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비오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의 따라비오름은 한 오름 안에 분화구가 세 개나 있다. 큰 분화구 안쪽으로 작은 분화구 세 개가 나란히 패어 있고, 그 둘레를 여섯 개의 봉우리가 감싸고 있다. 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는 능선이 오르락내리락 부드럽게 굽이치는 모양 덕분에 '오름의 여왕'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이 능선을 덮고 있는 것이 제주 토종 억새다. 제주관광공사는 이곳 억새가 10월부터 11월 사이에 가장 풍성하게 핀다고 안내한다. 이 시기에는 분화구 안쪽 비탈과 바깥 사면, 봉우리 사이 낮은 고개까지 억새 이삭이 뒤덮어 오름의 곡선이 은빛으로 드러난다. 여름 내내 초록빛이던 오름이 한 해 가운데 가장 밝은 색으로 바뀌는 때다.
세 분화구를 따라 굽이치는 억새 능선
따라비오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입구에서 계단길을 올라 능선에 서면 분화구 세 개가 발아래로 내려다보인다. 분화구는 깊게 파인 웅덩이라기보다 완만한 그릇 모양이어서, 안쪽 사면까지 억새가 가득 찬 모습을 위에서 한눈에 볼 수 있다. 분화구가 하나뿐인 오름과 달리 둥근 테두리가 여러 겹으로 이어져 보이는 것이 이곳만의 풍경이다.
능선은 봉우리 여섯 개를 차례로 넘으며 이어진다. 올라섰다 내려가기를 되풀이하는 길이라 걷는 방향이 바뀔 때마다 억새가 덮인 분화구의 모양도 달라진다. 바람이 불면 억새 이삭이 한쪽으로 눕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해 능선 전체가 물결치는 듯하다.
따라비오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세 분화구는 큰 분화구 테두리 안에 모여 있어, 한 분화구 둘레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옆 분화구 능선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래서 따로 길을 고르지 않고 능선만 따라 걸어도 세 분화구를 모두 둘러볼 수 있다. 봉우리마다 잠시 멈춰 서면 지나온 능선과 앞으로 걸을 능선이 억새에 덮인 채 한눈에 들어온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짧게 끊겨 있어 숨을 고르며 풍경을 보기에도 알맞다.
따라비오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오름이 자리한 가시리는 한라산 고지대와 해안 마을 사이에 놓인 중산간 마을이다. 봉우리 위에 오르면 주변으로 크고 작은 오름과 너른 초지가 펼쳐져, 분화구 안쪽의 억새와 바깥 들판 풍경을 함께 담을 수 있다.
가시리 일대에는 조선시대에 나라에 바칠 말을 기르던 갑마장 터를 잇는 '쫄븐 갑마장길'도 나 있다. 따라비오름은 이 길이 지나는 오름 가운데 하나여서, 오름만 오르고 내려오지 않고 마을 초지를 함께 걷는 일정으로 이어 갈 수도 있다.
오르고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
따라비오름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따라비오름은 가시리 방면에서 차로 찾아가 오름 입구에서 걷기 시작한다. 입구에서 계단길을 따라 능선까지 오르는 데는 편도 20~30분 정도 걸린다. 경사가 이어지는 계단 구간이 있으므로 미끄럽지 않은 운동화를 신는 편이 편하다.
능선에 오른 뒤 분화구 둘레를 걷고 다시 내려오기까지는 전체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을 잡으면 된다.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짧은 구간이 반복되는 길이라 긴 산행보다는 가벼운 산책에 가깝다. 억새를 사진에 담으며 천천히 걸어도 한나절이 걸리지 않는다.
능선은 억새와 풀로 덮인 탁 트인 길이어서 바람을 그대로 맞는다. 가을 중산간은 해안보다 바람이 센 날이 많으니 얇은 겉옷을 하나 챙기면 좋다. 억새가 가장 풍성한 10~11월이 지나면 이삭이 빛을 잃기 시작하므로, 은빛으로 출렁이는 세 분화구를 보려면 이 기간 안에 찾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