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상산 / 한국관광공사-조영권 |
전북특별자치도 무주군 적상산은 이름에 붉을 적(赤)과 치마 상(裳)을 쓴다. 산 중턱을 따라 깎아지른 바위 절벽이 띠처럼 둘러 있고, 가을이면 그 둘레의 단풍나무가 붉게 물들어 산이 붉은 치마를 두른 듯 보인다는 데서 나온 이름이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해발 1,034m에 이른다.
이 산은 높이에 비해 오르는 수고가 적다. 적상면에서 시작하는 포장 산길이 굽이굽이 이어져 산 위 호수와 안국사 앞까지 닿기 때문이다. 오랜 산행이 부담스러운 사람도 차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절벽 위에서 단풍 든 산자락을 내려다볼 수 있다. 예년 단풍 절정은 10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다.
산꼭대기에 숨은 호수와 산성
적상산 / 한국관광공사-조영권 |
산길을 오르다 보면 능선 안쪽 분지에 넓은 호수가 나타난다. 무주양수발전소의 상부 저수지인 적상호다. 해발 800m가 넘는 높이에 물을 가둔 산정 호수로, 물가를 따라 도로가 이어져 차창 밖으로 호수와 단풍 숲을 함께 볼 수 있다.
양수발전소는 전력이 남는 밤에 산 아래 무주호의 물을 이 호수로 끌어올렸다가, 전기가 많이 필요할 때 다시 흘려보내 전기를 만든다. 산 위와 산 아래 두 호수가 짝을 이루는 구조다. 길가에 차를 세우면 단풍 든 능선과 수면이 한 화면에 들어온다.
적상산 / 한국관광공사-조영권 |
호수 북쪽 끝에는 굴뚝처럼 생긴 원통형 건물이 서 있다. 발전소 홍보관을 겸한 전망대로 누구나 무료로 들어갈 수 있으며 일몰 전까지 문을 연다. 위층에 오르면 호수 너머로 겹겹이 이어진 무주 일대 산줄기가 펼쳐진다. 주차장과 화장실도 있어 산 위에서 쉬어 가기 좋다.
호수를 둘러싼 능선에는 둘레 약 8.1km의 적상산성이 남아 있다. 조선 시대에는 이 산성 안에 조선왕조실록과 왕실 족보를 보관하던 적상산사고가 있었다. 지금 성벽은 상당 부분 무너져 흔적만 남았지만, 사방의 절벽이 성벽 노릇을 했던 지형은 그대로 드러난다.
안국사에서 걸어서 10분, 안렴대
무주 안국사 / 한국관광공사-조영권 |
도로가 끝나는 곳에는 산성 안 사찰인 안국사가 자리한다. 절 마당에 서면 맞은편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단풍철에는 붉은빛과 노란빛이 섞인 숲이 산비탈을 덮는다. 차로 오를 수 있는 길은 여기까지여서, 이곳부터는 걸어서 절벽 쪽 전망대로 향한다. 오르막이 길지 않아 아이나 어르신과 함께 걷기에도 무리가 적다.
안국사에서 안렴대까지는 걸어서 10분 남짓이다. 안렴대는 절벽 끝에 솟은 바위 전망대로, 발아래로 층층이 쌓인 암벽과 그 틈을 메운 단풍이 내려다보인다. 산 이름이 왜 붉은 치마인지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자리다. 짧은 산길이지만 바위 구간이 있으니 미끄럽지 않은 신발이 좋다.
굽은 산길 운전과 겨울 통제
안국사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
산 입구에서 안국사까지는 급커브가 연달아 이어지는 좁은 산길이다. 속도를 낮추고 커브마다 맞은편 차를 살피며 천천히 오르는 것이 안전하다. 호수와 전망대, 안렴대를 둘러보고 내려오는 데는 반나절이면 넉넉하다.
산 자체에는 별도 입장료가 없다. 다만 겨울에는 첫눈이 내릴 무렵부터 이듬해 2월께까지 입산이 통제된다. 붉은 절벽을 차로 올라가 볼 수 있는 시기는 단풍철이 사실상 마지막인 셈이다. 고지대일수록 잎이 먼저 물들고 먼저 지므로, 절벽 단풍을 제대로 보려면 예년 절정인 10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에 일정을 맞추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