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기 없는 믹서기 통에 흰쌀을 한 줌 담아 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멸치나 새우를 갈아 가루를 내고 나면 믹서기에서 비린내가 올라온다. 물로 몇 번 헹궈도 뚜껑을 열 때마다 그 냄새가 그대로 남아 있고, 다음에 과일이나 두유를 갈면 엉뚱한 비린 맛이 섞여 들어와 결국 통째로 다시 씻게 된다.
그래서 세제를 넉넉히 풀어 물을 채우고 한 번 더 돌리는 경우가 많다. 거품을 가득 올려 몇 분을 돌리고 뜨거운 물로 헹궈 봐도 냄새는 옅어지기만 하고 완전히 빠지지 않아서, 믹서기 하나를 두고 설거지만 세 번씩 하다가 결국 포기하게 된다.
믹서기 비린내는 물과 세제를 더 쓰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물기를 완전히 없앤 다음에 손을 대는 쪽이 잘 빠진다. 통 안을 바짝 말리고 생쌀 한 줌을 넣어 1~2분만 돌리면 된다.
생쌀을 쓰기 전에 왜 세제가 듣지 않는지 알면 순서가 쉬워진다
투명한 믹서기 통 바닥의 칼날 밑동과 축 주변을 가까이에서 본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멸치와 새우, 들깨처럼 기름기가 있는 재료를 갈면 그 지방 성분이 칼날과 칼날이 박힌 축 주변에 아주 얇은 기름막으로 남는다. 비린내는 통 안의 공기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이 기름막에 붙어 있어서, 통만 헹궈도 냄새가 나는 자리는 그대로 남아 있다.
문제는 기름막이 앉은 자리가 칼날 밑동과 축 사이의 좁은 틈이라는 점이다. 수세미가 들어가지 않고 손가락도 닿지 않는 곳이라 물을 채워 돌려도 물살이 겉으로만 지나간다. 기름은 물에 녹지 않으니 세제를 더 풀어도 그 틈까지 닿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생쌀은 그 틈을 문질러 줄 수 있는 유일한 재료다. 마른 쌀알은 단단해서 칼날에 부딪히며 부서지는 동안 벽면과 칼날 밑동을 긁어내고, 그렇게 생긴 쌀가루는 입자가 고와서 기름기를 그대로 빨아들인다. 쌀가루가 기름막을 안고 떨어져 나오니 냄새가 붙어 있을 자리가 없어진다.
생쌀로 믹서기 비린내 빼는 방법
마른 수건으로 믹서기 통 안쪽과 칼날 주변의 물기를 닦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할 것은 흰쌀 한 줌, 30~50g이면 충분하다. 먼저 믹서기 통과 칼날의 물기를 마른 수건으로 닦고 뒤집어 완전히 말린다. 물기가 남아 있으면 쌀이 불어 떡처럼 뭉쳐서 긁어내는 힘이 사라지니, 이 단계를 건너뛰면 아무 소용이 없다.
바짝 마른 통에 쌀을 붓고 물은 한 방울도 넣지 않은 채 뚜껑을 닫고 1~2분 작동시킨다. 돌아가는 동안 통을 양손으로 잡고 좌우로 살짝 기울여 주면 가루가 통 벽과 칼날 밑동까지 고루 닿는다. 한 번에 2분을 넘기면 모터가 뜨거워지니 1분 돌리고 잠깐 쉬었다가 다시 돌리는 것이 안전하다.
뚜껑을 닫은 믹서기를 양손으로 잡고 짧게 작동시키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쌀이 눈처럼 하얀 가루로 변하고 뚜껑을 열었을 때 비린내 대신 구수한 쌀 냄새가 올라오면 다 된 것이다. 가루는 보이지 않는 찌꺼기와 기름기를 머금고 있으니 음식에 쓰지 않고 그대로 쏟아 버린다. 그다음 흐르는 물로 가볍게 헹구고 거꾸로 세워 물기를 말린다.
쌀가루가 된 내용물을 휴지통에 비우기 위해 믹서기 통을 기울인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냄새가 유난히 심하거나 들기름처럼 끈적한 재료를 갈았다면 한 번으로 덜 빠질 수 있으니, 쌀을 새로 한 줌 넣어 한 번 더 돌리면 된다. 쌀 대신 식빵이나 소금을 넣는 방법도 있지만 가루가 고와 틈까지 들어가는 쪽은 쌀이다. 멸치나 새우를 간 날마다 바로 해 두면 냄새가 쌓이지 않는다.
세제를 여러 번 풀어 돌리는 대신 부엌에 늘 있는 쌀 한 줌으로 끝내 보길 권한다. 믹서기는 과일이든 멸치든 같은 칼날로 가는 도구라서, 앞에 간 재료의 냄새를 남기지 않는 것이 다음에 가는 음식의 맛을 지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