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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중 발굴은 인양과 동시에 유물이 부식되는 2차 훼손 위험을 동반하므로, 인양 기술과 보존 과학이 갖춰질 때까지 유물을 수중 보존하는 패러다임으로 전환되었습니다.
  • 현장에서는 1m 그리드 설치, 실시간 수중 통신, 통째 인양 상자 및 수정궁 수중 박물관 유지 등 유물과 선체의 파괴를 최소화하는 정밀 공학 기술이 활용됩니다.
  • 인양된 유물은 탈염 처리, SEM-EDS 성분 분석, 미세 코어 나이테 측정 및 10년 이상의 약품 경화 처리를 거쳐 철저한 온·습도 제어 하에 보존됩니다.

바다 밑에 잠든 천년 전 보물선과 유물을 건져 올리는 수중 발굴은 단순한 발견보다 인양 이후의 보존과 복원이 훨씬 결정적인 과제입니다. 제대로 된 준비 없이 유물을 건져 올리면 공기와 접촉하는 순간 급격히 부식되고 파괴되기 때문에, 현대 수중고고학자들은 "준비되지 않은 발굴은 파괴"라는 명제 아래 유물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분석하는 첨단 과학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수중 발굴 현장에서 펼쳐지는 기술과 보존의 새로운 움직임

과거의 수중 발굴이 단순히 바닷속 유물을 밖으로 건져 올리는 데 집중했다면, 오늘날의 수중 발굴은 유물의 원형과 역사적 정보를 손상 없이 확보하는 보존 과학의 현장으로 변모했습니다. 1976년 신안선 발굴 당시만 해도 전문 기술이나 장비가 부족해 해군의 도움에 의존해야 했고, 거센 조류와 탁한 시야 속에서 체계적인 보존을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컸습니다.

반면 최근의 태안 마도선 발굴 현장 등에서는 잠수사의 헬멧에 카메라와 마이크를 장착하여 바지선과 실시간으로 교신하고, 수중 영상을 통해 현장 상황을 육상에서 즉시 파악합니다. 긴급 상황이나 유물 손상 위험이 발생하면 즉시 작업을 제지할 수 있는 정밀 제어 시스템이 구축된 것입니다.


다양한 케이블과 단자가 정밀하게 연결된 통신 및 제어 장비 본체 모습

수중에서 실시간으로 지시를 주고받으며 유물을 안전하게 수습하는 첨단 통신 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준비 없는 인양이 유물을 파괴한다는 쓰라린 교훈

왜 과학자들은 귀중한 보물선을 발견하고도 함부로 손대지 않는 걸까요? 고고학에서 발굴이란 본래 현장을 해체하는 불가피한 파괴 행위이기도 합니다. 수백 년 동안 바닷속 갯벌에 묻혀 있던 목재 유물은 내부 성분이 부식되어 스폰지처럼 약해진 상태입니다.

이러한 유물이 수면 위로 올려진 뒤 단 30분만 건조되더라도 본래 상태로 복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한 훼손이 진행됩니다. 과거 신안선 발굴 당시에도 일부 부재를 일년 뒤에 인양하는 과정에서 해충에 의해 연골이 부식되는 등 안타까운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보존에 대한 철저한 계획과 과학적 대책이 없는 인양은 유물의 영구적인 손실로 이어집니다.


핑크색 모자를 쓴 남성이 바지선 위에서 다이빙 장비를 착용한 채 바닷속으로 들어가려는 잠수사를 도와주고 있다.

수면 위로 올라온 유물은 공기에 노출되는 순간부터 급격한 부식이 시작되기에 신속하고 세심한 보호 조치가 필수적입니다.


첨단 장비와 공학이 이끄는 정밀 수중 인양 메커니즘

수중에서 발생하는 편차와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에서는 가로세로 1m 크기의 정사각형 그리드(구획틀)를 설치하고 정밀한 도면 작업과 제토 작업을 거칩니다. 시야가 1m도 나오지 않는 바닷속에서 유물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기록하기 위함입니다.

나아가 중국 남해 1호선 발굴 사례에서는 선체를 해체하지 않고 통째로 건져 올리는 공학적 신공법이 시도되었습니다. 특수 제작된 철강 인양 상자를 해저 15m까지 눌러 넣어 난파선과 주변 토양을 통째로 밀봉한 뒤, 5,000톤급 기중선으로 들어 올린 것입니다. 이동 과정에서도 유물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바닥에 공기주머니를 깔아 운반했습니다.


바다 위에서 대형 크레인이 주황색의 직사각형 철제 인양 상자를 매달아 들어 올리는 모습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나타나 있다.

수중 유물을 통째로 감싸 올리는 인양 상자 공법은 유물의 형태를 온전히 보존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이렇게 인양된 남해 1호선은 해양실크로드 박물관 내 '수정궁'이라는 특수 수중 전시관으로 옮겨졌습니다. 수정궁은 바닷속과 동일한 수심 12m 환경을 유지하며, 매일 800~1,000㎥의 해수를 순환시켜 유물을 안전하게 수중 보존합니다. 발굴 기술이 완전히 성숙할 때까지 유물을 물속에서 기다리게 하는 획기적인 전환입니다.


바닷가 모래사장 옆에 곡선 형태의 거대한 원형 구조가 연속적으로 이어진 현대적인 박물관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유물 보존을 위해 설계된 수정궁은 수중과 똑같은 환경을 유지하며 안전한 발굴과 연구를 돕는다.


탈염부터 연륜 연대 측정까지, 과학적 보존의 구체적 과정

수면 위로 올려진 유물은 염분을 제거하는 탈염 처리를 최우선으로 거칩니다. 유물 표면에 단단히 붙어 있는 소금 결정과 돌처럼 굳은 부식물(암터)을 제거하지 않으면 건조 후 유물이 깨지거나 부식되기 때문입니다.


나무 판자의 내부 구조를 확대한 3D 그래픽으로, 나무 조직 사이에 파란색 구 형태의 입자가 채워져 있는 모습이 나타나 있다.

물속에 오래 잠겨 있던 목재는 세포 내부에 염분이 가득 차 있어 이를 제거하는 처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보존 처리 과정에서는 비파괴 과학 분석이 병행됩니다. X선 및 적외선 촬영, 광학 현미경, 주사 전자 현미경(SEM-EDS) 분석을 통해 유물의 내부 구조와 미세 조직, 성분을 밝혀냅니다. 예를 들어 마도 2호선 출토 청동 유물의 경우 구리 약 77%, 주석 약 23%의 비율과 고온 단조 후 급냉(마르텐사이트 구조)시킨 제조 기법까지 세밀하게 규명해냅니다.

목재 유물의 시대를 밝히는 연륜 연대 측정에서도 유물 보호가 최우선입니다. 나이테 패턴을 사진 촬영하여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합성·분석하는 방식을 먼저 사용하며, 직접 시료가 필요할 때에만 직경 약 0.7cm의 미세한 코어를 채취해 훼손을 극소화합니다. 이후 목재 내부의 물을 빼고 약품(PEG 등)을 침투시키는 경화 처리는 유물 상태에 따라 길게는 10년 이상의 세월이 소요됩니다.


안경을 쓴 한 연구원이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인터뷰를 하고 있으며, 뒤쪽 모니터에는 선박 구조를 분석하는 도면과 그래프가 떠 있다.

실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대 선박의 구조를 복원하고 조선 기술을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작업이 병행되고 있습니다.


바닷속 시간을 온전히 지켜내기 위해 주목해야 할 과제

긴 세월을 견뎌 복원된 전통 한선(달리도선, 12동파도선 등)과 유물들은 전시실로 옮겨진 후에도 지속적인 환경 관리가 필요합니다. 경화 처리에 사용된 PEG 약품은 습도에 매우 민감하여, 온·습도 관리가 미흡하면 약품이 녹아 내리며 유물이 재파괴되는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전시실에 놓인 고려시대 선박 달리도선 모형과 그 앞에 설치된 안내판

발굴 당시의 구조를 철저히 고증하여 재현한 선박 모형이 우리 전통 배의 형태를 생생하게 전합니다.


수중 고고학은 끊임없는 연구와 과학의 기록입니다. 바닷속에 잠든 역사의 조각들을 온전하게 만나는 비결은 서두르지 않는 정성과 첨단 보존 과학의 융합에 있습니다. 역사의 숨결을 지키려는 연구진의 구슬땀과 긴 기다림이 있기에, 오늘날 우리는 바닷속 멈춰 있던 시간의 비밀을 비로소 마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FAQ

수중 유물을 건져 올린 뒤 즉시 보존 처리를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바닷속에 오랫동안 잠겨 있던 목재 유물은 내부 성분이 손상되어 스폰지 상태가 됩니다. 수면 위로 나와 단 30분만 건조되어도 복구가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되며, 염분이 남아있으면 세포 수축과 균열, 금속 부식을 유발하므로 신속한 탈염과 수분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중국 남해 1호선 발굴에 사용된 '상자형 통째 인양'과 '수정궁'은 어떤 방식인가요?

선체를 해체하여 유물을 낱개로 건질 경우 발생하는 2차 훼손을 막기 위해 5,000톤급 기중선과 특수 제작된 철강 인양 상자로 난파선 전체를 통째로 들어 올렸습니다. 이후 바닷속과 동일한 수심 12m, 일일 800~1,000㎥의 해수 순환 시스템을 갖춘 '수정궁' 박물관으로 옮겨 과학적 발굴이 가능할 때까지 수중 상태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출토된 목재 유물의 나이를 측정하는 연륜 연대 측정은 유물 손상 없이 어떻게 진행하나요?

유물의 형태 훼손을 막기 위해 먼저 나이테가 잘 보이는 부분을 고해상도 사진으로 찍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합성·분석합니다. 사진만으로 나이테 확인이 어려울 때에만 직경 약 0.7cm, 깊이 7cm의 미세한 원통형 시료를 뽑아내는 코어 채취 방식을 제한적으로 사용합니다.

발굴된 목재 및 금속 유물의 경화 처리와 보존에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나요?

목재 유물의 경우 세포 속 수분을 빼내고 약품(PEG 등)을 침투시켜 단단하게 만드는 경화 처리에 길게는 1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립니다. 처리 완료 후에도 온·습도 변화에 따른 약품 녹아내림이나 재파괴를 막기 위해 지속적인 환경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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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가뜨릴 바엔 기다린다"… 수중 유물 발굴이 보존 과학으로 진화하는 이유 - 이글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