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홍천 가래골 산꼭대기에는 벌을 치며 홀로 사는 김태근 할아버지가, 아랫마을에는 아픈 딸을 돌보는 할머니가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 할머니는 가파른 산길을 40분 동안 올라 손수 고은 백숙을 전하고, 할아버지는 길목까지 마중을 나오며 서로를 애틋하게 보살핍니다.
- 젊은 시절 화전민으로 시작해 50년 세월을 함께 견뎌온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깊은 속정으로 고단한 산골 일상을 따뜻하게 채워가고 있습니다.

구름이 덮인 강원도 홍천의 깊은 산골 가래골에는 특별한 사연을 품고 살아가는 노부부가 있습니다. 산꼭대기 오두막에는 할아버지가, 산 아랫마을에는 할머니가 각각 떨어져 지내고 있는데요. 부부이면서도 서로 다른 거처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일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산 꼭대기와 아랫마을로 갈라진 노부부의 특별한 일상
강원도 홍천 가래골의 유일한 주민인 김태근 할아버지는 산꼭대기에서 홀로 벌을 치며 겨울을 준비합니다. 아랫마을보다 일찍 찾아오는 추위를 견디기 위해 땔감을 구하고, 양봉을 위협하는 말벌과 싸우며 손쓸 일 많은 산골 살림을 묵묵히 해내고 있죠.
반면 할머니는 산 아랫마을에 거주하고 계십니다. 매일같이 40분이 걸리는 가파른 산길을 걸어 올라와 할아버지에게 따뜻한 밥상과 온기를 전달하곤 하는데요. 부부가 따로 살면서도 끊임없이 오가는 이 산길은 동네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사랑의 오작교’라 불립니다.
40분 산길을 오가는 이유, 서로에 대한 깊은 책임감
부부가 한 지붕 아래 살지 못하고 산 위와 아래로 갈라지게 된 데에는 가슴 아픈 사연이 숨어 있습니다. 10여 년 전, 아픈 딸을 가까이서 돌보기 위해 할머니가 아랫마을에 집을 얻어 내려가면서부터 두 사람의 주말부부 같은 산골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매일 40분씩 가파른 산길을 오가며 정성껏 음식을 챙기는 할머니의 분주한 손길이 이어집니다.
할머니는 아랫마을에 있으면서도 마음만큼은 늘 혼자 계신 할아버지에게 가 있습니다. 불편한 몸을 끌고 험한 산길을 매일 오르내리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혼자 끼니를 챙길 남편에 대한 안타까움과 깊은 애정 때문입니다.
딸의 간호와 60년 삶의 터전, 부부를 갈라놓은 현실적인 이유
할머니가 아랫마을로 내려갔다면 할아버지도 함께 내려가면 되지 않을까 싶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할아버지는 왜 산꼭대기를 끝내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젊은 시절 몸뚱이 하나로 산골에 들어와 화전으로 일군 산밭과 양봉 터전이 바로 그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1950~60년대 가난했던 시절부터 옥수수를 심어 먹고 살며 부부를 지켜주었던 터전이기에, 할아버지는 차마 산을 버리고 내려가지 못합니다. 딸을 돌봐야 하는 아내의 역할과 삶의 기반을 지켜야 하는 남편의 책임감이 서로 다른 장소에 묶여 있는 셈이죠.
정성 어린 백숙과 40분 산길, ‘사랑의 오작교’가 이어주는 삶
할머니는 5일장에 들러 귀한 쌈짓돈으로 토종닭을 사고, 엄나무와 황기, 대추를 넣어 가마솥에서 두세 시간 동안 정성껏 백숙을 끓여냅니다. 뜨거운 백숙과 따뜻한 옷 한 벌을 챙겨 들고 산을 오르는 할머니를 마중하기 위해, 할아버지 역시 산길 아래로 걸어 내려옵니다.
엄나무와 황기 등 갖은 재료를 넣고 푹 고아낸 보양식은 할아버지를 향한 할머니의 정성을 담고 있습니다.
매일 어려운 산길을 올라 정성껏 준비한 음식은 부부를 잇는 사랑의 매개체가 됩니다.
함께 백숙을 나누어 먹고, 할아버지가 홀로 힘들어하던 바늘귀를 할머니가 끼워주며 나누는 대화에는 50년 세월이 빚어낸 깊은 속정이 묻어납니다. 할아버지는 정성껏 키운 장뇌삼 몇 뿌리를 수줍게 건네며 아내를 향한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험한 산길을 오가느라 낡아버린 신발에는 서로를 향한 부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고단한 산골 삶을 지탱하는 부부의 묵묵한 사랑
해 질 녘이 되면 할머니는 다시 아픈 딸이 있는 아랫마을로 발걸음을 옮겨야 하고, 할아버지는 아쉬움 속에 아내의 뒷모습을 배웅합니다. 홀로 남겨진 산중의 밤은 유난히 빨리 찾아오지만, 할아버지는 들짐승들과 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쓸쓸함을 달래봅니다.
아침마다 산을 오르내리는 아내를 뒤로하고 홀로 산을 지키기로 한 남편의 마음은 아쉬움으로 가득합니다.
비록 떨어져 지내지만 내일이면 다시 열릴 오작교가 있기에 노부부의 삶은 결코 외롭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 가난과 고단함을 함께 견뎌낸 두 사람의 묵묵한 사랑은, 오늘날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와 집념이 무엇인지 따뜻한 여운을 전해줍니다.
FAQ
노부부가 따로 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10여 년 전 아픈 딸을 돌보기 위해 할머니가 아랫마을에 거주하게 되었고,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부터 일군 산밭과 양봉 터전을 지키기 위해 산꼭대기에 남게 되면서 따로 살게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가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할머니는 아랫마을에서 할아버지가 계신 산꼭대기까지 가파른 산길을 약 40분 동안 걸어서 올라갑니다.
할아버지가 산에서 하고 계신 일은 무엇인가요?
할아버지는 홍천 가래골 산꼭대기에서 토종벌을 치는 양봉 일과 장뇌삼 재배, 그리고 산밭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