어떻게 물을 공급받나요?

2천 년 전 로마 시대에 축조된 정교한 수로 체계를 사용합니다. 마을 중앙 샘터에서 시작된 수로의 물꼬를 흙이나 돌로 차례로 열고 막으면서 계단식 밭 구석구석으로 물을 공급합니다.

베들레헴의 전통 빵 '피타(Pita)'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발효시킨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펼쳐 화덕에서 굽는 중동의 전통 빵으로, 주식처럼 즐겨 먹으며 갓 구워냈을 때 겉은 담백하고 속은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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