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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이 명확한 축구 철학과 100년 계획으로 성장하는 동안, 한국 축구는 일관된 비전 없이 감독 개인의 역량에만 의존하며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 이러한 비전 부재의 근본 원인은 단 190여 명의 선거인단만 관리하면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는 축구협회의 폐쇄적인 간접선거 시스템에 있습니다.
  •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 역시 무너진 공정성의 결과물이며, 한국 축구가 부활하기 위해서는 선거제도 개편과 함께 기나긴 '죽음의 계곡'을 견디는 시스템 개혁이 필수적입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과 국제 무대에서 부진을 거듭하며 팬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홍명보 감독의 전술적 무능이나 정몽규 회장 개인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죠.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특정 인물 몇 명을 교체한다고 해서 한국 축구의 위기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진짜 문제는 특정 감독이나 회장이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방치된 낡은 구조 그 자체에 있기 때문입니다.

왜 일본은 월드컵에서 브라질, 스페인 등 강호들과 대등하게 싸우는 수준까지 올라섰는데, 한때 아시아 최강을 자부하던 한국 축구는 끝없이 표류하고 있을까요? 그 해답은 감독의 전술 노트가 아니라, 축구협회의 의사결정 시스템과 선거 제도 안에 숨어 있습니다.

일본 축구의 약진, 그 이면에 있는 '100년 계획'

최근 월드컵에서 일본 국가대표팀이 보여준 놀라운 경기력은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 개인의 역량 덕분이 아닙니다. 이것은 일본 축구가 1990년대 초반부터 무려 30~40년간 끈질기게 쌓아온 '100년 계획'의 결과물입니다.


검은색 모자를 쓰고 줄무늬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스튜디오에서 마이크 앞에 앉아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 축구가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세운 100년 계획의 구체적인 실행 과정을 살펴봅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축구는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프로 리그(J리그)를 출범시키며 100년 후 월드컵 우승이라는 장기 비전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리죠. "우리는 어떤 축구를 할 것인가?" 신체적 조건이 불리한 아시아 국가로서 잉글랜드의 힘 있는 축구나 브라질의 개인기 축구는 따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일본은, 스페인식의 정교한 패스 축구를 자신들의 지향점으로 삼았습니다. 이른바 팬들이 '스시타카'라고 부르는 축구 철학이 탄생한 순간입니다.

방향이 정해지자 유소년 육성부터 성인 대표팀 운영, 심지어 외국인 감독을 선임할 때도 철저히 이 철학에 부합하는 인물만 선택했습니다. 길이 명확하니 중간에 실패하더라도 수정하고 다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철학 없는 한국 축구, 갈지자 행보의 뼈아픈 결과

반면 한국 축구는 어떤 축구를 지향할까요? 안타깝게도 모두가 동의하는 일관된 축구 철학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스튜디오 테이블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세 명의 남성

벤투 감독 이후 한국 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협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비전이 없으니 감독을 선임하는 방식도 주먹구구식입니다. 예산에 맞춰 유명한 감독을 데려왔다가 실패하면, 정반대 성향의 감독으로 교체하는 식이죠. 카타르 월드컵 당시 파울루 벤투 감독은 한국도 주도권을 쥐고 지배하는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냈습니다. 모두가 이 방향에 동의하는 듯했습니다.

그런데 축구협회는 그다음 감독으로 전술적 결이 완전히 다르고 현대 축구의 흐름에서 밀려난 위르겐 클린스만을 선임했습니다. 그리고 클린스만이 실패하자 이번에는 또다시 맥락 없이 홍명보 감독을 자리에 앉혔습니다. 벤투, 클린스만, 홍명보 사이에는 어떠한 전술적 공통점이나 철학적 연속성도 없습니다. 길이 없으니 제자리에서 갈지자 행보만 반복하고 있는 셈입니다.

계획을 안 세우는 진짜 이유: '190명 간접선거'의 폐해

그렇다면 왜 한국 축구협회는 일본처럼 100년은 아니더라도 최소 10년짜리 장기 계획조차 세우지 않는 걸까요?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사실은, 굳이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스튜디오 테이블에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세 명의 남성

한국 축구 행정의 구조적 문제와 장기적인 계획 수립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축구협회장의 선거 구조에 있습니다. 기업의 CEO는 소비자의 눈치를 보고, 정치인은 유권자의 눈치를 봅니다. 그렇다면 축구협회장은 누구에게 잘 보여야 할까요? 바로 자신에게 표를 주는 선거인단입니다.

현재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약 190명 규모의 간접선거로 치러집니다. 이 중 30%는 각 연맹과 시도 협회장 등 사실상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는 당연직 대의원입니다. 나머지 70% 역시 축구계 인사들 중에서 추첨으로 뽑히지만, 선후배 관계가 명확하고 좁은 축구계 특성상 선거인단 명부만 확정되면 완벽한 표 단속과 관리가 가능해집니다.

결국 협회장 입장에서는 축구 팬들이나 국민들의 여론을 신경 쓸 이유가 없습니다. 자신을 지지해 줄 190명만 확실히 관리하면 4선이든 5선이든 장기 집권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으니, 피곤하게 장기 비전을 세우고 스스로 그 계획에 얽매일 이유도 없는 것입니다.

견제 없는 권력이 만든 '욕망의 카르텔'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하고 고이게 마련입니다. 선거인단이 소수로 제한된 폐쇄적인 구조에서는 능력 있고 개혁적인 인물이 협회장 선거에 도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비전을 제시해도, 이미 짜인 선거판에서는 표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입니다.

결국 공적인 마인드를 가진 유능한 인재들은 축구협회를 외면합니다. 반면, 축구협회의 권력에 기대어 자리를 보전하려는 사람들만이 모여들어 거대한 '욕망의 카르텔'을 형성합니다. 축구계의 컨트롤 타워인 협회에 밉보이면 감독 자리 하나 얻기 힘든 구조 속에서, 사람들은 혁신보다 줄서기를 택하게 됩니다. 이것이 한국 축구의 행정이 끝없이 퇴보하는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홍명보 사태의 본질: 전술이 아닌 '공정성'의 붕괴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홍명보 감독 선임 논란의 본질이 명확해집니다. 대중이 이토록 분노한 이유는 단순히 쓰리백이니 라볼피아나니 하는 전술적 역량의 부족 때문이 아닙니다.


스튜디오에서 세 명의 출연자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모습

과정의 공정성을 잃어버린 한국 축구 행정의 폐해와 그 구조적 원인을 짚어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정성'이라는 현대 사회의 핵심 가치가 훼손되었다는 점입니다. 이사회나 전력강화위원회의 정상적인 절차를 모두 무시하고, 밤늦게 집 앞으로 찾아가 특혜성으로 감독 자리를 제안하는 방식은 대중의 상식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부당한 특혜가 주어졌다는 것은, 곧 정당하게 경쟁해야 할 다른 누군가의 기회가 박탈되었다는 뜻입니다.

축구협회는 "결과만 좋으면 과정의 흠결은 모두 용서받을 것"이라는 낡은 시대의 착각 속에 빠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 없이는 출범조차 지지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이번 사태가 명백히 보여주었습니다.

'죽음의 계곡'을 견뎌낼 용기가 필요할 때

자, 그러면 한국 축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시급하고 현실적인 대안은 축구협회장 선거인단을 대폭 확대하여 운동장을 넓히는 것입니다. 소수의 카르텔이 결과를 통제할 수 없도록 투표권자의 풀을 넓혀야만, 새로운 인물들이 진입하여 비전을 놓고 경쟁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가 마련됩니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제도를 바꾸고 새로운 리더십이 들어선다고 해서 당장 내일부터 한국 축구가 마법처럼 강해지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수십 년간 누적된 폐단을 걷어내고, 새로운 철학을 세워 유소년부터 다시 길러내는 데는 최소 5년에서 10년 이상의 기나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이 고통스러운 정체기, 즉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건너야 한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당장의 성적 부진에 일희일비하며 또다시 단기 처방에 매달린다면, 한국 축구는 영원히 갈지자 행보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특정 인물을 비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시스템을 감시하며 묵묵히 변화를 인내하는 용기만이 한국 축구를 다시 뛰게 할 유일한 길입니다.


FAQ

일본 축구가 최근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1990년대부터 수립한 '100년 계획' 덕분입니다. 일본은 자신들의 체격에 맞는 스페인식 패스 축구(스시타카)를 지향점으로 삼고, 유소년부터 성인 대표팀까지 일관된 철학 아래 선수와 감독을 장기적으로 육성해 왔습니다.

한국 축구협회는 왜 일본처럼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나요?

현재의 축구협회장 선거가 약 190명의 선거인단만 참여하는 간접선거로 치러지기 때문입니다. 회장 입장에서는 대중을 위한 장기 비전을 세우기보다, 소수의 선거인단만 관리하는 것이 연임에 훨씬 유리한 구조입니다.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팬들이 가장 크게 분노한 지점은 어디인가요?

단순히 전술적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공정한 선임 절차가 무시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사회나 전력강화위원회의 정상적인 절차 없이 특혜성으로 감독이 내정된 것은, 공정을 중요시하는 현대 사회의 기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입니다.

한국 축구의 시스템을 개혁하려면 가장 먼저 무엇을 바꿔야 하나요?

축구협회장 선거인단을 대폭 확대하여 간접선거의 폐쇄성을 깨야 합니다. 투명하고 공정한 선거 구조가 마련되어야 능력 있는 새로운 인물들이 협회에 진입하여 비전을 제시하고 경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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