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를 두른 팬에서 삶은 달걀 다섯 개가 고르게 노릇해지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냉장고 재료로 카레를 끓이는 날이면 삶은 달걀을 몇 개 넣어 계란 카레로 만드는 집이 많은데, 부드럽고 든든해서 식구들 모두 잘 먹는 메뉴다. 그런데 막상 한 숟가락 떠먹어 보면 카레는 진한데 달걀만 맛이 심심해서 따로 노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달걀에 맛이 배라고 카레를 더 오래 끓여 보기도 하지만, 매끈한 흰자 겉면에는 카레가 묻었다가 금방 흘러내려 달걀 맛은 처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래 끓일수록 흰자만 더 단단해져 숟가락으로 자르기도 번거로워진다.
이럴 때는 삶은 달걀을 카레에 넣기 전에 버터 두른 팬에서 먼저 노릇하게 구워 두면 된다. 물을 붓기 전에 몇 분만 더 들이면 되는 일인데, 같은 달걀이라도 겉이 쫀득해지고 고소한 맛이 더해져 카레 속에서 씹는 재미가 있는 건더기로 바뀐다.
삶기만 한 달걀이 카레 속에서 겉도는 이유
매끈한 삶은 달걀 표면에 걸쭉한 카레가 얇게 흘러내린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삶은 달걀이 카레와 따로 노는 것은 흰자 겉면이 매끈하고 물기를 머금고 있기 때문인데, 걸쭉한 카레가 닿아도 겉면에 오래 붙어 있지 못한다. 달걀 자체에는 간이 거의 없어서 카레와 같이 떠먹어도 흰자를 씹는 순간에는 밋밋한 맛만 입안에 남는다.
삶은 달걀을 버터에 굴려 구우면 흰자 겉면의 물기가 날아가면서 노릇한 껍질이 한 겹 생기고, 씹을 때 쫀득한 식감이 난다. 버터가 달걀 겉면에서 함께 익으면서 고소한 맛이 그대로 남는데, 굽는 일을 물을 붓기 전에 끝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물이 생긴 뒤에는 달걀 겉면이 다시 젖어 노릇하게 구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카레에 넣을 삶은 달걀 노릇하게 굽는 방법
껍질을 깐 완숙 달걀과 버터를 팬 옆에 필요한 만큼 준비해 둔 모습이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할 것은 삶은 달걀 5개와 버터 15g, 미리 볶아 둔 양파·감자·당근 같은 채소, 물 500ml, 고형카레 3조각이다. 달걀은 굴려도 터지지 않게 완숙으로 삶아 껍질을 까고, 키친타월로 겉의 물기를 닦아 두는 것이 좋다. 물기가 남아 있으면 버터에 닿는 순간 기름이 튀어 손을 데기 쉽다.
팬을 중불에 올려 버터 15g을 녹이고, 버터가 다 녹아 잔거품이 일면 달걀 5개를 넣는다. 한쪽 면만 오래 두면 그 면만 진하게 타므로 주걱으로 조금씩 돌려 가며 겉면 전체를 고르게 굽는다. 버터가 금방 검게 변한다면 불이 센 것이니 중약불로 낮추는 것이 좋다.
나무 주걱으로 삶은 달걀을 조금씩 굴리며 버터에 굽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흰자 겉면이 연한 갈색으로 노릇해지면 뚜껑을 덮고, 팬 손잡이를 잡은 채 앞뒤로 흔들며 1분을 더 굽는다. 흔드는 동안 달걀이 팬 안에서 저절로 굴러 남은 면까지 골고루 익는데, 흰자 겉면에 잔주름이 잡히고 군데군데 갈색이 돌면 다 된 것이다. 뚜껑을 열 때는 뜨거운 김이 올라오니 얼굴을 팬에서 떼고 연다.
뚜껑을 연 팬 안에서 잔주름과 연한 갈색이 생긴 달걀이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달걀을 팬에 그대로 둔 채 볶은 채소를 넣고 물 500ml를 붓고, 끓어오르면 불을 잠시 끄고 고형카레 3조각을 넣어 저어 녹인다. 카레가 다 풀리면 약불에서 걸쭉해질 때까지 끓이는데, 국자로 세게 휘저으면 달걀의 노릇한 겉면이 벗겨지니 바닥만 살살 긁어 주는 것이 좋다.
다음에 계란 카레를 끓일 때는 물을 붓기 전에 삶은 달걀부터 버터에 굴려 보길 권한다. 몇 분 더 들인 손이 늘 같던 카레 한 그릇을 식구들이 달걀부터 골라 먹는 음식으로 바꿔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