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쌀 물로 끓여 씻은 뚝배기를 맑은 물에 헹구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된장찌개나 순두부찌개를 뚝배기에 끓이는 날이 부쩍 많아진다. 그런데 찌개를 다 먹고 나면 바닥과 가장자리에 국물 자국이 눌어붙어 물을 부어 두어도 쉽게 떨어지지 않고, 뚝배기에 코를 대 보면 방금 끓인 찌개 냄새가 그대로 배어 있어 볼 때마다 찜찜하다.
그래서 대부분 주방세제를 듬뿍 묻혀 수세미로 박박 문지르는데, 겉으로는 깨끗해 보여도 다음에 찌개를 끓이면 지난번 냄새가 다시 올라오곤 한다. 세제를 그만큼 썼으니 혹시 세제 냄새까지 음식에 배지 않을까 싶어 마음이 놓이지 않는 것도 흔한 일이다.
옹기를 오래 다뤄 온 장인들은 뚝배기를 씻을 때 세제 대신 생쌀 한 숟가락을 쓴다. 물을 붓고 쌀을 넣어 한 번 끓인 뒤 식혀서 헹구는 방법인데, 집에 늘 있는 쌀이라 따로 살 것이 없고 손으로 문지르는 수고도 한결 줄어든다.
세제로 닦아도 찌개 냄새가 남는 뚝배기
안쪽 표면의 작은 기공이 보이는 빈 뚝배기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뚝배기는 흙을 빚어 구운 그릇이라 겉보기엔 매끈해도 표면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구멍이 촘촘하게 나 있다. 찌개를 끓이는 동안 국물과 기름이 이 구멍 속으로 스며드는데, 식으면서 그 안에서 그대로 굳어 버리기 때문에 냄새가 뚝배기 안쪽에 오래 남는다.
수세미로 문지르면 겉에 묻은 자국은 지워지지만 구멍 속에 들어간 국물까지는 닿지 않는다. 세제를 많이 쓸수록 세제 역시 같은 구멍으로 스며들어 헹군 뒤에도 남아 있다가, 다음 찌개를 끓일 때 음식에 섞여 나올 수 있다.
생쌀을 물에 넣고 끓이면 쌀에서 전분이 우러나 물이 뿌옇고 약간 걸쭉해지는데, 이 뜨거운 쌀물이 뚝배기 안쪽에 고루 닿으면서 눌어붙은 찌꺼기가 불어 쉽게 떨어진다. 쌀의 전분은 뚝배기 표면의 작은 구멍 사이 빈틈을 메우는 데도 도움이 되니, 문질러 닦기 전에 쌀물로 한 번 끓여 주는 것이 좋다.
뚝배기에 밴 찌개 냄새 빼는 방법
따뜻한 물을 3분의 2 높이까지 담은 뚝배기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생쌀 한 숟가락과 물이면 충분하다. 먼저 남은 찌개를 덜어 내고 따뜻한 물로 가볍게 헹궈 큰 찌꺼기를 없앤 다음, 물은 뚝배기의 3분의 2쯤까지만 붓는다. 쌀물은 끓으면서 거품이 올라오기 때문에 가득 채우면 넘치기 쉽다.
물을 부은 뒤 생쌀 한 숟가락을 넣고 한 번 저어 쌀알이 바닥에 고루 퍼지게 한다. 불은 약불로 시작해 뚝배기가 데워지면 중불로 올리는 것이 안전한데, 처음부터 센 불에 올리면 그릇 한쪽만 갑자기 뜨거워져 금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 담긴 뚝배기에 생쌀 한 숟가락을 넣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하게 줄이고 쌀알이 퍼질 때까지 그대로 끓인다. 물이 뿌옇게 흐려지고 바닥에 눌어붙어 있던 자국이 들뜨기 시작하면 다 된 것이고, 거품이 가장자리까지 차오르면 불을 조금 더 줄인다.
뿌연 쌀물이 약한 불에서 끓는 뚝배기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불을 끈 뒤에는 쌀물을 담은 채로 손으로 만질 수 있을 만큼 식을 때까지 둔다. 뜨거운 뚝배기를 찬물에 바로 담그면 갑작스러운 온도 차이로 잔금이 생길 수 있으니, 다 식은 다음에 쌀물을 비우고 부드러운 수세미로 안쪽을 가볍게 닦아 깨끗한 물로 헹군다. 마지막으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엎어 두어 바닥까지 바짝 말린다.
매번 쌀을 넣고 끓일 필요는 없다. 평소에는 따뜻한 물과 부드러운 수세미로 닦고, 된장찌개나 청국장처럼 냄새가 강한 음식을 끓였거나 바닥에 자국이 눌어붙었을 때 이 방법을 쓰면 된다. 한 번 끓여도 냄새가 남아 있으면 새 쌀을 넣고 한 번 더 끓인다.
찌개를 자주 끓이는 계절이라면 세제를 더 묻히기 전에 쌀 한 숟가락부터 꺼내 보길 권한다. 뚝배기를 제대로 씻어 두면 다음에 끓이는 찌개에 지난번 냄새가 섞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