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조림 바닥에 '이것' 깔아보세요"…비린내 없이 국물에 감칠맛이 꽉 찹니다


단호박과 무를 한 겹으로 깐 냄비 위에 갈치 토막을 올려 조릴 준비를 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단호박과 무를 한 겹으로 깐 냄비 위에 갈치 토막을 올려 조릴 준비를 한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찬바람이 돌기 시작하면 생선 가게 좌판에 갈치가 두툼하게 올라온다. 가을 갈치는 살이 올라 조림으로 하면 밥 한 그릇이 금방 비는데, 막상 냄비 뚜껑을 열면 국물에서 비린 향이 올라와 숟가락을 멈추게 되는 날이 있다. 식구 중에 한 사람이라도 생선 냄새에 예민하면 밥상에 올리기가 망설여진다.

그래서 대개 무를 큼직하게 썰어 바닥에 깔고 맛술이나 생강을 넣어 비린 향을 덮는 쪽으로 손을 대는데, 조리는 동안 국물로 퍼진 향까지 없어지지는 않아 몇 숟갈 먹다 보면 다시 올라온다. 이 자리에 가을 단호박을 쓰면 달라진다. 무 대신, 또는 무와 함께 단호박을 큼직하게 썰어 냄비 바닥에 깔고 그 위에 갈치를 올려 조리는 방법이다.

무만 깔았을 때 국물에 남는 갈치 비린 향

손질한 갈치 토막의 은색 껍질을 칼등으로 가볍게 긁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손질한 갈치 토막의 은색 껍질을 칼등으로 가볍게 긁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갈치 비린 향은 살보다 겉과 내장 쪽에서 먼저 나온다. 은색으로 반짝이는 껍질에는 구아닌이라는 성분이 묻어 있어 그대로 조리면 특유의 향이 국물에 섞이고, 배 안쪽에 남은 핏물과 검은 막도 끓으면서 향을 낸다. 토막 사이에 물기가 그대로 남아 있으면 그 물기가 양념에 녹아들며 향을 더 퍼뜨린다.

맛술과 생강은 향이 강해서 비린 향을 덮어 주기는 하지만 국물에 이미 퍼진 향을 없애지는 못하기 때문인데, 양을 늘리면 생강 향이 앞서 나와 생선 맛이 가려진다. 무는 조리는 동안 즙을 내주며 향을 받아 주기는 해도 수분이 많아 조림 국물이 묽어지고, 묽은 국물에서는 향이 더 쉽게 올라온다.

단호박은 살이 단단하고 전분이 많아 조리는 동안 겉면부터 조금씩 풀어지면서 국물을 걸쭉하게 만든다. 걸쭉해진 국물은 양념과 함께 갈치 토막에 감기고, 끓어오르며 흩어지던 비린 향도 그 국물에 섞여 들어가 덜 느껴진다. 호박 자체의 단맛도 국물로 나와 설탕을 적게 넣어도 간이 둥글게 잡힌다. 비린 향은 덮는 쪽보다 국물을 걸쭉하게 만드는 쪽으로 손을 대는 것이 좋다.

갈치조림에 단호박 넣어 비린내 빼는 방법

씨를 긁어낸 단호박을 껍질째 2cm 두께로 썬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씨를 긁어낸 단호박을 껍질째 2cm 두께로 썬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갈치 두 마리를 기준으로 단호박은 4분의 1통이면 충분하다. 껍질째 씨만 긁어내고 2cm 두께로 큼직하게 썰며, 무를 같이 쓸 때는 반달 모양으로 1cm 두께로 썬다. 양념은 간장 4숟갈에 고춧가루 2숟갈, 다진 마늘 1숟갈, 청주 1숟갈을 섞고 설탕은 반 숟갈만 넣는다.

갈치는 지느러미와 내장을 정리하고 칼등으로 은색 껍질을 가볍게 긁어낸 다음, 소금을 조금 푼 물에 5~10분 담가 둔다. 담가 두는 시간이 더 길어지면 살이 물러지니 꺼내서 흐르는 물에 짧게 헹구고 키친타월로 눌러 물기를 닦는다. 비린 향은 이 단계에서 먼저 줄어든다.

냄비 바닥에 단호박과 무를 겹치지 않게 한 겹으로 깔고 그 위에 갈치를 올린다. 섞어 둔 양념을 위에서 끼얹고 물을 한 컵쯤 냄비 벽으로 흘려 넣어 재료가 반쯤 잠기게 한 뒤, 뚜껑을 덮고 센 불에서 끓어오를 때까지 둔다. 끓기 시작하면 중간 불로 낮춰 15~20분 조리는데, 이때부터는 갈치를 뒤집지 않는다.

양념을 올린 갈치와 단호박이 국물에 반쯤 잠긴 채 냄비에서 조리되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양념을 올린 갈치와 단호박이 국물에 반쯤 잠긴 채 냄비에서 조리되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조리는 동안 국자로 국물을 떠서 갈치 위에 두세 번 끼얹어 주면 양념이 고르게 밴다. 젓가락으로 단호박을 찔러 힘을 주지 않고 들어가고 국물이 노랗게 흐려지며 숟가락에 묻을 만큼 걸쭉해지면 다 된 것이다. 불을 끄고 뚜껑을 덮은 채로 5분을 그대로 두면 국물이 토막 안쪽까지 들어간다.

국자로 걸쭉해진 조림 국물을 갈치 위에 끼얹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국자로 걸쭉해진 조림 국물을 갈치 위에 끼얹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단호박을 얇게 썰거나 20분을 넘겨 조리면 형체가 다 풀어져 국물만 걸쭉해지고 먹을 건더기가 남지 않으니 두께를 지키는 것이 좋다. 애호박은 수분이 많아 금방 흐물흐물해지므로 이 자리에는 쓰지 않는다. 껍질도 벗기지 않는 편이 좋은데, 껍질이 있어야 토막이 끝까지 모양을 지킨다.

단호박이 단단하고 단맛이 좋은 때가 지금이라, 다음에 갈치를 사 오면 무 옆에 단호박 한 쪽을 같이 깔아 보길 권한다. 생선 냄새 때문에 밀려나던 조림을 식구들이 다시 집게 된다.

[원문 보기]

# 가을 제철
# 갈치조림
# 갈치조림 레시피
# 단호박
# 생선 비린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