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방제림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전라남도 담양군 담양읍을 가로지르는 관방천에는 홍수를 막으려고 쌓은 둑이 길게 이어진다. 1648년 담양부사 성이성이 이 제방을 쌓으면서 둑이 물살에 쓸려 나가지 않도록 나무를 심었고, 그 나무들이 자라 지금의 관방제림이 됐다. 관에서 쌓은 방죽이라는 뜻의 관방제에 숲을 뜻하는 림이 붙은 이름이다. 오래된 나무는 수령이 300~400년에 이른다.
숲은 약 6km에 이르는 제방 가운데 2km 남짓한 구간에 모여 있다. 왕버들과 느티나무, 팽나무, 푸조나무 등 400여 그루가 둑을 따라 늘어서 있다. 199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산림청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가을이면 이 고목들이 한꺼번에 물들어 둑 전체가 노랗고 붉은 숲길로 바뀐다.
둑 위로 이어지는 고목 터널
관방제림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산책로는 둑 꼭대기를 따라 평평하게 나 있다. 양옆에 선 나무들이 길 쪽으로 가지를 뻗어 걷는 내내 머리 위가 잎으로 덮인다. 줄기가 굵은 나무는 어른 여럿이 팔을 벌려야 둘러쌀 만하고, 수백 년 동안 바람과 물을 견디며 한쪽으로 기울거나 비틀린 모양이 나무마다 다르다.
관방제림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둑에 나무를 심은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땅속으로 넓게 퍼진 뿌리가 흙을 단단히 붙잡아 주면 큰물이 불어나도 둑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마을을 물난리에서 지키려고 심은 나무들은 수백 년이 지나는 동안 여름에는 짙은 그늘을, 가을에는 단풍을 드리우는 숲이 됐고, 지금은 담양읍 한가운데에서 누구나 걸을 수 있는 산책길로 쓰인다.
담양의 늦가을 / 한국관광공사-윤건우 |
둑 한쪽으로는 관방천이 흐른다. 물가 쪽 나무 사이로 하천과 건너편 죽녹원의 대숲이 보이고, 반대쪽으로는 담양읍 마을 지붕이 낮게 깔린다. 길 중간중간 놓인 벤치에 앉아 고개를 들면 물든 나뭇잎이 하늘을 가리고, 앞쪽으로는 잔잔한 하천과 초록 대숲이 함께 들어온다.
단풍은 예년 기준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 가장 짙고, 해마다 기온에 따라 며칠씩 앞당겨지거나 늦어진다. 느티나무는 주황빛과 붉은빛으로, 왕버들과 팽나무는 노란빛으로 물들어 한 줄의 둑길 안에서도 색이 조금씩 달라진다. 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둑길 바닥이 낙엽으로 덮여 숲 위와 아래가 같은 색이 된다.
왕복 1시간 산책과 함께 들르기 좋은 곳
관방제림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숲길 끝까지 갔다가 돌아오면 1시간 안팎이 걸린다. 계단이나 오르막 없이 평탄해 유모차를 밀거나 어르신과 함께 걷기에도 무리가 없다. 다만 바닥이 흙길이라 비나 눈이 온 직후에는 질척거릴 수 있어 굽이 낮고 밑창이 두꺼운 운동화를 신는 편이 낫다.
관방제림은 관방천을 사이에 두고 죽녹원과 마주 보고 있다. 죽녹원 대숲을 먼저 둘러본 뒤 다리를 건너 둑길로 넘어오면 대나무 숲과 고목 숲을 한 번에 걸을 수 있다. 둑 아래에는 국수거리가 있어 산책 전후로 끼니를 해결하기 좋고, 담양 메타세쿼이아길도 차로 10분 안쪽 거리다.
관방제림은 입장료를 따로 받지 않는다. 숲길 주변에 주차 공간이 있고, 주소는 담양읍 객사7길 37 일대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주말에는 죽녹원을 찾는 차량까지 몰리는 만큼 이른 오전에 도착하면 한적한 둑길을 걸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