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밥솥 내솥에 담긴 갓 지은 흰쌀밥의 밥알 표면이 가까이 보이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밥솥 뚜껑을 열었을 때 밥에서 김은 올라오는데 밥알이 뿌옇고 푸석해 보이는 날이 있다. 갓 지은 밥은 숟가락으로 떠올리면 표면이 반들거려야 하는데, 그런 윤기 없이 밥알이 서로 뭉쳐 있으면 반찬을 잘 차려 놓고도 밥상이 허전해 보인다.
그럴 때 대부분은 물 양부터 의심해 물을 조금 더 붓거나, 쌀을 더 오래 불려 보거나, 밥솥이 오래돼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새 제품을 알아본다. 그런데 물을 늘리면 밥이 질어지고 내솥 바닥에는 여전히 얇게 눌어붙은 층이 남아, 밥을 다 푸고 나서 수세미로 긁어내야 하는 일이 되풀이된다.
밥솥을 바꾸지 않고도 밥의 겉모습을 바꾸는 방법이 있다. 쌀을 씻어 안친 뒤 식용유나 참기름을 서너 방울만 떨어뜨리고 평소대로 취사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갓 지은 밥인데 윤기가 돌지 않는 이유
전기밥솥 내솥에서 주걱으로 가볍게 섞인 밥알의 표면이 보이는 장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밥알이 뿌옇게 보이는 것은 쌀알 표면 때문이다. 쌀은 물에 잠겨 끓는 동안 표면의 전분이 물에 풀려 나오고, 뜸을 들이며 물기가 빠질 때 그 전분이 밥알 겉에 고르지 않게 말라붙는다. 표면이 거칠어진 밥알은 빛을 한 방향으로 되비추지 못하고 흩어 버려서 윤기 대신 뿌연 느낌이 난다.
풀려 나온 전분은 밥알끼리 붙이는 풀 노릇도 하는데, 내솥 바닥에 닿은 부분은 열을 가장 오래 받아 그대로 굳으면서 얇게 눌어붙는다. 물을 더 붓거나 쌀을 오래 불리는 것은 밥알 속까지 물이 들어가게 하는 일이라서, 표면에 말라붙는 전분 자체를 줄이지는 못한다.
기름 몇 방울이 하는 일이 여기에 있다. 쌀과 물 위에 떨어뜨린 기름은 끓어오르는 물을 따라 퍼지면서 쌀알 하나하나를 얇게 감싸고, 이 막이 표면을 매끈하게 만들어 빛을 그대로 되비추기 때문에 밥알에 윤기가 돈다. 같은 막이 밥알 사이에도 끼어 있어 서로 덜 달라붙고, 내솥 바닥에 굳는 층도 얇아진다.
밥솥 밥에 윤기 살리고 눌어붙음 줄이는 방법
계량한 쌀과 물이 담긴 전기밥솥 내솥 위로 식용유를 작은 방울로 떨어뜨리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할 것은 부엌에 늘 있는 식용유나 참기름 한 가지면 된다. 양은 2인분 기준으로 서너 방울이고, 이보다 많이 넣으면 밥에서 기름 냄새가 올라와 느끼해지니 숟가락으로 떠 넣지 말고 병 입구에서 방울로 떨어뜨리는 것이 좋다. 향을 따로 내고 싶지 않다면 식용유가 무난하다.
쌀은 평소 하던 대로 씻고 눈금에 맞춰 물을 붓는다. 물 양을 따로 줄일 필요는 없다. 물까지 다 맞춘 다음 마지막에 기름을 서너 방울 떨어뜨리고 주걱으로 한두 번만 가볍게 저어 물 위에 뜬 기름을 풀어 준 뒤, 뚜껑을 닫고 평소대로 취사 버튼을 누르면 된다.
물과 쌀이 담긴 내솥을 흰 주걱으로 한두 번 가볍게 젓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취사가 끝나면 바로 열지 말고 뜸이 다 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주걱으로 아래위를 섞어 준다. 이때 밥알 표면이 하나씩 반들거리고 주걱에 밥이 덜 엉겨 붙으면 제대로 된 것이다. 밥을 다 푼 뒤 내솥 바닥을 보면 굳어서 붙은 층 대신 물에 한 번 헹궈도 떨어지는 정도로만 남아 있다.
같은 자리에서 맛을 조금 더 손볼 수도 있다. 소금을 한 꼬집 넣으면 밥에서 은은한 단맛이 돌고, 손바닥만 한 다시마 한 조각을 올려 두었다가 밥이 다 되면 꺼내면 감칠맛이 더해진다. 묵은쌀이라 냄새가 걱정이라면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리면 되는데, 식초는 냄새를 잡으면서 전분을 단단하게 해 밥을 희게 짓는 데도 도움이 된다.
스테인리스 밥솥 얼룩 제거 / 더카뷰 |
다만 개봉한 지 오래돼 냄새가 변한 기름은 쓰지 않는다. 밥은 향을 그대로 빨아들여서 기름에서 나는 냄새가 밥 전체에 밴다. 참기름은 향이 강한 편이라 국이나 나물을 곁들이는 밥상에는 잘 어울리지만, 카레처럼 향이 분명한 음식에는 식용유를 쓰는 편이 낫다. 매번 밥을 지을 때마다 넣어도 괜찮다.
밥솥을 바꾸거나 비싼 쌀을 사지 않아도 기름 서너 방울로 밥상 가운데 놓이는 밥의 모양이 달라지니, 다음에 쌀을 안칠 때 한번 해 보길 권한다. 날마다 먹는 밥을 조금 더 나은 상태로 올리는 일은 그만한 값을 한다.