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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자리와 기회를 찾아 서울로 몰려든 청년들은 좁은 고시원과 높은 주거비 속에서 생존 경쟁을 벌이며 출산을 포기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습니다.
  • 반면 서울을 떠나 남해에 정착한 청년들은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고 잡지를 발행하며 지방을 '소멸의 땅'이 아닌 '가능성의 공간'으로 재정의하고 있습니다.
  •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떠나려는 이들을 억지로 붙잡기보다, 고향에 남고 싶어 하는 절반 이상의 지역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와 비전을 제공해야 합니다.

일자리와 기회를 찾아 서울로 몰려든 청년들은 좁은 고시원과 높은 주거비 속에서 생존 경쟁을 벌이며 출산을 포기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습니다. 반면 서울을 떠나 남해에 정착한 청년들은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고 잡지를 발행하며 지방을 '소멸의 땅'이 아닌 '가능성의 공간'으로 재정의하고 있지요. 결국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서는 떠나려는 이들을 억지로 붙잡기보다, 고향에 남고 싶어 하는 절반 이상의 지역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와 비전을 제공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블랙홀, 그리고 소멸하는 도시들

지방에서 올라와 서울의 한 독서모임 플랫폼 회사에서 일하는 스물네 살 남선식 씨. 그의 보금자리는 회사 바로 옆에 위치한 5평 남짓의 좁은 고시원 방입니다. 침대와 책상이 전부인 이곳에서 그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활동만을 영위합니다. 퇴근 후 문을 닫고 들어서면 밀려오는 외로움과 답답함에 결국 다시 밖으로 발길을 돌리기 일쑤랍니다.


좁은 고시원 방 안에서 안경을 쓴 청년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좁은 주거 공간에서 미래를 꿈꾸며 버티는 청년들의 현실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또 다른 단면입니다.


이처럼 서울의 1인 가구 청년 중 60% 이상이 극도로 협소한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당장 내일의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10년 뒤의 미래나 가정을 꾸리는 낙관적인 상상은 그야말로 사치에 가깝습니다. 한편, 청년들이 빠져나간 지방의 현실은 참담합니다. 과거 13만 명에 달했던 강원도의 한 도시는 이제 3만 명만이 남았고, 포항의 어느 초등학교는 올해 입학생이 무려 단 2명에 불과했습니다. 지방의 붕괴는 이미 우리 곁에서 소리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쥐 실험이 보여준 경고, 밀도와 초저출생의 상관관계

왜 청년들은 이토록 팍팍한 서울 생활을 견디면서도 지방으로 내려가지 못하는 걸까요? 그리고 이 현상은 출산율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1960년대 말, 미국의 생태학자 존 칼혼 박사는 생존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제한된 공간에 쥐들을 살게 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연구자가 쥐들을 관찰하고 있는 흑백 실험 사진

밀도가 높아진 환경에서 개체들이 출산을 포기하게 된 칼혼의 쥐 실험은 우리 사회의 과밀화와 저출생 문제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초기에는 개체 수가 빠르게 늘었지만, 공간의 밀도가 임계점을 넘어서자 쥐들의 행동에 이상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 속에서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더니, 결국에는 아예 출산을 포기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쥐 집단은 멸종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이 실험은 오늘날 합계출산율 0.78이라는 극단적인 인구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 중인 서울의 모습과 소름 돋도록 닮아 있습니다. 공간의 과밀화가 인류의 종족 보존 본능마저 억누르고 있는 셈입니다.

남해로 향한 청년들, '소멸'을 '가능성'으로 바꾸는 힘

모두가 서울이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때, 정반대의 선택을 한 청년들이 있습니다. 서울 토박이였던 성민 씨와 그의 친구들은 우연히 떠난 남해 여행에서 깊은 인상을 받고 한 달 살기를 거쳐 아예 이주를 결심했습니다. 벌써 남해 생활 6년 차에 접어든 이들은 그곳에서 비건 카레 식당을 운영하고, 직접 디자인한 굿즈를 판매하며, 지역 문화 축제까지 기획하고 있답니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도시의 조건'이라는 제목과 인터뷰 내용이 담긴 잡지 페이지가 화면에 펼쳐져 있다.

지방을 단순히 사라지는 곳이 아닌,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려 합니다.


서울에서는 촘촘한 경쟁에 치여 감히 도전하지 못했던 일들이, 이곳 남해에서는 주체적인 기회로 다가왔습니다. 이들은 '우리가 소멸하는 방법'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잡지를 발행하며 지방을 향한 세간의 시선을 뒤집어 놓습니다. 이들에게 남해는 소멸해 가는 쓸쓸한 시골이 아니라, 자신들의 계획과 디자인을 마음껏 실현해 볼 수 있는 기회와 가능성의 땅입니다. 서울에서의 삶이 수동적인 쳇바퀴였다면, 이곳에서의 삶은 느리지만 온전히 스스로 시간을 움직이는 능동적인 여정입니다.

"떠나려는 이들"이 아닌 "남으려는 청년들"에게 질문을 던져야 할 때

우리는 흔히 지방 청년들이 모두 서울로 가고 싶어 할 것이라 짐작합니다. 하지만 경남연구원의 청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놀랍게도 경남 지역 청년의 절반 이상이 지역에 그대로 머물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고향을 떠나고 싶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익숙한 가족과 친구가 있고, 주거비 부담이 적어 삶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도심의 버스 정류장 앞에 많은 청년들이 모여 있는 모습

과밀화된 도시 환경 속에서 청년들은 저마다의 삶을 꾸려가며 치열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을 지역에 머물게 하기 위해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청년들은 단순히 '일자리'만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자신들의 개성을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하고 양질의 일자리와 문화적 갈증을 채워줄 수 있는 인프라입니다. 떠나려는 청년들을 억지로 붙잡으려는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대신, 지역에 남아 살아가고자 하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에게 매력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지방 소멸을 막는 가장 확실한 열쇠가 될 것입니다.

서울 중심적 사고를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해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서울과 수도권에 쏠려 있는 지금,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과연 서울 중심의 이 비정상적인 구조가 지속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 말입니다. 인구의 총량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인구의 고른 분포입니다.

수도권에 집중된 자원과 인프라를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지역마다 고유의 색깔을 살린 삶의 터전이 마련될 때 비로소 우리 사회의 극단적인 생존 경쟁도, 초저출생의 늪도 걷어낼 수 있습니다. 지방을 '소멸 위험 지역'이라는 차가운 딱지 대신, 청년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행복을 일구어 가는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으로 바라봐 주는 따뜻한 시선의 변화가 필요한 때입니다.


FAQ

청년들이 서울의 좁은 고시원 생활을 감수하면서도 상경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와 기회가 서울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은 주거 환경이 열악하더라도 서울에서 버티며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미래를 위한 유일한 선택지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칼혼 박사의 쥐 실험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공간의 밀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개체들이 극심한 생존 스트레스를 받게 되며, 이는 자연스럽게 출산율 저하와 출산 포기로 이어진다는 생태학적 법칙을 보여줍니다. 현재 서울의 초저출생 현상을 설명하는 중요한 실마리가 됩니다.

지방 청년들이 실제로 고향에 남고 싶어 하는 비율이 높은가요?

네, 조사에 따르면 지방 청년의 절반 이상이 가족, 친구 등 정서적 유대감과 낮은 주거비 부담 덕분에 지역에 머물기를 희망합니다. 다만, 양질의 일자리와 문화 콘텐츠 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서울행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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