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 가득 적시는 빛 / 한국관광공사-김대형 |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 있는 용눈이오름은 제주 360여 개 오름 가운데 분화구가 세 개인 유일한 오름이다. 해발 247.8m, 밑자락에서 꼭대기까지 높이는 88m, 능선을 한 바퀴 도는 둘레는 2,685m다. 봉우리 하나에 굼부리 하나가 들어앉은 여느 오름과 달리, 능선을 따라 걸으면 크기가 다른 우묵한 분화구가 차례로 발아래에 펼쳐진다.
이 오름은 나무가 거의 없는 풀언덕이라 계절에 따라 표면 색이 통째로 바뀐다. 봄과 여름에는 잔디가 능선을 덮고, 가을과 겨울에는 억새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억새는 9월 말부터 이삭을 내밀어 10월 내내 은빛으로 흔들린다. 능선에 올라서면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어 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오름 전체가 한 방향으로 눕는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
능선을 걸으며 보는 세 개의 분화구
용눈이오름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탐방로는 완만한 비탈을 비스듬히 타고 올라간다. 가파른 계단 구간이 없고 흙과 풀밭을 밟고 가는 길이라, 오르는 내내 고개를 들고 주변을 볼 수 있다. 20분 정도면 능선에 닿고, 그때부터 오름 위쪽을 한 바퀴 도는 길이 시작된다.
능선 길은 오르내림이 잦다. 낮은 봉우리를 넘을 때마다 분화구를 보는 각도가 달라지고, 세 개의 굼부리가 서로 겹쳐 보이거나 나란히 떨어져 보인다. 분화구 안쪽 비탈에도 억새가 자라 바깥 능선과 같은 색으로 물든다. 한 바퀴를 도는 데는 왕복 30~40분이면 넉넉하다.
제주오름 / 한국관광공사-최기성 |
분화구 안쪽은 접시처럼 완만하게 파여 있다.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진 오름이라 굼부리 벽이 가파르지 않고, 가장자리에 서면 바닥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큰 나무가 없어 걷는 내내 오름의 생김새가 통째로 드러나고, 능선 안쪽과 바깥쪽 풍경이 한 걸음 차이로 갈린다.
능선에서 내려다보는 동부 오름과 바다
용눈이오름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
용눈이오름의 또 다른 볼거리는 능선 밖으로 트인 풍경이다. 오름 주변이 넓은 초지여서 시야를 막는 건물이 거의 없다. 동쪽으로는 바다 쪽에 솟은 성산일출봉의 윤곽이 잡히고, 북쪽으로는 깊은 분화구로 잘 알려진 다랑쉬오름이 가깝게 보인다.
그 사이로 크고 작은 오름들이 낮은 언덕처럼 이어진다. 능선을 도는 동안 몸의 방향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같은 자리에서 보이지 않던 오름이 몇 걸음 뒤에 나타난다. 해가 낮아지는 오후에는 억새 이삭이 빛을 받아 능선 윤곽이 더 또렷해진다.
걷는 데 걸리는 시간과 찾아가는 길
용눈이오름 / 한국관광공사-이범수 |
용눈이오름은 탐방객이 늘면서 훼손이 심해지자 2021년 2월부터 자연휴식년제로 출입이 막혔다가, 2년 4개월 만인 2023년 7월 1일 다시 열렸다. 지금은 입장료와 주차료 없이 상시 개방돼 있다. 정해진 탐방로를 벗어나면 다시 훼손되기 쉬운 곳이라 안내된 길로만 다니면 된다.
주차장에서 능선까지 20분, 분화구를 한 바퀴 도는 데 30~40분이라 전체 일정은 한 시간 안팎이다. 평지에 가까운 길은 아니지만 급한 오르막이 짧아 걷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무리가 적다. 그늘이 없으므로 모자와 물을 챙기는 편이 낫다.
찾아가는 길은 간단하다. 제주국제공항에서 동쪽으로 차로 한 시간 남짓 걸리며, 오름 입구에 무료 주차장이 있다. 근처에 다랑쉬오름과 비자림, 성산일출봉이 모여 있어 하루 일정으로 함께 묶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