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는 꼭대기가 움푹 파인 오름이 하나 있다. 금오름이다. 해발은 428m지만 주변 땅에서 정상까지 높이는 178m라, 제주 오름 가운데서도 오르기 쉬운 편에 속한다. 정상에 남은 원형 분화구는 깊이가 약 52m이고, 바닥에 물이 고이면 금악담이라 부른다.
분화구는 둥근 접시처럼 파여 있어 가장자리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돌 수 있다. 둘레는 1.2km 남짓이다. 서쪽으로 트인 자리여서 능선에 올라서면 들판 너머로 바다가 놓이고, 해가 낮게 걸리는 시간에는 분화구 안쪽과 바깥 초지가 다른 색으로 갈린다. 억새가 은빛으로 서는 10월 중순부터 11월 초 사이에 찾는 사람이 가장 많다.
20분이면 닿는 분화구 꼭대기
금오름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
오르는 길은 금악마을 쪽 임도다. 시멘트와 흙이 섞인 길이 정상까지 이어져 있고, 천천히 걸어도 20분이면 능선에 올라선다. 등산 장비는 필요 없고 운동화면 충분하다. 다만 그늘이 거의 없는 오르막이라 한낮보다는 늦은 오후에 걷기가 낫다.
차량은 2018년부터 진입을 막았다. 입구 쪽 공터에 차를 세우고 걸어 올라가는 방식이다. 길 양옆으로는 삼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위로 갈수록 보리수와 찔레, 해송이 섞여 자란다. 키 큰 나무가 끊기는 지점부터 시야가 트이면서 능선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르막 중간에 뒤를 돌아보면 금악마을 일대 목장과 초지 사이로 다른 오름들의 둥근 등성이가 겹쳐 보인다.
능선 한 바퀴 돌며 보는 억새와 서쪽 바다
제주오름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
정상에 올라서면 한쪽으로는 분화구 안쪽, 반대쪽으로는 중산간 초지가 펼쳐진다. 분화구 바닥까지 눈으로 따라 내려가면 52m라는 깊이가 그대로 느껴진다. 능선길은 폭이 넓지 않지만 오르내림이 크지 않아 한 바퀴 도는 데 20~30분이면 된다.
분화구 바닥에 늘 물이 있는 것은 아니다. 비가 많이 온 뒤에만 물이 고여 화구호가 생기고, 이 물을 금악담이라 불렀다. 물이 없을 때는 바닥이 둥근 풀밭으로 남아 능선 위에서 내려다보면 접시 안쪽처럼 보인다.
제주오름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
능선을 돌면 보이는 방향이 계속 바뀐다. 서쪽으로 돌아서면 한림 쪽 들판 끝에 바다가 걸리고, 반대편으로는 한라산 방향 산줄기가 이어진다. 가을에는 사면을 덮은 억새가 바람을 따라 한쪽으로 누웠다 일어난다. 제주 오름의 억새는 보통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은빛이 가장 짙다.
해가 지는 시각에 맞춰 오르면 분화구 능선 위에서 그대로 일몰을 본다. 이 무렵에는 해가 일찍 져서 오후 늦게 출발해도 정상에서 기다릴 시간이 남는다. 내려오는 길에는 조명이 없으니 손전등이나 휴대전화 불빛을 준비하면 된다.
입장료 없는 주차장과 찾아가는 길
제주오름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
금오름은 입장료를 받지 않고 매표소나 관리소도 따로 없다. 입구 앞 공터를 주차장으로 쓰며 주차 요금도 없다. 다만 공간이 넓지 않아 해 질 무렵이나 주말에는 차를 대기 어려울 수 있다.
제주국제공항에서 차로 40분 남짓 거리이고, 협재 해변이나 한림 시가지에서 출발하면 20분 안팎이다. 정상부는 사람이 많이 밟은 자리에 흙이 드러나 훼손이 이어지고 있어, 능선에서는 이미 나 있는 길만 따라 걷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