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호수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
경기도 포천시 영북면 산정호수는 해발 300m 높이의 분지에 물을 담고 있다. 명성산과 망봉산, 망무봉이 호수를 둘러싸고 있어 물가에 서면 산 능선이 수면에 그대로 내려앉는다. 호수를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은 3.2km이며, 1977년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뒤 지금까지 이 일대 대표 산책 코스로 쓰이고 있다.
가을에 이 호수를 찾는 이유는 능선의 억새다. 명성산 해발 600~700m 일대에 억새가 넓게 자라 9월 하순부터 이삭을 벌리고 10월 중순에 은빛이 가장 짙어진다. 억새밭 안까지 들어가려면 산을 올라야 하지만, 은빛으로 바뀐 능선의 모습은 호수 물가에서도 보이고 바람이 잔잔한 오후에는 수면에 한 번 더 비친다.
물 위를 걷는 수변데크길
산정호수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둘레길은 구간마다 발밑이 바뀐다. 주차장에서 제방길로 들어서면 활엽수가 드리운 흙길이 이어지고, 곧 호수 위로 놓인 수변데크길이 시작된다. 데크가 물가에서 호수 쪽으로 밀려 나와 있어 걷는 동안 발밑에서 물결이 움직인다. 난간 너머로는 오리배가 지나가고 건너편 산 그림자가 물에 길게 늘어진다.
산정호수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
데크를 지나면 숲길과 적송길이 차례로 나온다. 적송길에서는 붉은 껍질의 소나무 사이로 호수가 조각조각 나뉘어 보이고, 숲을 빠져나오는 지점에서 호수 전체가 한 번에 열린다. 같은 호수인데 걷는 위치에 따라 산이 겹치는 순서와 물에 비치는 능선이 달라진다.
물가는 구간에 따라 풍경의 성격도 달라진다. 제방길 쪽은 물이 넓게 트여 산 능선이 한 줄로 늘어서고, 데크가 놓인 안쪽은 물가에 나무가 바짝 붙어 그늘이 길게 이어진다. 수면이 잔잔한 날에는 오리배가 지나간 자리만 물 위에 한 줄로 남는다.
한 바퀴 걷는 데 걸리는 시간
산정호수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
3.2km 전 구간이 거의 평탄해 보통 1시간에서 1시간 30분이면 한 바퀴를 마친다. 계단으로 올라야 하는 구간이 없고 데크와 흙길이 번갈아 이어져 어린아이나 나이 든 부모와 함께 걸어도 부담이 적다. 길 중간에 벤치와 쉼터가 놓여 있어 호수를 보며 앉아 쉬어 가기도 좋다.
억새 능선이 수면에 비치는 모습을 보려면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늦게 걷는 편이 낫다. 빛이 낮게 들어오면 물빛이 어두워지면서 능선 윤곽이 또렷하게 반사된다. 산 억새밭까지 올라가는 등산로는 왕복으로 반나절이 걸리니, 둘레길만 걸을지 산행까지 붙일지는 도착 시간에 맞춰 정하면 된다.
억새가 이삭을 벌리는 9월 하순부터 10월 중순까지가 호수와 능선을 함께 보기에 가장 좋은 구간이다. 이삭이 꺾이고 잎이 마르면 능선의 은빛은 옅어지고, 물에 비치는 것도 산의 마른 빛으로 바뀐다.
입장료와 주차비, 찾아가는 길
산정호수 / 한국관광공사-김지호 |
호수와 둘레길은 입장료를 받지 않고 연중 개방한다. 주차장은 상동과 하동 두 곳에 있고 시설이용료는 하루 기준 경차 1,000원, 소형차 2,000원, 중형차 5,000원, 대형차 10,000원이다. 1시간 안에 차를 빼면 요금을 받지 않으며 장애인 차량과 이륜차는 무료다.
하동주차장에서 출발하면 갤러리를 지나 숲길을 조금 오른 뒤 제방길로 들어서게 되고, 그대로 걸으면 수변데크길로 이어진다. 대중교통으로는 동서울터미널에서 운천까지 버스로 이동한 다음 산정호수로 들어가는 시내버스로 갈아탄다. 호수 주변에 식당과 숙소가 모여 있어 걷고 나서 끼니를 해결하기도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