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면적의 무려 30배에 달하는 필리핀 이와힉 교도소는 장벽과 철조망 없이 수감자들이 자율적으로 일하고 거리를 활보하는 독특한 자치 공동체입니다.
- 수감자들은 형벌농장에서 땀 흘려 일하고 스스로 돈을 버는 성취를 누리며, 모범수들의 경우 가족을 교도소 내부로 불러 함께 평범한 일상을 꾸리기도 합니다.
- 기존의 단절과 징벌을 탈피하고 인간적인 배려와 상호 신뢰를 통해 수감자의 상처를 감싸 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속죄가 시작됩니다.

아름다운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필리핀 팔라완섬의 한편에는 아주 낯설고 신기한 풍경이 펼쳐집니다. 푸른 자연과 여유로운 공기가 숨 쉬는 이곳에서 담소를 나누고 농사일을 하는 평화로운 정경을 보노라면 평범한 시골 마을 같다는 생각마저 들지요. 하지만 놀랍게도 이곳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거대한 규모의 열린 감옥, 바로 '이와힉 개방형 교도소'랍니다. 이곳에서는 왜 온갖 죄를 지은 이들이 철창 없는 하늘 아래서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걸까요? 이와힉 교도소의 독특한 모습은 감금과 차가운 징벌이라는 기존의 형벌 메커니즘을 크게 우회하여, '인간에 대한 존중과 신뢰'가 도리어 깨어진 인간성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더 튼튼한 교정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우리에게 여실히 증명합니다.
쇠창살을 허물고 주민이 된 수감자들, 이와힉의 특별한 풍경
이와힉 교도소 안으로 한 걸음 들어가 보십시오. 그 흔한 쇠창살도, 차갑게 솟아오른 콘크리트 높은 시멘트 장벽도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곳에 머무는 남성 죄수들은 낮이면 넓고 비옥한 영농 단지에서 억척스럽게 농사를 짓고 목장에서 구슬땀을 흘립니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마음까지 푸근해지는 필리핀의 흔한 시골 풍경 속 한 장면이 매일 새벽부터 펼쳐지는 셈이지요.
21년째 복역 중인 조엘씨는 이와힉 교도소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주말이면 인근 시내에서 놀러 온 나들이 아동과 시민들을 위해 바베큐 고기를 구워주고 작은 삯을 받기도 합니다. 교도소 내부에는 수감자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조그마한 상점도 마련되어 있는데요. 외상으로 친근하게 물품거래를 하고 고단한 노동 뒤에 달콤한 음식을 즐기는 수감자들의 얼굴은 그야말로 문밖의 이웃들과 다를 바가 전혀 없습니다. 죄수와 민간인의 경계가 부드럽게 무너지면서 일상과 노동의 가치가 살아 움직이는 공동체 장소로 숨 쉬고 있습니다.
통제와 격리를 넘어 '신뢰'로 마음의 빗장을 열다
과연 무거운 책임을 져야 마땅할 흉악한 범죄 수감자들에게 이토록 자유로운 넓은 들판을 허락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고 안전할까요? 이와힉 교도소가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가장 값진 질문은 바로 이 '통제와 신뢰' 사이의 균형에 있습니다. 물리적 장치와 강한 고립으로 영혼을 메마르게 만들기보다는, 가혹한 처벌을 걷어낸 자리에 타인에 대한 책임감과 직업의식을 채워주는 방법이 재범율을 낮추고 온전한 사회 복귀를 유도하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입니다.
물론 이곳 안에도 경계와 질서를 지키는 무장 보안 인력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은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결코 실탄을 발사하여 물리력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죄수를 향해 한 인간 대 인간으로서 따뜻한 배려와 인정을 아끼지 않을 때, 그들 역시 선한 눈빛과 성실함을 가지고 수감 수칙을 신뢰로 갚기 때문이지요.
백년의 시간이 빚어낸 역사와 자치 공동체
이 완벽한 조화를 닮은 수감 제도가 단번에 뚝딱 세워진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 밑바탕을 거슬러 오르면 1904년 미국 관할의 군정 아래 세상과 완전히 차단된 외딴 오지에 고립된 유배 감옥으로 문을 열었던 아픈 역사적 발자취를 지나옵니다. 기나긴 한 세기가 지나는 동안 물리적인 구금을 강요하지 않아도 안전하게 이 내부의 규칙을 유지하며 가치 있는 삶을 보듬는 거대 자치 공동체 시스템으로 천천히 진화해 온 셈이지요.
교도관 못지않은 신뢰를 받는 수감자가 교도소 내 행정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감옥 생활 태도가 진지하고 법을 바르게 지킨 이들에게는 믿음에 화답하는 값진 특권도 주어집니다. 21년째 기나긴 생활을 하고 있는 소년 시절의 청년이었던 조엘은 훌륭한 품행을 유지하여 교도관들 사이에 최고의 평가를 받는 모범수입니다. 이제는 직원을 든든하게 돕고 자치를 이끄는 책임 있는 손길로 성숙했습니다. 비록 한때의 감정 없는 억울한 사연과 긴 슬픔의 터널을 다 지나왔지만, 스스로를 나아지게 만들려 부단히 용서의 삶을 실천해 온 조엘의 얼굴은 한 명의 정직하고 평범한 인간 자체로 반짝이고 있습니다.
상처를 감싸 안은 손길, 마음속 새로운 뿌리가 자라다
이와힉에서 거둘 수 있는 가장 특별하고 눈물겨운 과실은 수감자들이 그동안 단절되었던 가족이라는 인연을 복원하고 스스로 생활의 기틀을 새로 쌓아 올린다는 점일 것입니다. 행동이 바르고 흠잡을 데 없는 일부 수감자들은 이곳에서 합법적으로 가족들과 한 집을 이룰 수 있는 영예를 얻게 됩니다.
상처 입은 가지가 흙의 온기를 만나 다시 뿌리를 내리듯, 닫혔던 마음도 신뢰와 돌봄 속에서 새로운 삶의 희망을 틔워갑니다.
수감 생활 도중 소중한 아내 마리를 만나 세 명의 천사 같은 아들의 아버지가 된 죄수 칼의 정원은 늘 따뜻한 기운이 돌고 있습니다. 부족한 배급량 탓에 비록 풍족하게 먹지는 못하지만 주말이면 가족끼리 모여 기쁘게 소풍을 갈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칼에게는 인생에서 얻은 최고의 선물입니다. 뒤뜰에서 칼라만시 나무의 상처 입은 여린 나뭇가지 줄기에 흙을 동그랗게 뭉쳐 비닐로 감싼 뒤 정성 다해 기르는 칼의 손은 쉴 틈이 없습니다. 칼이라는 상처받은 영혼을 아내 마리가 폭신한 대지처럼 한결같이 포근하게 덮어주었기에, 그는 과거를 흘려보내고 삶의 또 다른 기적 같은 새싹을 천천히 틔워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세상 밖으로 향하는 이들이 풀어야 할 묵직한 숙제
우리가 앞으로 가장 관심 있게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포인트는 이와힉에서의 깊은 배움과 회복의 과정을 거친 이들이 곧 마주하게 될 자유 세상의 매서운 장벽들입니다. 수십 년의 격리가 끝나고 마침내 출소라는 다가오는 자유에 웃음이 나도, 한편으론 늙고 연약해진 나 자신을 과연 고향의 따뜻한 품에서 예전 그대로 믿고 포용해 줄지 걱정과 그리움이 가득 교차합니다.
교화의 과정을 충실히 마친 그들이 어깨에 얹힌 짐을 훌훌 벗어 던지고 완전히 거듭나길 원할 때, 도리어 우리 사회가 편견 묻은 주눅 든 눈길로 다시금 그들을 억누르지 않아야 이들의 텅 빈 신발 뒤꿈치에도 진정한 끝맺음이 찾아올 것입니다. 거친 땅과 이와힉의 신뢰로부터 스스로 가치가 변화함을 몸소 경험했던 귀한 일꾼들이, 밖에서도 당당하고 곧게 걸어가 따스한 정을 나누는 멋진 한 사람으로 우뚝 서기를 조용히 응원해 봅니다.
FAQ
필리핀 이와힉 교도소는 일반인이나 관광객이 쉽게 갈 수 있는 개방된 곳인가요?
네, 맞습니다. 이와힉 교도소는 허가를 받으면 일반 관광객들도 자유롭게 들어가 구경할 수 있습니다. 수감자들의 다양한 춤 공연을 직접 보거나 이들이 직접 한 땀 한 땀 만든 수공예 기념품을 구매하며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합니다.
이곳에서는 어떻게 죄수들이 가족들과 함께 모여 가정을 이룰 수 있는 건가요?
수감 생활 동안 규정을 아주 모범적으로 잘 준수하고 오랫동안 훌륭한 바른 품행이 입증된 모범수들에 한해, 가족들을 교도소 영내로 데려와 함께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는 아주 특별한 특권과 공간이 부여됩니다.
수감자들이 직접 돈을 벌거나 소소하게 경제생활을 누리기도 하나요?
그렇습니다. 죄수들은 주말에 유원지에 놀러 온 피서객들의 고기나 바베큐를 구워주고 일정 비용을 제공받는 등 정직한 노동을 바탕으로 보수를 얻고 있습니다. 이 돈으로 교도소 내부 상점을 통해 생필품이나 군것질거리 등을 자유롭게 외상과 직접 결제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