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배기에 담긴 뽀얗고 걸쭉한 콩비지찌개 표면에 새우젓이 고르게 풀려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날이 서늘해지면 콩비지 한 봉지를 사다가 찌개를 끓이는 집이 많다. 두부보다 값이 싸고 한 봉지로 네 그릇이 나오니 부담이 없는데, 정작 끓여 놓고 한 술 떠 보면 생각했던 구수한 맛이 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콩 비린내만 돌고 국물은 밍밍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멸치와 다시마를 꺼내 육수를 내거나 돼지고기를 볶아 넣고 김치를 더해 맛을 보태는 쪽으로 손을 대게 된다. 재료를 늘리면 국물 맛은 진해지지만 콩비지 특유의 고소한 맛은 오히려 뒤로 밀리고, 10분이면 끝날 찌개가 30분 넘는 일이 되어 버린다.
재료를 더 넣지 않고 붓는 물만 바꾸는 방법이 있다. 쌀을 씻고 받아 둔 쌀뜨물을 맹물 대신 부으면 멸치 육수를 내지 않아도 국물이 한층 구수해지고 걸쭉해진다.
맹물로 끓이면 콩비지찌개 국물이 밍밍해지는 이유
투명한 계량컵에 받은 세 번째 쌀뜨물이 뽀얗게 보인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콩비지는 콩을 갈아 두부를 만들고 남은 건더기라서 고소한 맛을 내는 성분이 이미 상당히 빠져나간 상태다. 여기에 맹물을 부어 끓이면 비지에 남은 맛이 물 전체로 퍼져 농도가 묽어지고, 입에는 콩 껍질의 텁텁한 맛이 먼저 닿는다. 소금이나 국간장을 더 넣어도 짠맛만 올라올 뿐 국물에 깔리는 밑맛은 그대로라서, 밑맛은 국물 자체에 녹아 있는 것으로 채워야 한다.
쌀뜨물에는 쌀 표면에서 떨어져 나온 전분과 쌀겨가 섞여 있어 맹물보다 뽀얗고 끈기가 있다. 이 전분이 끓는 동안 국물에 퍼져 숟가락에 걸릴 만큼 농도를 만들어 주고, 쌀에서 나온 은근한 단맛이 콩비지의 고소한 맛을 받쳐 준다. 물만 바꿔도 육수를 낸 것과 비슷한 밑맛이 생기는 이유다.
콩비지찌개에 쌀뜨물 넣어 구수하게 끓이는 방법
깨끗한 스테인리스 볼에서 쌀을 헹군 뒤 세 번째 쌀뜨물을 따로 받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4인분을 끓인다면 콩비지 한 봉지와 쌀뜨물 700ml, 새우젓 1/2큰술을 준비한다. 쌀뜨물은 쌀을 처음 헹군 물이 아니라 세 번째, 네 번째 헹굼물을 쓴다. 첫 물에는 먼지와 겨가 많이 섞여 있고, 세 번째쯤 되면 뽀얀 전분만 적당히 남는다.
쌀을 씻을 때 세 번째 물부터 볼에 따로 받아 모으면 700ml이 금방 채워진다. 쌀뜨물은 가만히 두면 전분이 바닥에 가라앉으니, 냄비에 붓기 직전에 한 번 휘저어 밑에 깔린 전분까지 같이 들어가게 한다.
700ml 쌀뜨물을 나무주걱으로 한 번 저어 바닥 전분을 섞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김치나 돼지고기를 넣을 때는 중불에서 먼저 볶은 다음, 쌀뜨물 700ml을 붓고 센 불로 끓인다. 국물이 끓어오르면 콩비지를 넣고 불을 중불로 낮춰 7~8분을 더 끓인다. 비지는 바닥에 쉽게 눌어붙어서 2~3분에 한 번은 나무주걱으로 바닥을 긁어 가며 저어 주는 것이 좋다.
끓는 콩비지찌개 냄비 바닥을 나무주걱으로 저어 주고 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국물이 뽀얗게 걸쭉해지고 표면에 윤기가 돌면 새우젓 1/2큰술을 넣고 1분쯤 더 끓인 뒤 불을 끈다. 새우젓은 끓는 국물에서 짠맛이 금방 퍼지니 반만 넣고 맛을 본 다음 나머지를 더하는 것이 안전하다. 여기까지 4인분 기준 15분 안에 끝난다.
쌀뜨물을 미리 받아 두었다면 냉장고에 넣어 하루 안에 쓰고, 시간이 지나 쉰 냄새가 나면 쓰지 않는다. 끓이는 동안 국물이 너무 걸쭉해졌으면 쌀뜨물을 한 국자 더 부어 농도를 맞추면 된다.
콩비지찌개를 끓일 일이 있으면 쌀부터 씻어 물을 받아 두고 시작해 보길 권한다. 그냥 버리던 물 한 그릇이 멸치 육수 자리를 대신하니, 따로 들이는 수고 없이 국물 맛이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