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공사-황성훈 |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에는 마을 한가운데 은행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높이 32m, 밑동 둘레 16.27m에 이르고, 안내판 기준으로 가지가 퍼진 폭은 41.9m다. 1964년 천연기념물 제167호로 지정됐는데, 당시에는 나이를 약 800년으로 추정했다.
이 추정은 최근 크게 바뀌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라이다 스캔과 생장 정보를 분석한 결과 나무의 나이는 1,317년(±50년)으로 나왔다. 통일신라 시기에 싹이 터 지금까지 자란 셈이다. 해마다 가을이면 이 오래된 나무가 잎 전체를 노랗게 바꾸고, 잎이 떨어진 뒤에는 나무 아래 땅까지 같은 색으로 덮인다.
가지가 40m 넘게 퍼진 노란 나무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공사-황성훈 |
반계리 은행나무는 숲이 아니라 한 그루라는 점이 특별하다. 굵은 가지가 사방으로 고르게 뻗어 나무 전체가 커다란 둥근 모양을 이룬다. 가지 폭이 40m를 넘다 보니 잎이 물들면 노란 덩어리 하나가 마을 위에 얹힌 것처럼 보이고, 나무 아래에 서면 머리 위가 온통 노란 잎으로 가려진다.
나이가 새로 밝혀지면서 이 나무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 산 은행나무로 꼽히게 됐다. 1,300년 넘게 한자리를 지켰지만 지금도 해마다 새잎을 내고 가을이면 빠짐없이 물든다. 천 년 넘은 나무가 한 해의 색을 바꾸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을 찾는 가장 큰 이유다.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공사-김경기 |
단풍은 대체로 10월 말부터 11월 초 사이에 가장 짙다. 은행잎은 색이 가장 진한 때를 지나면 일주일 안팎에 한꺼번에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나뭇가지와 바닥이 함께 노란 장면은 이 짧은 시기에만 볼 수 있어, 11월 첫 주를 넘기지 않는 편이 좋다.
오래 산 나무답게 마을에는 나무에 얽힌 이야기도 전해진다. 나무 속에 흰 뱀이 살아 사람들이 함부로 손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가을 단풍이 한 번에 고르게 들면 이듬해 풍년이 든다는 말도 마을에서 오래 이어져 왔다.
새로 생긴 광장과 둘러보는 순서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공사-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
원주시는 85억 원을 들여 나무 일대를 광장으로 다시 꾸몄고, 2025년 9월 말 공사를 마쳤다. 이때 진입로와 주차장도 함께 만들어 예전처럼 좁은 마을길에 차를 세우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11월 2일에는 이 광장에서 첫 은행나무 축제가 열렸다.
관람은 무료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광장을 따라 나무 쪽으로 걸어가면 된다. 나무 보호를 위해 밑동 가까이는 들어가기 어려울 수 있는데, 오히려 광장 가장자리에서 조금 떨어져 보면 나무 전체와 바닥에 깔린 낙엽이 한눈에 들어온다.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 한국관광공사-강원지사 모먼트스튜디오 |
볼거리가 나무 한 그루에 모여 있어 둘러보는 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광장을 한 바퀴 돌며 나무를 여러 방향에서 보고, 낙엽이 깔린 바닥을 천천히 걸어도 30분 안팎이면 충분하다. 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바람이 불 때마다 노란 잎이 광장 위로 흩날린다.
단풍철 주말 낮에는 차와 사람이 몰리는 편이라 평일 오전이 한결 여유롭다. 사람이 적을 때 가야 광장 가장자리에서 나무 전체를 가리는 것 없이 볼 수 있고, 바닥에 쌓인 낙엽도 덜 밟힌 상태로 남아 있다. 반계리는 문막읍 시가지에서 북쪽으로 떨어진 마을로, 영동고속도로 문막 나들목에서 차로 멀지 않다. 원주 시내에서 출발해도 반나절 나들이로 다녀오기 좋은 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