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은 도자기 밥그릇 바닥의 거친 테두리에 주방 가위 한쪽 날을 대고 있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주방 가위는 칼보다 손이 자주 가는 도구다. 고기를 자르고 김을 자르고 봉지를 뜯는 일까지 다 맡다 보면 어느 날부터 날이 재료 위에서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손에 힘을 꽉 줘야 겨우 잘리고, 얇은 종이 한 장은 끊어지지 않고 두 날 사이에서 접혀 버린다.
이쯤 되면 대부분 새 가위를 사거나, 서랍 한쪽에 밀어 두고 다른 가위를 꺼내 쓴다. 날 사이에 낀 때를 닦아 보고 기름을 한 방울 발라 봐도 잘리는 느낌은 돌아오지 않는데, 안 잘리는 원인이 때가 아니라 날 자체에 있어서다.
그런데 날을 다시 세우는 데 숫돌이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싱크대에 있는 밥그릇이나 간장 종지를 뒤집어 보면 바닥에 유약이 묻지 않은 거친 테두리가 있는데, 여기에 날을 대고 5분만 문지르면 손에 힘을 주지 않아도 종이가 끝까지 잘린다.
날 끝이 둥글게 닳아 종이가 밀리는 주방 가위
가위 날 끝의 비스듬한 면과 가볍게 접힌 종이 가장자리가 가까이 보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위가 안 드는 이유는 날 끝이 닳았기 때문인데, 새 가위는 두 날의 끝이 얇은 각으로 서 있어서 재료가 날 사이로 들어오면 그 각에 눌려 끊어진다. 쓰는 동안 이 각이 조금씩 둥글어지면 재료가 끊기지 않고 날 위로 밀려 올라가기만 한다.
둥글어진 날은 아무리 깨끗하게 닦아도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고, 날의 바깥쪽 면을 아주 조금 깎아 내서 끝을 다시 얇은 각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 이때 바깥쪽 면만 갈아야 하는데, 두 날이 맞닿는 안쪽 면을 갈면 서로 닿는 면이 어긋나서 갈고 나서 더 안 잘린다.
바깥쪽 면을 깎는 데 쓰는 것이 숫돌인데, 도자기 그릇의 유약 없는 바닥도 손끝으로 만져 보면 사포처럼 껄끄럽다.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운 자리라서 흙 알갱이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이 거친 면이 쇠를 조금씩 깎아 낸다. 그래서 숫돌이 없어도 그릇 하나만 뒤집으면 날을 댈 자리가 생긴다.
그릇 바닥 거친 면에 주방 가위 날 세우는 방법
유약 없는 그릇 바닥 테두리에 물을 묻힌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밥그릇이나 종지, 뚝배기 가운데 하나를 뒤집어 바닥을 살펴보고 유약이 묻지 않은 부분을 찾는다. 바닥 전체에 유약이 발려 반들거리는 그릇은 날이 미끄러지기만 해서 쓰지 않는다. 거친 면을 찾았으면 그 자리에 물을 조금 묻히는데, 가루가 날리지 않고 날도 부드럽게 지나간다.
가위를 활짝 벌려 한쪽 날만 잡고, 날 끝의 비스듬한 면이 그릇 바닥에 평평하게 닿도록 눕히듯 기울여 댄다. 가위를 세워서 날 끝만 콕 찍어 누르면 엉뚱한 자리가 깎이니, 원래 있는 비스듬한 면을 그대로 바닥에 올려놓는다는 느낌으로 각도를 잡는다.
한쪽 가위 날의 비스듬한 바깥쪽 면을 그릇 바닥에 평평하게 댄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그다음은 한 방향으로만 문지른다. 날 뿌리에서 끝 쪽으로 밀 때 힘을 주고 당겨 올 때는 힘을 빼면서 열 번에서 스무 번쯤 반복하면 된다. 그릇 바닥은 닿는 면이 좁으니 날을 조금씩 옮겨 가며 뿌리부터 끝까지 차례로 지나가게 하고, 한쪽 날에 두세 분씩 해서 양쪽을 합쳐 5분이면 충분하다.
그릇 바닥의 거친 테두리를 따라 가위 날을 한 방향으로 밀어 가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다 갈고 나면 날에 쇳가루와 도자기 가루가 묻어 있으니 주방세제로 씻고 물기를 완전히 닦아야 녹이 생기지 않는다. 제대로 됐는지는 종이 한 장을 날 안쪽까지 넣고 가볍게 잘라 보면 알 수 있는데, 종이가 접히지 않고 끝까지 쓱 잘리면 날이 선 것이다. 덜 잘리면 바깥쪽 면을 같은 방향으로 더 문지른다.
날에 색이 들어간 코팅 가위는 이렇게 갈면 코팅이 벗겨지면서 그 자리에 녹이 올라올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고, 날이 이가 빠지거나 휜 가위도 그릇 바닥으로는 손보기 어렵다. 그릇 바닥에는 쇳자국이 남으니 음식 담는 그릇 대신 안 쓰는 그릇 하나를 정해 두면 마음이 편하다. 자를 때 손에 힘이 들어간다고 느껴지면 그때 한 번씩, 몇 달에 한 번이면 된다.
가위가 안 잘려서 새로 사야 하나 싶을 때 그릇 하나 뒤집어 5분만 써 보길 권한다. 날이 선 가위 하나면 김을 자르든 고기를 자르든 손목에 힘을 줄 일이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