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못 설계된 성과급은 직원들이 측정 가능한 목표에만 집착하게 만들어, 품질이나 신뢰 같은 보이지 않는 핵심 가치를 훼손합니다.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벵트 홀름스트롬은 측정이 어려운 중요한 업무일수록 성과급 비중을 낮추고 기본급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 완벽한 성과 측정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고정급과 정해진 출퇴근 시간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인 관료제가 오히려 조직을 보호하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게 만들려면 돈, 즉 성과급을 많이 주면 된다고 생각하시죠?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잘못 설계된 인센티브는 오히려 회사를 철저하게 망가뜨립니다. 사람들은 보상이 주어지는 '측정 가능한 지표'에만 무섭게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품질, 안전, 고객의 신뢰 같은 핵심 가치들은 무참히 희생되고 맙니다. 오늘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벵트 홀름스트롬(Bengt Holmström)의 이론을 바탕으로, 왜 성과급이 조직의 독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올바른 인센티브 설계의 본질은 무엇인지 파헤쳐 보겠습니다.
웰스파고와 애틀랜타 교육청의 씁쓸한 비극
2016년,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웰스파고 은행에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터집니다. 직원들이 고객 몰래 무려 350만 개의 유령 계좌를 개설한 겁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당시 웰스파고의 슬로건은 'Eight is great(한 고객당 8개의 금융 상품을 팔아라)'였습니다. 은행은 기본급을 대폭 깎는 대신, 계좌나 카드를 개설할 때마다 파격적인 성과급을 지급했습니다. 생계가 걸린 직원들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혹은 페널티를 피하기 위해 고객 정보로 몰래 계좌를 만들었습니다. 결국 웰스파고는 30억 달러(약 3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벌금을 물었고, 연준으로부터 7년간 자산 성장 제한이라는 치명적인 제재를 받았습니다. 푼돈의 수수료를 벌려다 회사의 근간이 흔들린 셈입니다.
현대 계약 이론의 기틀을 마련한 두 경제학자의 연구는 성과급과 조직 설계의 본질을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됩니다.
이런 일은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미국 애틀랜타 교육청에서는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평가 성적을 기준으로 교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성적이 낮은 학교는 폐교시키겠다는 정책을 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178명에 달하는 교사들이 집단으로 학생들의 시험 답안을 조작한 겁니다. 아이들의 성적을 올려 인센티브를 받고 학교를 구하겠다는 명분이었지만, 결국 다수가 실형을 선고받는 참극으로 끝났습니다.
측정 가능한 목표의 함정, '멀티태스킹의 딜레마'
이런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멀티태스킹의 딜레마(Multitasking Dilemma)'라고 부릅니다. 직장인은 누구나 여러 가지 업무를 동시에 수행합니다. 생산량도 늘려야 하지만 품질도 챙겨야 하고, 매출도 올려야 하지만 고객 신뢰도 유지해야 하죠.
그런데 회사가 '측정하기 쉬운 지표(예: 생산량, 매출)'에만 성과급을 걸면 어떻게 될까요? 홀름스트롬은 "You get what you pay for(당신은 딱 지불한 만큼만 얻게 된다)"라고 명쾌하게 정리합니다. 직원들은 보상받지 못하는, 즉 측정하기 어려운 가치(품질, 안전, 장기적 신뢰)를 완전히 포기해 버립니다.
성과에만 지나치게 집중할 때 발생하는 부작용은 교육 현장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납니다.
과거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 참사 역시 공사 기간 단축이나 비용 절감이라는 '측정 가능한 목표'에만 매몰되어 '안전'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방치한 결과입니다. 의료계에서 예방이나 긴 상담보다 진료 건수와 수술 횟수에 집중하게 되는 구조, 언론과 유튜브가 심층 취재보다 자극적인 썸네일과 조회수에 목을 매는 현상도 모두 인센티브 구조가 만들어낸 씁쓸한 자화상입니다.
노벨상 수상자의 해법: 기본급과 성과급의 황금비율
그렇다면 성과급을 아예 없애야 할까요? 홀름스트롬은 성과급 자체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대신 업무의 성격에 따라 보상 구조를 완전히 다르게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직무의 분리입니다. 만약 자동차 판매나 단순 영업처럼 '측정이 명확하고 쉬운 업무'라면, 기본급을 낮추고 성과급을 높게 가져가는 것이 맞습니다. 반면, 교육, 의료, 안전 관리처럼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조직에 너무나 중요한 업무'라면 오히려 성과급 비중을 대폭 낮추고 기본급을 높여야 합니다. 무리하게 수치화해서 보상하려 들면 웰스파고나 애틀랜타 교육청 같은 부작용이 반드시 터지기 때문입니다.
측정 가능한 업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를 분리하여 각각에 맞는 보상 체계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성과급을 지급하는 '방식'도 중요합니다. "이번 달에 100건을 달성하면 1천만 원을 주겠다" 같은 계단식(Threshold) 보상은 최악입니다. 목표를 일찍 채운 직원은 다음 달로 실적을 미루고, 목표 달성이 간당간당한 직원은 닛산 자동차의 사례처럼 자기 돈으로 차를 사거나 렌터카 업체에 헐값에 넘기는 꼼수를 부리게 됩니다. 성과급은 특정 구간에서 폭발하는 형태가 아니라, 한 건당 일정액이 늘어나는 선형적(Linear) 보상 구조로 설계되어야 부작용을 막을 수 있습니다.
성과급에서 '운'을 발라낼 수 있을까?
홀름스트롬이 강조하는 또 다른 중요한 원칙은 '운(Luck)의 배제'입니다. 좋은 성과 지표는 철저히 직원이 통제 가능한 요소로만 구성되어야 합니다.
2022년 유가 폭등으로 정유사들이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내며 기본급의 1,5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했을 때 '횡재세' 논란이 일었습니다. 반면 2020년 코로나 직후에는 원유 선물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엄청난 적자를 봤죠. 이는 정유사 직원들이 갑자기 일을 엄청나게 잘하거나 못해서가 아니라, 철저히 외부 시장 상황이라는 '운'에 좌우된 결과입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막대한 영업이익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성과급 산정 시 외부 요인을 제외하고 순수한 실력만을 평가하는 상대 평가의 중요성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성과에서 이 '운'을 완벽히 발라내야 합니다. 동종 업계 경쟁사와의 상대 평가를 하거나, 자본 비용을 제외한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삼는 식의 시도가 그 예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운을 완벽히 도려내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계산식이 복잡해질수록 직원들은 "평가 기준이 불투명하다"며 불만을 품게 됩니다. 투명성과 정확성 사이의 깊은 딜레마입니다.
우리가 매일 9시에 출근하는 진짜 이유
결국 완벽한 인센티브 설계란 존재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지금도 고정된 월급을 받고, 매일 9시에 출근하는 '관료제' 시스템 속에 살고 있을까요? 답답하고 구시대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이 관료제야말로 부작용을 막기 위해 고안된 가장 현실적인 통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을 일정한 시간에 출근시키고 고정급을 지급하는 대신, 상사의 종합적인 평가나 승진, 평판이라는 복합적인 요소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극단적인 성과급의 폐해를 막는 안전장치인 셈입니다. 구글이 직원들에게 업무 시간의 20%를 자유롭게 쓰게 하고 '실패 장려금'을 주는 것도, 숫자로 측정할 수 없는 혁신의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입니다.
성과급은 사람을 강하게 움직입니다. 하지만 그 방향이 회사가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인지, 아니면 그저 숫자를 채우기 위한 절망적인 질주인지는 인센티브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숫자에만 값을 매길 때, 조직을 지탱하는 가장 소중한 가치들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FAQ
성과급을 많이 주면 무조건 성과가 오르지 않나요?
단기적인 수치는 오를 수 있지만, 직원들이 보상을 받는 '측정 가능한 지표'에만 몰두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품질, 안전, 고객 신뢰 등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훨씬 중요한 장기적 가치들이 심각하게 훼손될 위험이 큽니다.
그렇다면 측정이 어려운 중요한 업무는 어떻게 보상해야 하나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벵트 홀름스트롬은 측정이 어려운 업무일수록 성과급 비중을 대폭 낮추고 기본급을 높게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무리하게 지표를 만들어 보상하면 오히려 직원들이 편법을 쓰거나 결과를 조작하게 됩니다.
성과급을 설계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입니까?
직원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시장 상황이나 '운'의 요소를 최대한 배제해야 합니다. 또한, 특정 실적 구간을 넘길 때 보상이 급증하는 계단식 구조보다는, 실적에 비례해 일정하게 보상하는 선형적 구조를 채택해야 꼼수를 막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