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주사의 가을 / 한국관광공사-김대일 |
충북 보은 속리산 법주사 앞에서 세심정까지는 약 2.35km 숲길이 이어진다. 조선 세조와 얽힌 이야기에서 이름을 딴 세조길이다. 법주사를 지나 얼마 걷지 않으면 길 옆으로 저수지가 나타나고, 산자락 단풍과 봉우리가 잔잔한 수면 위에 그대로 비친다. 길 대부분이 경사가 거의 없는 흙길이어서 등산 채비 없이 걸을 수 있다.
산림청이 내놓은 올해 속리산 단풍 절정 예측일은 10월 28일이다. 정상 능선까지 오르지 않아도 사찰 숲과 물에 비친 가을색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이라, 이번 주말부터 다음 주말 사이가 가장 노려 볼 만한 때다. 다만 같은 산이라도 고도에 따라 물드는 시기가 달라 사찰 주변과 저수지 일대는 능선보다 조금 늦게 색이 짙어질 수 있다.
사찰 숲에서 저수지 수변까지
법주사의 가을 / 한국관광공사-홍현선 |
걷기는 속리산 버스터미널이나 주차장에서 시작한다. 법주사까지 들어가는 진입로는 키 큰 나무가 양옆으로 늘어선 숲길이어서, 단풍철에는 사찰에 닿기 전부터 머리 위가 붉고 노란 잎으로 덮인다. 일주문을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숲에 둘러싸인 넓은 마당에 오래된 전각들이 자리 잡고 있다.
법주사는 2018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오른 사찰 가운데 하나다. 경내 한가운데에는 국내에 하나뿐인 목조 5층탑인 국보 팔상전이 서 있고, 그 뒤로 속리산 봉우리들이 겹겹이 펼쳐진다. 전각 지붕 너머로 보이는 산자락 단풍은 경내를 천천히 한 바퀴 돌며 각도를 바꿔 보기 좋다.
보은 법주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
경내를 나와 세조길로 접어들면 곧 저수지 수변 데크와 흙길이 이어진다. 바람이 잦아드는 오전에는 수면이 고요해 물가 나무와 뒤편 봉우리가 거꾸로 비친 모습을 또렷하게 담을 수 있다. 단풍 숲과 수면이 한 화면에 들어오는 지점이 여러 곳이라, 서두르지 않고 걸음을 멈춰 가며 둘러보기 좋다.
돌아올 때는 왔던 길을 그대로 되짚어 걷는다. 같은 저수지라도 갈 때와 돌아올 때 해가 비치는 방향이 달라져, 오전에 그늘져 있던 물가 숲이 오후에는 햇빛을 받아 한층 밝은 빛을 낸다. 법주사 경내도 다시 지나게 되므로 처음에 놓친 전각이나 마당 쪽 풍경을 이때 마저 둘러보면 된다. 숲길과 사찰, 저수지가 짧은 거리 안에 모여 있어 한 번의 걸음으로 세 가지 풍경을 모두 보는 셈이다.
걷는 데 걸리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보은 법주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
법주사 경내를 둘러본 뒤 저수지까지 다녀오는 데는 사진 촬영 시간을 넣어 반나절이면 넉넉하다. 세조길을 세심정까지 끝까지 걸으면 왕복 약 4.7km다. 더 깊은 산속 단풍을 보고 싶다면 세심정에서 문장대까지 오르는 길이 이어지는데, 왕복 약 6.6km에 3시간 30분 정도가 걸려 산행 준비가 필요하다.
보은 법주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
법주사 문화재 관람료는 2023년 5월부터 받지 않는다. 사찰과 세조길을 비용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는 점도 단풍철에 찾기 좋은 이유다.
자가용은 당진영덕고속도로 속리산 나들목에서 나와 법주사 방향 표지판을 따라가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속리산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숲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법주사에 닿는다. 단풍 절정 무렵 주말에는 오가는 차가 몰리므로 이른 시간에 출발하는 편이 걷기에도 사진을 찍기에도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