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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의 치열한 '쩐의 전쟁'에서 벗어나 강원도 오지 속에서 자연과 공존하며 고유의 속도를 가꾸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 욕심내지 않고 손수 지은 목조 축사와 산사에서 나누는 두 손의 커피 한 잔은 소유를 비울 때 찾아오는 든든한 평화를 보여줍니다.
  • 내일에 대한 조급함 대신 오늘 흘린 구슬땀의 결실에 집중하는 삶의 철학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안의 메시지를 던집니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날, 강원도 강릉의 한 깊은 계곡에서 얼음을 깨며 마실 물을 구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도시의 숨 가쁜 질주와 치열한 경쟁을 단호히 거부하고, 스스로 조금은 불편한 오지를 선택해 찾아든 이들의 삶은 단순한 도피가 아닌 "진정한 행복"을 향한 대안적 여정입니다. 강원도 산골에서 산양을 돌보는 강륜 씨와 산사에서 향기로운 드립 커피를 내리는 현종 스님의 하루를 들여다보면, 세상의 경쟁 구조에서 한 걸음 물러날 때 비로소 나를 지키는 온전한 행복이 고개를 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지금 우리 앞에 나타난 삶의 대안

최근 바쁘고 복잡한 경쟁 본능에서 탈피해, 자연의 순리에 몸을 맡기며 자신만의 온전한 공간을 개척하는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강원도 강릉의 깊은 산골짝, 그야말로 오지 중의 오지에서 직접 손으로 엮어 만든 옛집을 지키며 살아가는 강륜 씨의 일상이 그렇습니다. 상수도조차 들어오지 않는 오지 골짜기에서 그는 아침마다 꽁꽁 얼어붙은 얼음을 직접 깨며 맑은 물줄기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의 곁에는 50여 마리의 산양이 대자연을 운동장 삼아 뛰놀며 한 식구처럼 어우러져 살아갑니다.


나무 벽을 배경으로 어두운 얼룩무늬와 밝은 회색 산양 두 마리가 나란히 서 있다.

산골 생활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는 산양들은 자연 속에서 소박한 행복을 일궈가는 비결이기도 합니다.


한편, 산봉우리가 푸른 바다처럼 출렁이는 강릉의 고즈넉한 사찰 현덕사에서도 마음에 쉼표를 찍어주는 독특한 흔적이 마주칩니다. 바로 산사 안에서 피어나는 은은한 커피 향기입니다. 어릴 적부터 바다를 사랑했던 현종 스님은 산사를 찾아오는 고단한 도시인들에게 손수 따뜻한 커피를 내려 대접하곤 합니다. 타인이 정해놓은 일방적인 규칙 대신, 자기 마음에 귀를 기울이며 좋아하는 것을 묵묵히 즐기는 스님의 미소는 늘 조급한 우리의 마음에 서늘하면서도 뜨거운 울림을 건넵니다.

이 고독한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세상은 더 빠르게 더 높이 올라가는 법만을 가르쳐 주는데, 왜 우리는 이토록 느리고 일견 불편해 보이는 오지의 삶에 매료되는 걸까요? 그 비결은 바로 경쟁의 필요가 원천 차단된 공간이 주는 해방감에 있습니다. 강륜 씨는 도시의 삶을 두고 "쉽게 말하면 쩐의 전쟁터"라고 조용히 읊조립니다.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누군가를 이겨야만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에서는 온전히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펼쳐 보일 여유가 결코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경쟁 상대라곤 없는 적막한 산골에서는 누구의 시선도 의식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직 자신의 상상대로 집을 짓고, 자신이 기르는 동물들과 교감하며 매 순간 자신의 삶에 귀를 기울일 뿐입니다. 타인과의 끊임없는 비교 속에서 에너지를 방전해 버린 현대인들에게 이러한 자립과 은둔은 주체적인 실존을 안전하게 고수할 수 있는 가장 든든한 방패가 되어 줍니다.

자연과 동물이 합작해 내는 공존의 경제학

오지 속의 평화가 그저 일시적인 낭만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현실이 될 수 있는 밑바탕에는 대자연의 순환 경제학이라는 명민한 시스템이 설계되어 있습니다. 인간의 무리한 통제와 인위적인 간섭을 최소화하고 그들이 자연스레 기능하게 두는 방식입니다. 귀농 초창기부터 함께해 이제는 열 살의 고령에 이른 산양 '아리'는 이 목장의 대표적인 효녀 일꾼입니다. 지난 9년 동안 척박한 산골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대를 이어 새끼를 낳아 길러주며 가치로 환산하면 무려 약 7천만 원에 달하는 탄탄한 자산을 가꾸어 주었습니다.


나무로 직접 엮어 만든 축사 안에서 산양들에게 줄 먹이를 살피는 중년 남성의 모습

어릴 적 기억을 되살려 직접 지은 축사에서 산양들과 함께 소박한 삶을 꾸려갑니다.


축사 하나를 지을 때도 철 같은 인공 자재를 배제한 채 자연에서 얻은 소박한 나무를 옛 방식으로 묶어 얽었습니다. 겨울에 가축들의 피부에 닿았을 때 차갑고 인위적인 상처를 주지 않으려 자연의 온기를 보존한 친환경 공법을 고수한 것입니다. 닭들은 가두어 기르지 않아 하루 종일 숲속의 해충들을 치워 주며 자립하고, 곁을 지키는 견공들은 야생의 위협으로부터 가축 패밀리를 용감하게 엄호합니다. 무거운 의무감이나 노동의 스트레스 없이, 저마다 자연 속에서 존재 자체로 협동하는 완전무결한 생태 사이클이 오지의 삶을 든든하게 견인하는 것입니다.


나무 도마 위에서 칼로 살코기를 얇게 썰고 있는 모습

소박한 재료로도 정성이 담긴 음식을 차려내는 산골 생활은 매일이 느리지만 풍요롭습니다.


우리 일상을 치유하는 작은 변화와 태도

당장 현대적인 삶을 중단하고 산으로 떠날 수 없는 평범한 지상의 우리에게도 이들의 태도는 일상 속 실천의 훌륭한 나침반이 됩니다. 현덕사 현종 스님이 내어놓는 커피 잔에는 유독 소담하면서도 지혜로운 수수께끼가 담겨 있습니다. 잔의 크기와 촉감이 독특해 반드시 두 손으로 공손하게 모아 받쳐 들지 않으면 차를 품위 있게 음미하기 어렵습니다.


숲속 오솔길을 따라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의 뒷모습

매일 반복되는 숲길 산책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며 자연과 교감하는 소중한 일상이 됩니다.


차 한 모금을 들이켜는 짧은 순간만큼은 동등하게 머리를 숙이고 매 순간 겸허함을 잃지 말기를 바라는 스님의 마음이 녹아 있는 섬세한 장치입니다. 오지 개들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울창한 숲길을 한 바퀴 걸어 나오는 수고로움 속에서, 도시의 일상에 치여 찌들어 가던 가슴 밑바닥의 매연마저 눈 녹듯 씻겨 내려갑니다. 삶을 더 빽빽하게 채워 나가려는 집착을 비우고, 소박하게 차려낸 자연산 단백질과 한 모금의 약수처럼 단순한 것들에 감사할 때 메마르고 강퍅했던 일상에는 뜻밖의 촉촉한 서정이 깃들기 시작합니다.

오늘이라는 시간에 온전히 발을 디딜 용기

과연 우리는 오늘 어떤 태도로 인생을 마주해야 할까요? 산골의 단순한 규칙성은 기나긴 미래를 장담하며 미리 안달하지 않습니다. 단지 하루의 노동을 마친 후에 나무 타는 훈연 냄새를 함께 나누며 몸을 녹이고, 오늘에 허락된 만찬을 따뜻하게 나눌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함을 배웁니다. 오지에서의 하루는 먼 훗날의 원대한 성취감보다 오늘 하루를 씩씩하고 무사히 잘 마무리했다는 작은 충만함들의 합으로 채워지기 때문입니다.

자연으로 완전히 회귀하는 행위만이 진리는 아닙니다. 핵심은 타인이 억지로 주입한 속도전에 흔들리지 않고 미련 없이 자신의 호흡을 확보해내는 용기입니다. 지난날의 고단한 흉터마저 밤하늘의 넉넉한 별빛처럼 아름답게 보듬어 줄 수 있는 여유와 품을 만들어가는 여정. 오늘 하루의 구슬땀 어린 노동 뒤에 찾아오는 작지만 확실한 정적이 선사하는 영리한 치유법은, 끝없는 갈증 속에 헤매는 차가운 도시인들에게 가장 간절하고 따스한 해답이 아닐까요?


FAQ

수도시설도 없는 혹독한 겨울철 산골 오지에서 생활용수는 어떻게 조달하나요?

계곡의 흐르는 천연 물줄기가 상수도 역할을 대신합니다. 추운 한겨울에는 수 미터 두께로 꽁꽁 언 얼음을 무겁고 날카로운 쇠꼬챙이나 도구로 직접 정성껏 쪼개 물길을 열어 마시고 씻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자급자족하는 자연인 삶 속에서 산양이 경제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나요?

산양은 스스로 자연 목초지에서 해충을 다잡고 활동하며 무리를 불려 나갑니다. 귀농 초기부터 함께한 메인 수양(아리)의 경우 무려 9년 넘는 시간 동안 번식을 이어가며 실질적으로 약 7,000만 원 상당의 유의미한 가치를 농가에 안겨준 가장 성실하고 경제적인 동반자입니다.

산사의 스님이 내어주시는 드립 커피 잔에는 어떤 특수한 철학이 담겨 있나요?

현종 스님이 사용하는 전통 다기 느낌의 잔은 한 손으로 건성으로 쥐면 쏟아지기 십상입니다. 기꺼이 두 손 모아 공손히 잔을 안아 들도록 디자인되어 지친 손님들이 제 발로 찾아온 차 마시는 자리에 깊은 겸양과 자기반성의 예절을 스스로 갖추도록 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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