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유를 묻힌 키친타월로 벌린 주방 가위의 안쪽 날을 닦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택배 상자를 뜯고 비닐 포장을 자르는 일이 부엌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생기는데, 그럴 때마다 손이 먼저 가는 것이 주방 가위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파 한 줄기도 날이 미끄러지며 겉만 눌리고, 두 번 세 번 힘을 주게 된다. 김처럼 얇은 것은 아예 접히기만 하고 잘리지 않는다.
이쯤 되면 날이 다 닳았다고 생각해 새 가위를 사거나, 칼 갈이에 날을 몇 번 문질러 보게 된다. 그런데 갈아도 손맛이 그대로인 경우가 많고, 새로 산 가위도 몇 달 쓰면 똑같이 둔해진다. 갈다가 날 끝이 더 뭉툭해져 오히려 잘 안 드는 일도 있다.
무뎌진 주방 가위는 날을 갈기 전에 식용유 한 방울로 날 면을 먼저 닦아 보는 것이 좋다. 식용유를 키친타월에 묻혀 날 양쪽을 닦고 몇 분만 두면 갈지 않고도 그날 바로 다시 잘리는 경우가 많다.
식용유 한두 방울이 번진 키친타월과 벌려 둔 주방 가위.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날이 닳은 게 아니라 테이프 접착제가 붙어 둔해진 주방 가위
가위 두 날이 맞물리는 안쪽 면에 남은 옅은 접착 자국을 가까이 담은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위가 잘 안 드는 이유는 날이 뭉툭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날 면에 접착제가 눌러붙었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택배 상자를 봉한 테이프, 반찬통에 붙은 스티커, 과자 봉지와 비닐을 자르면 그 접착 성분이 날이 맞물리는 안쪽 면에 얇게 남는다. 자를 때마다 조금씩 겹쳐 쌓이면서 두 날 사이에 막이 생긴다.
이 막이 생기면 두 날이 끝까지 딱 맞물리지 못하고 아주 미세하게 뜬 채로 지나간다. 재료는 잘리는 대신 두 날 사이에서 밀려나기만 하고, 그래서 얇고 부드러운 것부터 먼저 안 잘리기 시작한다. 주방 세제로 씻어도 잘 안 빠지는데, 접착제 성분은 물에 녹지 않아서 표면만 미끈해지고 막은 그대로 남는다.
반면 접착제는 기름에는 쉽게 풀어진다. 식용유를 날에 묻혀 두면 굳어 있던 접착 성분이 물러지면서 날 표면에서 떨어져, 마른 천으로 문지르는 정도로도 닦인다. 유통기한이 지난 선크림이 남아 있다면 그것도 유분이 들어 있어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니 날을 갈 생각부터 하지 말고, 낀 것을 녹여서 닦아내는 쪽으로 먼저 손을 대면 된다.
주방 가위 날에 붙은 테이프 끈끈이 닦아내는 방법
두툼하게 접은 키친타월을 쥐고 가위 날의 안쪽 면을 한 방향으로 닦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할 것은 키친타월 한 장과 식용유뿐이다. 식용유는 많이 쓸 필요가 없고 키친타월에 한두 방울 떨어뜨려 번지게 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가위를 활짝 벌려 날 안쪽 면이 위로 오게 잡고, 손잡이 쪽 뿌리에서 날 끝 방향으로 한 방향으로만 문지른다. 손가락이 날 위로 지나가지 않게 키친타월을 두툼하게 접어 감싸 쥐는 것이 안전하다.
양쪽 날을 다 닦았으면 그대로 벌려 둔 채 5~10분을 기다린다. 기름이 접착제를 물리게 만드는 시간이니 바로 닦지 않는 게 좋다. 그다음 마른 천이나 새 키친타월로 날을 같은 방향으로 다시 닦아 내면 검게 낀 자국이 천에 묻어 나온다. 천에 회색이나 갈색 때가 묻어 나오면 제대로 닦이고 있는 것이다.
닦은 뒤에는 주방 세제를 묻혀 기름기를 씻고 물기를 완전히 없앤다. 종이를 한 장 잘라 봤을 때 끝까지 쭉 밀려 나가듯 잘리면 다 된 것이다. 여전히 둔하다면 은박지를 손바닥만 하게 뜯어 네다섯 겹으로 접고, 날 안쪽부터 끝까지 다 쓰며 열 번에서 스무 번 잘라 준다. 알루미늄은 무른 금속이라 약한 숫돌처럼 날 끝의 미세한 어긋남을 잡아 준다.
네다섯 겹으로 접은 작은 은박지를 주방 가위로 자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마지막으로 보관하는 방법도 바꿔 두면 좋다. 씻은 가위를 닫아서 서랍에 넣으면 두 날이 겹친 안쪽에 물기가 남아 잘 마르지 않고 녹이 생기기 쉬우니, 물기를 닦고 벌린 상태로 세워 말린 다음 넣는 것이 안전하다. 날을 닦는 일은 매번 할 필요는 없고, 테이프나 스티커를 자를 일이 많은 집이라면 한두 달에 한 번이면 충분하다.
안 드는 가위를 새로 사기 전에 식용유를 묻힌 키친타월로 날 양쪽을 한 번 닦아 보길 권한다. 몇 년 쓴 가위도 낀 것만 닦아내면 대개 다시 잘리기 때문에, 쓸 만한 물건을 버리고 다시 사는 헛돈을 아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