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양념이 고루 묻은 열무김치가 담긴 그릇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날이 선선해진 10월 중순에도 열무김치는 밥반찬으로 찾는 집이 많은데, 여름처럼 큰 통 가득 담그기보다는 열무와 얼갈이를 한 단씩 사서 조금만 담가 두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막 버무린 열무김치를 한 젓가락 먹었을 때 고춧가루 매운맛이 혀끝에 날카롭게 남으면 식구들 손이 잘 가지 않아 아쉬워진다.
매운맛을 줄이려고 고춧가루를 덜 넣으면 김치 색이 허옇게 빠지고, 찹쌀풀을 쑤자니 조금 담그는 날에는 그 과정이 번거롭다. 설탕을 더 넣어 단맛으로 덮어 보기도 하지만 김치가 익을수록 단맛만 따로 겉돌기 쉽다.
이럴 때는 풀 대신 익힌 감자 두 개를 양념과 함께 갈아 넣으면 매운맛이 한결 둥글어지고 달큰한 감칠맛이 더해진다. 열무 한 단과 얼갈이 한 단에 감자 두 개면 충분하고, 감자를 익히는 데 10분이 채 걸리지 않아 풀을 쑤고 식히는 수고를 덜 수 있다.
갈아 넣은 감자로 둥글어지는 고춧가루 매운맛
익힌 감자를 넣어 곱게 간 붉은 김치 양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막 버무린 열무김치가 유난히 맵게 느껴지는 것은 묽은 양념 속에서 고춧가루가 그대로 혀에 닿기 때문인데, 양념에 걸쭉함이 없으면 고춧가루와 액젓 맛이 열무 줄기에 고루 묻지 않고 따로 놀게 된다. 김치를 담글 때 풀을 넣는 이유도 양념을 걸쭉하게 만들어 여러 맛을 한데 어우러지게 하려는 데 있다.
그동안은 찹쌀풀이나 찬밥이 이 걸쭉함을 맡아 왔지만, 찹쌀풀은 쑤는 내내 저어 주고 다 식을 때까지 기다려야 해서 한두 단만 담그는 날에는 손이 많이 간다. 찬밥도 늘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서 김치를 담그려다 밥부터 새로 지어야 하는 일이 생긴다.
익힌 감자는 전분이 많아 곱게 갈면 풀처럼 부드럽고 걸쭉해지는데, 이 감자 양념이 고춧가루를 고루 감싸 매운맛이 혀에 바로 닿지 않고 부드럽게 느껴진다. 감자의 은근한 단맛이 액젓의 짠맛과 어우러져 설탕을 많이 넣지 않아도 달큰한 감칠맛이 나므로, 감자는 꼭 익혀서 양념과 함께 곱게 가는 것이 좋다.
열무김치 매운맛 줄여 부드럽게 담그는 방법
소금을 고루 뿌려 절이는 열무와 얼갈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열무 한 단과 얼갈이 한 단, 중간 크기 감자 2개, 액젓과 다진 마늘, 양파, 고춧가루를 준비한다. 열무와 얼갈이는 누런 잎과 뿌리 끝을 다듬어 먹기 좋은 길이로 자르고 물에 흔들어 씻는데, 세게 주무르면 풋내가 나니 살살 헹구는 것이 좋다. 씻은 채소에 소금을 고루 뿌려 1시간 정도 절인다.
열무와 얼갈이를 절이는 동안 감자를 준비하면 시간이 맞는다. 감자는 껍질을 벗겨 작게 깍둑 썰고 물을 살짝 부어 7~8분 익히는데, 젓가락으로 찔렀을 때 쑥 들어가면 다 익은 것이다. 익힌 감자는 한 김 식혀 두어야 양념과 함께 갈 때 마늘과 양파 향이 덜 날아간다.
젓가락이 부드럽게 들어가는 익힌 감자 조각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식힌 감자를 액젓, 다진 마늘, 양파와 함께 믹서에 넣고 덩어리 없이 죽처럼 매끈해질 때까지 곱게 간 다음, 넓은 볼에 옮겨 고춧가루를 넣고 고루 섞는다. 감자를 두 개보다 많이 넣으면 김치 국물이 지나치게 걸쭉해지니 정해진 양을 지키고, 양념이 너무 되직하면 물을 조금씩 더해 맞춘다.
넓은 볼에서 고춧가루와 섞는 감자 양념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절인 열무와 얼갈이는 물에 한두 번 헹군 뒤 체에 밭쳐 물기를 충분히 빼야 양념이 묽어지지 않는다. 물기를 뺀 채소를 감자 양념에 넣고 손으로 들어 올렸다 내리듯 살살 버무리면 되는데, 줄기 사이사이에 붉은 양념이 고르게 묻어 있으면 다 된 것이다.
올가을 열무김치를 조금만 담근다면 찹쌀풀을 쑤는 대신 감자 두 개를 익혀 갈아 넣어 보길 권한다. 집에 늘 있는 감자 두 개만으로 맵다며 젓가락을 내려놓던 식구들도 열무김치를 밥에 얹어 끝까지 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