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안 차게 내려오기만 하는 5.4km 옛 고갯길이에요"... 평지보다 열흘 빠른 10월 단풍 숲길


대관령 옛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대관령 옛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강원도 강릉시 성산면에는 영동과 영서를 잇던 고갯길이 흙길 그대로 남아 있다. 대관령 옛길이다. 고려시대부터 사람과 짐이 넘나들던 교통로였고, 길의 폭과 굽이가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어 2010년 11월 국가 명승으로 지정됐다. 지정 면적은 51만여㎡, 고갯마루 높이는 해발 865m다.

이 길은 걷는 방향에 따라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구 대관령휴게소 주차장에서 중간 지점인 반정까지 올라간 뒤 대관령박물관 쪽으로 내려오면 5.4km 내내 내리막이다. 숨이 차서 멈춰 설 일이 없으니 고갯길 숲과 계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눈에 담게 된다.

내려오기만 하는 5.4km 흙길

대관령 옛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대관령 옛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반정은 대관령 아래 구산역과 고개 위 횡계역의 한가운데라는 뜻이다. 옛날 고개를 넘던 사람들이 쉬어 가던 자리여서 지금도 주막 터가 남아 있다. 여기서 길은 하제민원과 원울이재를 지나 대관령박물관 앞으로 이어진다.

노면은 대부분 부드러운 흙길이고 돌이 드러난 구간이 사이사이 섞인다. 길은 계곡을 끼고 내려가기 때문에 물소리가 거의 끊기지 않는다. 굽이를 돌 때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골짜기의 깊이가 달라지고, 아래로 내려갈수록 계곡 폭이 넓어지며 물가로 내려설 수 있는 자리도 나온다.

길 중간에는 고개를 넘던 사람들의 흔적이 이름으로 남아 있다. 강릉으로 부임하던 관리가 이 고개에서 울었다는 이야기가 붙은 원울이재가 그런 자리다. 좁아지는 길목과 돌이 깔린 구간을 지나다 보면 숲이 트이면서 아래쪽 골짜기 방향으로 시야가 한 번씩 열린다.

평지보다 먼저 물드는 고갯길 단풍

대관령 옛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대관령 옛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대관령은 해발 800m대 고지대여서 산 아래보다 단풍이 일찍 든다. 산림청 예측을 보면 강원 산지 단풍은 10월 초에 시작해 중순에 절정에 이른다. 강릉 시내가 아직 초록일 때 고갯마루는 이미 색이 올라오는 시기다.

같은 코스 안에서도 고도 차이가 그대로 드러난다. 출발 지점인 반정 부근이 먼저 물들고, 박물관 쪽으로 내려갈수록 아직 잎이 푸른 구간이 이어진다. 한 번 걷는 동안 단풍이 드는 순서를 위에서 아래로 따라 내려가는 셈이다. 활엽수가 많아 노란빛과 붉은빛이 섞이고, 길바닥에 낙엽이 깔리는 시기에는 발밑 색도 달라진다.

걷는 데 걸리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대관령 옛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대관령 옛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반정에서 대관령박물관까지는 넉넉잡아 2시간이면 닿는다. 오르막이 없어 체력 부담은 적지만 내리막이 길게 이어지는 만큼 무릎에 힘이 실린다. 무릎이 약하면 스틱을 챙기고, 흙길이 젖은 날에는 바닥이 미끄러우니 밑창이 깊은 신발이 낫다.

박물관에 가까워질수록 계곡 폭이 넓어지고 물가에 앉아 쉴 만한 너럭바위가 늘어난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앞서 내려온 고갯길이 한 덩어리 숲으로 보인다. 걸어 온 높이 차이가 눈에 들어오는 자리라 마지막에 한 번 뒤를 돌아볼 만하다.

대관령 옛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대관령 옛길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이 구간은 강릉바우길 2구간의 일부다. 대관령 정상부에서 시작해 국사성황당을 지나 대관령박물관까지 이어지는 전체 코스는 13.4km이고, 하루를 통째로 쓸 생각이라면 전 구간을 걸어도 된다. 5.4km 하행만 고르면 반나절 일정으로 정리된다.

출발지와 도착지가 달라 차를 세워 둔 곳으로 돌아오는 방법은 미리 정해 두는 편이 낫다. 일행이 둘 이상이면 차를 대관령박물관에 한 대 두고 움직이는 방식이 편하고, 혼자라면 박물관에서 시내버스로 강릉 시내까지 나올 수 있다. 대관령박물관 앞에는 주차 공간이 마련돼 있다.

[원문 보기]

# 가을 단풍
# 강릉 트레킹
# 강릉바우길
# 대관령 옛길
# 명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