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릇하게 부친 굴전이 담긴 흰 접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 초가 되면 시장 좌판에 뽀얀 생굴이 담긴 봉지가 쌓이기 시작하고, 제철을 맞은 굴로 무엇을 해 먹을지 고민하게 된다. 굴전은 그중에서도 밥반찬과 술안주로 두루 손이 가는 음식이라 굴을 사 오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요리다.
그런데 굴전을 부쳐 보면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물을 입히는 동안 굴 한 알 한 알이 두툼한 옷에 덮이는 경우가 많다. 다 부친 굴전을 한입 베어 물었을 때 고소한 부침 맛만 남고 정작 굴 맛은 희미해서 아쉬웠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럴 때는 밀가루와 부침가루를 모두 빼고 달걀물만 입혀 부쳐 보는 것이 좋다. 가루옷을 생략하는 것만으로 굴 자체의 달큰한 맛과 달걀의 부드러운 맛이 훨씬 또렷하게 살아난다.
두꺼운 가루옷에 가려지는 굴의 달큰한 맛
밀가루 없이 얇은 달걀물만 묻힌 생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굴전에 밀가루를 먼저 묻히는 이유는 물기가 많은 굴 표면에 달걀물이 잘 붙게 하려는 것인데, 밀가루가 굴의 물기를 머금으면서 엉겨 겉에 한 겹이 더 생긴다. 여기에 달걀물까지 입히면 굴을 감싸는 옷이 두 겹이 되고, 씹었을 때 혀에 먼저 닿는 것은 굴이 아니라 익은 밀가루 맛이다.
굴은 살이 얇고 부드러워 오래 두지 않아도 금방 익는 재료라서, 두꺼운 옷이 다 익을 때까지 불에 두면 정작 굴은 즙이 빠져 질겨지기 쉽다. 밀가루옷이 두꺼울수록 굴의 맛은 가려지고 식감은 단단해지는 셈이다.
가루옷 없이 달걀물만 입히면 얇은 달걀 막 하나가 굴을 감싸 주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겉이 익으면서 굴 속의 즙이 그대로 남는다. 그래서 굴의 물기만 잘 빼 주면 밀가루 없이도 달걀물이 충분히 붙고, 한입 씹었을 때 굴의 고소하고 달큰한 맛이 먼저 느껴진다.
달걀물만 입혀 굴전 노릇하게 부치는 방법
소금물에 씻은 굴의 물기를 키친타월로 누르는 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굴 250g, 달걀 3개, 청고추와 홍고추 각 1개, 소금 약간이면 충분하다. 굴은 옅은 소금물에 살살 흔들어 씻은 뒤 체에 밭쳐 두고, 키친타월로 겉을 가볍게 눌러 물기를 빼 두는 것이 좋은데, 물기가 남아 있으면 달걀물이 미끄러져 잘 붙지 않기 때문이다.
달걀 3개를 볼에 깨 넣고 청고추와 홍고추를 잘게 다져 넣은 다음, 소금을 약간 넣어 흰자가 끊어질 때까지 고루 푼다. 물기를 뺀 굴을 이 달걀물에 한꺼번에 담가 두면 굴 표면에 달걀물이 고르게 묻어 부칠 때 따로 손이 가지 않는다.
다진 청고추와 홍고추를 넣어 푼 달걀물에 담근 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중불로 먼저 달군 뒤, 불을 중약불로 낮추고 달걀물에 담근 굴을 숟가락으로 하나씩 떠서 고추가 함께 얹히도록 놓는다. 한 면을 2~3분 부쳐 가장자리가 노릇해지고 윗면 달걀이 거의 익으면 뒤집어 반대쪽도 2~3분 더 부친다.
중약불 팬에서 가장자리가 노릇해지는 굴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불이 세면 겉의 달걀만 먼저 타고 굴 속은 덜 익을 수 있어 중약불을 지키는 것이 안전하다. 다 익은 굴은 통통하게 부풀었다가 살짝 오그라들고 젓가락으로 눌렀을 때 탄력이 느껴지는데, 생굴은 이렇게 속까지 충분히 익혀 먹는 것이 좋다. 남은 달걀물은 마지막에 팬에 부어 부치면 버리는 것 없이 쓸 수 있다.
올해 첫 굴을 샀다면 밀가루 봉지는 꺼내지 말고 달걀물만으로 굴전을 부쳐 보길 권한다. 가루옷 하나를 빼는 일은 제철 굴이 가진 맛을 그대로 밥상에 올리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