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이 마음을 훔치는 순간들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코펜하겐 하늘. 청명한 하늘이 아름답다.

건물 옥상에서 바라본 코펜하겐 하늘. 청명한 하늘이 아름답다.

[투어코리아=이경아 여행전문기자] 덴마크 코펜하겐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받은 인상은 ‘편안함’이었다.

입국심사 줄이 조금 길어졌고 여행을 다니다 보면 흔히 있는 일이라 그저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공항 직원들이 물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작은 서비스였지만 여행자에게는 특별한 첫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아름다운 날씨와 깨끗한 거리, 정돈된 건물, 감각적인 카페와 자연스럽게 거리를 오가는 자전거… 도시는 분명 바빴지만 이상하게 정신이 없지 않았다. 누구 하나 급하게 뛰어가는 모습도, 자동차가 사람보다 먼저 지나가려는 모습도 보기 어려웠다. 마치 욕심과 싸움 같은 건 모르는 듯한, 티끌 하나 없이 말간 얼굴의 소녀를 보는 느낌이랄까.

여행 전 여러 블로그에서 ‘코펜하겐에 놀러 왔다가 한 달 살기를 시작했다’는 많은 글들을 보며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직접 와보니 알 것 같았다. 그렇다, 이 도시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람을 이해하는 도시 같았다. 우리에게 인생을 즐기라며, 좀 쉬어도 된다며 다독이는 코펜하겐… 결국, 나 역시 한번쯤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야 말았다. [투어코리아=이경아 ]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늘어선 코펜하겐의 아기자기한 골목 풍경 전경

알록달록한 건물들이 늘어선 코펜하겐의 아기자기한 골목 풍경 전경

코펜하겐 아말리엔보르 궁전 광장에서 프레데리크 5세의 기마상과 궁전의 전겅

코펜하겐 아말리엔보르 궁전 광장에서 프레데리크 5세의 기마상과 궁전의 전겅

덴마크 여행의 시작 - 어디서나 매직 패스, 코펜하겐 카드!

코펜하겐 여행의 시작은 코펜하겐 카드로부터 시작되고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티볼리 가든과 아말리엔보르 궁전, 국립미술관, 덴마크 왕립도서관 등 코펜하겐의 주요 관광지 80여 곳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고, 지하철과 버스, 기차는 물론 공항을 오가는 대중교통까지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펜하겐 여행자라면 누구나 코펜하겐 카드를 사야 하나 고민하기 마련. 나 역시 여행 준비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이 바로 코펜하겐 카드였다. 카드를 소지하면 여행이 한결 간편해지는 건 알겠는데 문제는 가격! 가격이… 만만치가 않았다. 코펜하겐 카드는 일정에 맞춰 24시간부터 최대 120시간까지 선택할 수 있는데 최소단위인 24시간권이 성인 기준으로 589덴마크 크로네.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약 12만원이다. 지금 이 가격 듣고 놀라지 않으신 분 없을 거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게다가 우리는 어른 2명에 아이까지 총 3명. 우리가 덴마크에 머무는 1주일 사용으로 계산기를 돌려보면 헉 소리나는 금액이 나왔다. 하지만 조금 더 계산기를 돌려보니 코펜하겐 시내를 넘어 루이지애나 미술관이나 크론보르성처럼 기차를 타고 찾아가야 하는 근교 여행까지도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니 많이 돌아다니면 돌아다닐수록 이득이라는 결론. 무엇보다 가는 곳마다 티켓 부스에 줄을 서서 입장권을 구매해야 하는 번거로움 없이 카드 한 장만 있으면 매직 패스가 되니 그것 역시 여행자들에겐 큰 장점이었다. 특히 짧은 일정으로 코펜하겐을 여행하는 사람에게 유용하니 여행 계획에 참고하시길.

코펜하겐 카드 앱 화면. 실물 카드 없이 앱으로 발급받아 관광지 입장과 대중교통 이용권을 한눈에 관리할 수 있어 편리하다.

코펜하겐 카드 앱 화면. 실물 카드 없이 앱으로 발급받아 관광지 입장과 대중교통 이용권을 한눈에 관리할 수 있어 편리하다.

개찰구 없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코펜하겐의 기차역. 승객들은 자율적으로 승차권을 확인하고 열차에 오른다.

개찰구 없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코펜하겐의 기차역. 승객들은 자율적으로 승차권을 확인하고 열차에 오른다.

참, 코펜하겐의 지하철과 기차에는 개찰구가 없다. 표를 찍고 들어가는 대신, 승객은 유효한 티켓을 소지한 채 그냥 승강장으로 들어간다. 검표원이 나타나면 그때 표를 보여주면 된다. 코펜하겐 카드 역시 마찬가지다. 별도의 개찰 절차 없이 열차에 타고, 필요할 때 QR코드를 제시하면 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이동하는데 물 흘러가듯 끊김이 없다. 정체되는 병목구간도 없어서 스트레스가 한결 덜했다. 누군가는 이 시스템이 불안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그곳에서는 서로를 믿고 신뢰하는 사회의 단면처럼 느껴졌다. 서로를 믿어주는 도시. 여행자의 눈에는 그 모든 게 조금 부럽게 다가왔다.

글립토테크 미술관 전경

글립토테크 미술관 전경

코펜하겐 시내투어

#글립토테크 미술관 ... 미술관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

코펜하겐은 도시의 규모에 비해 미술관과 박물관 등 전시 공간이 정말 다채롭게 많은 편이다. 그 배경에는 덴마크의 왕실 컬렉션, 부유한 개인 수집가와 기업가의 후원, 그리고 ‘예술은 소수의 것이 아니라 모두가 누려야 한다’는 문화적 태도가 함께 있다고. 그래서인지 덴마크의 미술관은 단순히 “유명한 그림을 보러 가는 곳”이라기 보다 미술과 건축, 자연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루이지애나 미술관과 클립토테크. 그 중 글립토테크 미술관은 코펜하겐 도시의 중앙에 위치해 있어 여행 동선 상 방문하기에 좋다.   

글립토테크 미술관 내부. 안으로 들어서면 야자수와 푸른 식물이 가득한 아름다운 실내 정원이 펼쳐진다.

글립토테크 미술관 내부. 안으로 들어서면 야자수와 푸른 식물이 가득한 아름다운 실내 정원이 펼쳐진다.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오귀스트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글립토테크 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 '칼레의 시민들'

글립토테크 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 '칼레의 시민들'

글립토테크의 조각 전시실.

글립토테크의 조각 전시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덴마크 맥주, 칼스버그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칼스버그 가문의 칼 야콥센은 열렬한 미술 수집가였고, 자신의 컬렉션을 모아 1888년에 설립한 곳이 바로 글립토테크(Glyptotek)다. 멋진 조각 작품들, 특히 <생각하는 사람>, <칼레의 시민> 등 로댕의 주요작품이 전시된 곳으로 잘 알려졌는데 내가 사실 이곳을 꼭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작품보다는 미술관 자체에 있었다. 글립토테크는 미술관 한가운데 높은 유리돔과 야자수, 분수와 연못이 어우러진 거대한 온실 형태의 정원이 있다. 보통의 미술관과는 조금 다른 느낌. 설립자는 이곳을 사람들이 잠시 일상을 벗어나 쉬어 갈 수 있는 도시의 오아시스로 만들고 싶었다고 하던데 200년 가까이 흐른 지금까지도 작품과 더불어 이 정원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 그 목적은 완벽하게 성공한 듯. 자연광이 들어오는 연못 벤치에 앉아 조각상을 보고 있자니 미술관이라기보다는 어느 19세기 유럽의 대저택에 초대받은 느낌이 들었다. 나 뿐만 아니라 모두들 관람이 끝난 뒤에도 그렇게 같이 온 친구, 연인과 벤치에 앉아 한참을 대화했다. 나는 여름에 다녀왔지만, 코 끝 시린 추운 겨울에 간다면 안과 밖이 대조적이라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글립토테크 미술관 옥상에 위치한 카페. 주변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글립토테크 미술관 옥상에 위치한 카페. 주변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옥상 카페다. 글립토테크의 옥상에 올라가면 코펜하겐의 아름다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가 찾았을 때는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누구 하나 서둘러 자리를 뜨지 않았다. 모두들 우산도 쓰지 않은 채 앉아서 마시던 커피를 그대로 마시고 있었다. 우리도 코펜하겐에서 제일 맛있었던 카다멈 번과 커피를 사서 자리에 앉았다. 하늘은 우중충했지만, 그 풍경 마저도 나쁘지 않았다. 작품을 둘러보다가 옥상에 올라 도시를 바라보고, 다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시간. 이 카페 마저도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글립토테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작품만이 아니라, 예술을 바라보는 그들의 여유였는지도 모르겠다.

티볼리 가든은 덴마크 특유의 고풍스로운 건축과 현대적인 도시 풍경이 어우러져 있다.

티볼리 가든은 덴마크 특유의 고풍스로운 건축과 현대적인 도시 풍경이 어우러져 있다.

티볼리 가든 내부 풍경. 해가 지면 곳곳에 조명이 켜져 낮과는 또 다른 낭만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티볼리 가든 내부 풍경. 해가 지면 곳곳에 조명이 켜져 낮과는 또 다른 낭만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티볼리 가든 입구. 1843년 개장한 이 유서 깊은 놀이공원은 코펜하겐 도심 한가운데서 지금까지도 운영되고 있다.

티볼리 가든 입구. 1843년 개장한 이 유서 깊은 놀이공원은 코펜하겐 도심 한가운데서 지금까지도 운영되고 있다.

#티볼리 가든 ... 코펜하겐 밤을 밝히는 모두의 공원

글립토테크 미술관에서 나와서 5분만 걸으면 코펜하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명소, 티볼리 가든 (Tivoli Gardens)이 나온다. 무려 1843년에 문을 연,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놀이공원이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롯데월드나 디즈니랜드 같은 테마파크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놀이기구를 비롯해 아름다운 정원과 공연장, 레스토랑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있어 테마파크라기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문화공원에 가깝다.

사실 우리는 티볼리 가든에 들어서면서 조금 당황했다. ‘코펜하겐에 가면 꼭 가봐야 할 명소’라는 이야기에 기대를 너무 많이 했나? 다소 오래된 유원지 같은 분위기의 내부와 생각보다 소박해 보이는 놀이기구를 보며 아이도, 우리도 조금 실망했다. ‘이게 그 유명한 티볼리인가?’ 싶었던 것. 그런데 우리가 한 가지 놓친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어둠과 조명!

티볼리는 낮보다 밤에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곳이었다. 해가 지고 하나 둘 명이 켜지기 시작하면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진다고. 화려한 불빛을 뿜어내는 놀이기구 사이로 19세기부터 이어져 온 건물과 아기자기한 정원이 어우러지고, 마치 영화 속 한장면처럼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 놀이공원은 어트랙션 타는 재미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정원을 산책하고 공연을 보고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밤의 낭만을 즐기는 곳. 티볼리의 진짜 매력은 ‘스릴’보다 이 오래된 공간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있었던 거다.

하아- 낭만과 분위기라면 나도 빠질 수 없지만 우리는 글립토테크 미술관을 둘러본 뒤 조금 멀리 떨어진 숙소에 얼른 돌아가야 했기 때문에 놀이기구를 제대로 즐기지도, 어둠이 내려앉은 티볼리도 보지 못했다. 아쉽지만 노을지는 티볼리를 뒤로 하고 나올 수밖에. 만약 숙소를 코펜하겐 도심에 잡았다면 하루 종일 시내를 둘러본 뒤 잠시 숙소로 돌아와 숨을 고르고, 해가 진 뒤 다시 티볼리로 나가는 일정을 추천하고 싶다. 계절별로 조금씩 달라지지만 대체로 밤 11~12시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밤에 방문해도 시간 여유는 충분하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이른 오후부터 조명이 켜지고, 정원 곳곳이 크리스마스 장식과 불빛으로 채워져 특별한 분위기를 만든다고 하니 필수 방문! 북유럽의 겨울은 해가 일찍 지기 때문에 티볼리의 야경을 훨씬 일찍 만날 수 있어 더 좋을 거다. 티볼리가 18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코펜하겐 시민들에게 여전히 사랑받는 그 이유를 꼭 느껴 보시길.

코펜하겐의 운하를 따라 도심의 명소를 둘러보는 운하 투어 보트. 물길을 따라 이동하며 도시의 건축물과 풍경을 색다르게 감상할 수 있어 코펜하겐 여행의 인기 코스로 꼽힌다.

코펜하겐의 운하를 따라 도심의 명소를 둘러보는 운하 투어 보트. 물길을 따라 이동하며 도시의 건축물과 풍경을 색다르게 감상할 수 있어 코펜하겐 여행의 인기 코스로 꼽힌다.

#뉘하운 운하 보트 투어 ... 코펜하겐을 가장 쉽게 이해하는 방법

코펜하겐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중 하나인 운하 투어. 코펜하겐 항구와 뉘하운 (Nyhavn)  운하를 돌면서 주요 스폿을 물 위에서 둘러볼 수 있는 보트 투어다. 약 한시간 정도 진행하는데 이 말인 즉 슨, 그 시간 동안은 걷지 않고 쭉 앉아서, 편하게 코펜하겐을 관람할 수 있다는 말씀! 여행 3일차쯤이었나? 나와 함께 여행 온 두 남자, 남편과 아들 입에서 힘들다, 그만 걷고 싶다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고 나는 서둘러 이 운하 보트 일정을 끼워 넣어 모두를 해피하게 만들었다는 건 여행 팁 아닌 생존 팁! 사실 아무리 볼 거 많은 관광지라고 해도 도보로 다니다 보면 지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시간은 한정적인데 가보고 싶은 곳은 많을 때, 그럴 때 이 운하투어를 추천한다.  

보트투어 역시 코펜하겐 카드에 포함되어 있는데 참고로 코펜하겐 카드와 제휴된 투어는 Stromma 투어 회사의 클래식 캐널 투어다. 투어마다 선착장도 다르고. 위치도 다르니 꼭 확인해야 하며 탑승 위치는 코펜하겐 카드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전 예약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지만, 긴 대기 없이 현장에서 티켓을 바로 살 수 있고 배가 15분 정도에 한번씩 운행하기 때문에 굳이 예약하지 않아도 된다. 이용 자체가 꽤 간단한 편이다.

코펜하겐 운하 투어의 대표적인 출발지 뉘하운(Nyhavn) 선착장

코펜하겐 운하 투어의 대표적인 출발지 뉘하운(Nyhavn) 선착장

100여명 정도 탑승할 수 있는 쾌 큰 보트로 가이드와 함께 진행되고 보통 뉘하운에서 출발해 크리스티안스보르 궁전과 블랙 다이아몬드라고 불리는 왕립도서관, 오페라하우스와 아말리엔보르 궁전을 지나게 된다. 비현실적으로 파란 하늘 아래, 키 큰 나무들 사이로 오래된 건축물과 현대적인 건물들이 번갈아 나타나고, 멋진 건물들을 넋 놓고 바라보다 보면 어느새 인어공주 동상도 눈에 들어온다. 코펜하겐의 명물이라지만 주변에 특별한 볼거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보다 그 모습이 감탄을 자아낼 만큼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어 ‘굳이 찾아가야 하나’ 고민했던 곳이다. 그런데 이렇게 물 위에서 스쳐 지나가듯 만나니 오히려 반가웠다.

코펜하겐의 대표 명소 인어공주 동상. 안데르센의 동화 속 주인공을 형상화한 이 동상은 1913년 처음 세워진 코펜하겐의 상징적인 조형물이다.

코펜하겐의 대표 명소 인어공주 동상. 안데르센의 동화 속 주인공을 형상화한 이 동상은 1913년 처음 세워진 코펜하겐의 상징적인 조형물이다.

한시간여 수변을 따라 바라본 풍경은 관광객을 위한 볼거리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이곳 사람들이 평소 누리는 일상에 가까웠다. 평일 낮이었지만 강가에서 수영을 하고, 햇볕을 쬐고, 무릎에 와인 한 잔씩 놓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그냥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들…

오롯이 자신의 행복을 향해 가는 듯한 그들의 얼굴이 참 편안했다. 내가 코펜하겐에서 가장 부러웠던 것도, 이곳에서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것도 바로 그 편안한 얼굴 때문이었다. 그 편안함은 단순히 GDP가 높고 잘사는 나라여서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잘 관리된 문화유산과 깨끗하고 세련된 거리, 어디서나 만나는 감각적인 디자인도 분명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며칠을 머물며 내가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 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도시 곳곳에 배어 있는 배려였다. 걷기 편한 거리, 자연스럽게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자전거가 자동차와 나란히 달리는 도로, 그리고 강가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공간들. 사람을 서두르게 하기보다 잠시 멈춰 쉴 수 있게 하는 도시의 환경이 그들의 편안한 표정을 만든 것은 아닐까.

좋은 도시란 어떤 곳일까? 물질적인 무언가를 더 많이 가지라고 재촉하는 대신, 지금 가진 시간을 충분히 누리라고 말해주는 곳. 그래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곳이 아닐까. 바로 코펜하겐 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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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마크
# 북유럽
# 코펜하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