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나무계단 30분 오르니, 억새 들판이 한눈에 보여요"... 둘레 3km 들판 위 억새 오름 산책로


백약이오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백약이오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의 백약이오름은 이름에 이 오름의 내력이 담겨 있다. 19세기 지리서 『탐라지초본』은 약초가 많이 자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적었다. 지금도 분화구 안팎에는 꿀풀, 향유, 쇠무릎 같은 풀이 자라고, 해발 356.9m에 둘레 약 3.1km인 오름의 사면은 탁 트인 풀밭으로 이어진다.

이 풀밭은 가을이 되면 억새 사면으로 바뀐다. 제주관광공사는 10월을 산책로 옆 억새를 보기 좋은 시기로 안내한다. 입구에서 시작하는 나무계단 양옆으로 억새가 이어지고, 계단을 오를수록 성읍 일대 들판과 주변 오름들이 넓게 펼쳐진다. 왕복 30~40분이면 다녀올 수 있어 긴 등산 없이 억새 사이를 걸을 수 있다.

나무계단 따라 오르는 억새 사면

백약이오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백약이오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탐방로는 입구에서 곧장 오름 사면을 오르는 나무계단으로 시작한다. 계단 옆 억새는 바람이 부는 쪽으로 한꺼번에 눕고, 이삭이 햇빛을 받으면 사면 전체가 은빛을 띤다. 오르다 뒤를 돌아보면 출발한 입구와 목장 들판이 점점 작아지고, 그만큼 시야가 넓어진다.

억새 이삭은 해를 등지고 볼 때보다 해를 마주하고 볼 때 더 하얗게 빛난다. 해가 낮게 깔리는 오전이나 늦은 오후에 계단을 오르면 이삭 끝이 빛을 받아 사면이 한층 밝아 보인다. 사진을 찍는다면 계단 중간쯤에서 억새와 아래 들판을 함께 담을 수 있다.

계단 끝에 닿으면 둥글고 넓적한 굼부리가 나타난다. 가운데가 움푹 파인 분화구는 원형 경기장을 떠올리게 하는 모양으로, 가장자리를 따라 걸으며 안쪽을 내려다볼 수 있다. 바깥쪽으로는 제주 동부의 들판과 크고 작은 오름들이 겹겹이 이어져 보인다.

백약이오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백약이오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굼부리 안쪽 비탈에는 층층이꽃, 방아풀, 쑥 같은 풀이 자란다. 오름 이름의 유래가 된 약초들이다. 바깥 사면이 억새로 덮이는 가을에도 분화구 안쪽은 키 낮은 풀밭으로 남아 있어, 가장자리에 서면 은빛 억새와 초록 풀밭이 안팎으로 나뉘어 보인다.

백약이오름 주변은 목장 들판이 넓게 펼쳐진 중산간 지대다. 높은 건물이나 숲이 시야를 가리지 않아, 해발 350m 남짓한 오름 위에서도 들판과 이웃 오름들이 멀리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짧은 계단 산책으로 이런 조망을 얻는다는 점이 이 오름의 장점이다.

정상 일부 통제와 찾아가는 길

백약이오름 / 한국관광공사-임명일

백약이오름 / 한국관광공사-임명일

백약이오름은 2024년 8월 1일부터 정상부 가장 높은 봉우리 일부가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통제는 별도 고시가 있을 때까지 이어지고, 나머지 탐방로는 그대로 걸을 수 있다. 훼손된 땅과 풀이 회복되도록 쉬게 하는 조치여서 통제 구간 표시를 넘지 않아야 한다.

백약이오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백약이오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나무계단과 개방된 굼부리 둘레만 걸어도 억새 사면과 들판 조망은 충분히 볼 수 있다. 기본 탐방은 왕복 30~40분 정도다. 계단 중간에 멈춰 사진을 찍고 굼부리 가장자리에서 쉬어 가면 1시간 가까이 잡아 두는 편이 편하다.

백약이오름은 성읍2리 입구에서 북동쪽으로 약 3.5km 떨어져 있다. 차로 오름 입구까지 바로 갈 수 있어 성읍민속마을과 함께 둘러보기 좋다. 오름 입구에는 화장실과 탐방안내소가 없으므로 출발 전에 미리 들르고, 마실 물도 챙겨 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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